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양자물리학> 스틸 컷
(주)메리크리스마스
<양자물리학>이라는 제목 때문에 무언가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는 제목과 전혀 관계가 없는 흔하디흔한 범죄액션 장르의 작품이었다.
몇몇 장면과 설정은 마약과 성 상납으로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클럽 '버닝썬' 사건을 연상시킨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 속에는 버닝썬을 상징하는, 1억 원을 호가하는 '만수르 세트'가 등장하는 등 버닝썬을 직접적으로 비유한 장면이 등장한다. 실제로 일부 장면이 버닝썬에서 촬영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 <양자물리학>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버닝썬은 얼마 전 마약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현재 폐쇄된 상태다.
진중함을 걷어내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시선을 모은 박해수의 색다른 변신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영화를 통해 선보인 속사포처럼 가벼운 말투는 그에게 '이빨 액션'이라는 새로운 별칭을 안겨주었다. 김상호는 청렴 경찰 박기헌의 역을 맡아 내공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김응수, 변희봉, 이창훈 등 악역들의 연기 또한 흠 잡을 데가 없다.
특히 근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과거 출연했던 영화의 일부 장면들이 '인터넷 밈'화되며 때 아닌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폭 사업가 정갑택 역의 김응수는, 이번 작품에서도 대사를 툭툭 내던지는 듯한 재치 있는 특유의 말투로 관객들의 웃음 대부분을 책임진다.
▲영화 <양자물리학> 스틸 컷(주)메리크리스마스
조폭과 검찰 그리고 얼기설기 얽힌 정계와 재계의 관계, 사건 은폐를 위해 가해지는 온갖 범법 행위들. 이러한 영화 속 이야기는 범죄 액션 장르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실체를 담아내고 있는 까닭에 많은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버닝썬 사건 등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답답함의 연속이다.
이런 가운데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거대 악의 세력에 맞서 자신만의 신념을 꿋꿋이 지켜내고 뒤틀린 현실을 통렬하게 비트는 비주류들의 당찬 모습은 관객들에게 대리만족과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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