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공포'에 초점을 맞춰 다른 모든 것들을 수단화한다. 영화 <알 포인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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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긴장감과 공포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어떤 전쟁 영화를 보든지 공통적으로 받는 느낌이다. 하지만 적과 본격적으로 대치하는 전투 장면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 만큼,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공포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분명 본격적인 수색 작전 이전엔 9명이었던 인원이 어느새 10명으로 불어나 있다. 또한 최 중위를 비롯 몇몇 병사들에게 계속 귀신이 보이기도 한다. 짙은 안개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 상황인 데다 이상한 소문도 돈다.
여기에 긴장감을 한껏 유발하는 으스스한 배경음악, 어이없고 황당한 병사들의 죽음까지. 병사들은 점점 자초지종을 알 수 없는 극한의 공포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알 포인트>는 다른 무엇도 아닌 '공포'에 초점을 맞춰 다른 모든 사항들을 수단으로 쓴다. 그 자체로 공포의 요소가 다분한 밀리터리를 소재 삼아 공포 영화로서의 본분에 충실했기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베트남전쟁의 이면
▲베트남전쟁의 이면을 자연스럽게 들여다보는 훌륭한 스토리를 갖췄다. 영화 <알 포인트>의 한 장면.?시네마 서비스
영화에는 9명의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고 그 사이에도 여러 사연들이 소소하게 채워져 있다. 이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치는 '베트남 전쟁'의 이면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지에 있다.
베트남 전쟁이라는 초유의 국제전은 명분이 전혀 없는 전쟁이었다. 내전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통킹만 사건'을 조작하면서 더욱 크게 번졌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의 군인을 파병하여 많은 피해를 입혔고 또 입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베트남전쟁의 실상은 보다 개인적이고 지엽적이다. 그리고 아이러니컬 하다. 손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는 전쟁에 임한 사람들에게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은 자만이 돌아갈 수 있다'고 하는 점, 적과의 전투에서 '영웅적으로 장렬히' 전사한 경우는 없고 대부분의 병사들이 터무니 없이 죽어나간 점 등이 그렇다. 알고 보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병사 한 명, 한 명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걸까.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파병 이후 어느덧 55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 대해 누구도 속시원하게 말하기 힘들다. 참전 당시의 상황을 여러모로 살펴봐도 모순적인 것들이 너무 많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생존해 있고, 누군가는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베트남 전쟁은 우리에게 도무지 풀기 힘든 현대사의 숙제로 남아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두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베트남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전쟁이었고, 우리나라 장병들은 그곳에 가서는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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