▲사실 표도르(왼쪽)에게 체중증가 후 스피드가 급격히 느려진 잭슨은 '은퇴 선물'이나 다름 없었다.
벨라토르
커리어 첫 3연패 당한 후 은퇴 소동 끝에 벨라토르와 계약
프라이드FC 시절 무적의 '얼음황제'로 명성을 떨치던 표도르는 프라이드가 몰락한 2009년 북미 2위 단체 스트라이크 포스와 계약했다. 표도르는 전장을 옮긴 후 첫 경기에서 브렛 로저스를 KO로 꺾었지만 2010년 6월 파브리시우 베우둠에게 69초 만에 서브미션으로 패했다. 표도르의 종합격투기 27연승 행진이 허무하게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방심 속에 당한 패배라고 여겼을 뿐, 여전히 대부분의 격투팬들은 표도르의 기량을 의심하지 않았다.
계속된 선수영입을 통해 헤비급의 선수층이 두꺼워진 스트라이크 포스는 2011년 헤비급 토머너먼트를 개최했고 표도르는 8강에서 브라질의 '빅풋' 안토니오 실바와 격돌했다. 하지만 표도르는 실바의 타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2라운드 종료 닥터스톱 KO패를 당했다. 표도르는 그 해 7월에 열린 댄 헨더슨과의 경기에서도 1라운드 KO패를 당하며 격투기 데뷔 후 처음으로 3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3연패 후 스트라이크 포스를 떠나 러시아 무대로 복귀한 표도르는 2012년6월 페드로 히조를 KO로 꺾은 후 은퇴를 선언했다. 사실 불혹을 바라보던 당시 표도르의 나이를 생각하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니었지만 프라이드 해체 후 미국 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의 은퇴를 아쉽게 여기는 격투팬들이 많았다. 표도르는 은퇴 후에도 끊임없이 복귀설이 나왔고 지난 2015년 은퇴선언 3년 만에 전격 복귀를 선언했다.
표도르가 떠나 있던 3년 동안 종합격투기는 발전을 거듭했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격투황제의 복귀는 여전히 격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표도르의 복귀 무대는 UFC의 옥타곤이 아닌 일본의 신생단체 라이진이었다. 표도르는 복귀전에서 MMA전적 2전에 불과한 싱 자이딥을 1라운드 KO로 가볍게 꺾었다. 표도르는 2016년 6월 파비오 말도나도를 판정으로 꺾은 후 그 해 11월 미국의 2위 단체 벨라토르와 계약했다.
하지만 표도르는 2017년6월 미국무대 복귀전에서 UFC출신의 맷 미트리온에게 74초 만에 KO로 무너졌다. 물론 갑작스런 한 방에 당한 기습적인 KO패였지만 미트리온이 UFC 전적 4승4패에 불과했던 평범한 파이터였다는 점에서 표도르의 패배는 격투팬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헤비급에선 최상위권이라고 자부하던 핸드 스피드가 UFC에서 퇴출된 파이터에게조차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꽤나 큰 충격이었다.
전성기 보낸 일본 팬들 앞에서 KO 승 거두고 담담히 은퇴 발표
표도르는 2018년부터 1년 간 진행된 벨라토르의 헤비급 토너먼트에 참가했다. 표도르 외에도 퀸튼 잭슨, 로이 넬슨, 킹 모, 프랭크 미어, 차엘 소넨 등 UFC 출신의 쟁쟁한 파이터들이 대거 출전했다. 특히 미어와 잭슨의 경우 과거 UFC 헤비급과 라이트 헤비급의 챔피언 벨트까지 차지했던 강자였다. 표도르는 8강에서 미어를 48초 만에 KO로 제압한 후 4강에서도 소넨을 1라운드 KO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상대는 2004년과 2006년 전미 대학 레슬링 올 아메리칸 출신의 베이더였다. 격투팬들은 표도르가 베이더의 레슬링 압박에 당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표도르 앞에 닥친 현실은 잔인했다. 경기 초반 베이더의 테이크다운을 경계하던 표도르는 베이더가 휘두른 왼손 펀치를 맞고 그대로 다운됐고 파운딩 한 방을 더 얻어맞고 KO로 패했다. 경기 시작부터 종료까지 걸린 시간은 단 35초였다.
연초 베이더전 패배 이후 1년 내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던 표도르는 과거 활동했던 일본 단체 라이진과 벨라토르가 공동으로 개최한 연말 이벤트 메인이벤트에 출전을 결정했다. 상대는 프라이드와 UFC, 벨라토르를 오가며 활약한 잭슨이었다. UFC 시절까지 주로 라이트 헤비급에서 활약하던 잭슨은 지난 2016년 헤비급으로 체급을 올려 4경기에서 2승2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계 체중인 120kg으로 계체를 통과한 잭슨은 프라이드나 UFC에서 활동하던 시절에 비해 지나치게 몸이 무거워지고 말았다. 표도르의 스텝을 거의 따라가지 못한 채 방어에만 급급하던 잭슨은 1라운드 중반 표도르의 오른손 펀치를 맞고 그대로 앞으로 다운되며 무너졌다. 잭슨은 심판이 말리기 전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경기를 포기했을 정도로 이미 전의를 상실해 있었다.
결과적으로 표도르는 전성기를 보냈던 일본 팬들 앞에서 1라운드 KO로 화려하게 은퇴경기를 장식했다. 하지만 표도르는 화려한 전적 속에 미국 무대 5승5패 4KO 1서브미션 패배라는 찜찜한 기록도 남기게 됐다. 그리고 UFC와의 계약을 끝내 거부했던 부분도 선수생활의 '옥에 티'로 남는다. 하지만 국내에 종합격투기가 한창 알려지던 2000년대 중반, 표도르라는 무적의 챔피언이 격투팬들을 뜨겁게 열광시켰다는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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