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OCN <구해줘2>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배우 김영민.
매니지먼트 플레이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많은 드라마 팬들에게 김영민은 2018년 <나의 아저씨> <숨바꼭질>, 그리고 최근 방송된 <구해줘2>를 통해 익숙해진 배우다. 하지만 연극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2010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 연기상까지 받은 대학로 인기스타. 그동안 숱한 대학로 스타들이 일찌감치 TV로, 극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김영민의 드라마 활동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연극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우유 배달을 한 시절도 있었다는데, 연극 무대를 고수한 이유가 궁금했다.
"예전에는 연극배우들이 TV나 영화에 출연하면 '외도했다'는 표현을 쓰곤 했어요. 배신이라는 거죠. 저 역시 연극 무대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높게 평가하면서 오만하게 생각한 시간도 있었던 것 같고요.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잖아요. 연극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들이 좋더라고요.
물론 지금도 제겐 연극의 가치가 소중해요. 하지만 무대만을 고집한다든가, 이제 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렸으니 한동안 연극을 멀리하겠다든가, 그런 생각은 없어요. 연극, 드라마, 영화... 각자의 즐거움이 있다는 걸 점점 알게 됐고, 그 즐거움을 오갈 수 있게 됐으니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몇 달 뒤면 그는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 50살이 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연극을 시작했으니 연기 인생도 30년이 넘은 셈. 20대 때는 "3년 주기로 '이걸 계속해야 하나' 고민했다. 라면이 없었다면 연극배우들이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했을 정도였다"고. 하지만 그 순간마다 '연기란 무엇인가, 연기가 뭐길래 나는 이 일을 계속하는 걸까' 고민했다는 그에게, 스스로 찾은 답이 뭐였는지 물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제 인생은 계단식으로 올라왔던 것 같아요. 발전도 없고 나아지지도 않는 삶에 지쳐 '그만할까' 고민하다 보면 어느 순간 삶이든, 연기든, 성과든 쑥 좋아지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버텨볼까?' 하다보면 어느 순간 또 고민하는 시기가 오고, 또 좋아지고, 다시 버티게 되고... 누구는 이걸 매력이라고 하고, 누구는 마약이라고도 해요. 이 바닥에서 발 담그면 너도 끝이라고. (웃음) 대학로에서 연극해서 부자된 사람은 없어요. 부자가 될 순 없는 일이라도, 그 매력을 알게 되면 빠져들 수밖에 없어요.(웃음)"
아직은 낯선, 그래서 즐거운
▲2일 OCN <구해줘2>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배우 김영민. 매니지먼트 플레이
30년 넘게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인물을 연기한 그이지만, 드라마와 영화는 아직 낯선 세계다. 오랜 기간 준비해 짧은 시간 에너지를 쏟아내는 연극과, 순간적인 집중력이 요구되는 드라마, 큰 화면에서 작은 몸짓까지 신경쓰며 연기해야 하는 영화. 김영민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포인트가 다르더라. 정답을 찾기보다는, 그 다름을 그때그때 찾아가고 있다. 지금은 그 차이의 재미를 알아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꼭 무대의 차이가 아니더라도, 연기는 작품 하나하나마다 새로운 노력이 필요한 작업인 것 같아요. 지질함이 요구되는 캐릭터면 지질이가 되고, 악함이 필요한 캐릭터면 악인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요. 멜로든 코미디든 무엇이든, 연극이든 드라마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양한 역할이 가능한 배우로 인식됐으면 하는 게 배우로서 제 지향점입니다."
김영민에게 <구해줘2>가 어떤 의미의 작품인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다소 허무개그 같지만 "좋은 의미"였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제목처럼, 그야말로 저를 구해준 작품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그다음이 무엇일지 고통스러운 부분은 여전히 있죠. 하지만 <구해줘2>는 나라는 배우를 드라마와 더 친숙하게, 시청자와 더 가깝게 만들어줬어요. <구해줘2>를 통해 배운 연기에 대한 새로운 희열, 드라마라는 장르에 대한 즐거움은 앞으로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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