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다이빙벨>로 촉발된 부산영화제 사태 때 표현의 자유 탄압에 항의하며 연대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그 중에 대표적인 감독이었다. 그는 부산영화제 지지 문구를 든 사진을 찍어 보냈고, 이 사진은 지금도 다른 해외영화인들의 사진과 함께 영화의 전당에 전시돼 있다. 그는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이 타계했을 때도 직접 조문을 오기도 하는 등 한국 영화계가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소중한 연대를 보내 온 일본 영화인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 아베 정권과 우익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는 감독 중의 하나다. 지난해 <어느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대 아베 정권은 축전조차 보내지 않았다. <어느 가족>은 일본 사회의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관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쿠니무라 준에 이어 2년 연속 일본 감독들이 한국에서 자국의 우경화에 유감을 표시한 셈이다. 2018년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쿠니무라 준은 당시 제주 관함식 참석 예정이었던 일본 군함이 욱일기를 게양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아베 정부에 대해서도 "여러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따끔하게 지적했다.
관련 내용이 보도된 이후, 일본 내 우익세력의 비판이 이어졌다. 부산영화제가 공식 유감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후 나온 쿠니무라 준의 답변은 일부 매체와 영화제 측의 입장을 머쓱하게 만들 정도였다.
쿠니무라 준은 "왜, 지금 이렇게 엄중한 상황이 되었는지 그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이렇게나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요?"라며 "영화제가 모두의 생각이나 의견이 섞이고, 녹여져서, 어느새 아름다운 결정체를 만드는 장이 되기를 염원한다"는 아주 열린 자세를 나타냈다.
영화의 힘 믿는 사람들이 연대해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유성호
이런 양심 있는 일본사회 지식인들의 모습을 올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다시 한번 보여 줬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정치적 문제와 여러 고난을 겪었을 때 영화인들이 연대해서 더욱 깊이 서로를 내보여서 이런 형태의 연대가 가능하다"며 "그래서 저도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엔 영화의 그런 힘을 믿고 있는 사람들 저널리스트들, 그밖에 영화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자회견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연대의 대상이라는 믿음을 내비쳤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 상영됐고 올해 7월 국내에서 개봉한 <주전장>은 일본계 미국인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일본 우익세력의 실체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연대의 산물이기도 했다. 양심적 일본계 감독은 영화를 만들었고, 국내에서 배급되며 한국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사실 일본 우익세력의 문제는 친일적 행태를 보이는 한국의 우익 세력과도 연결된다. 최근 한일 갈등 상황에서 여러 유명인사들이 노골적으로 일본을 옹호하는 친일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려는 국내 친일 극우 세력은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들이 부끄러움을 느낄 법한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울림이 크다. 한일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연대를 위해 손을 맞잡야야 할 이유를 강조한 점은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양심적 일본 영화인들의 힘을 보여준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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