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가 20년 동안의 히트곡으로 꽉꽉 채운 파티를 열었다. 3시간 내내 공연장 가득히 하늘색 물결은 쉬지 않고 출렁였고, 이들 노래처럼 'Friday night'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god 다섯 멤버는 스무 해 동안 곁을 지켜준 팬들과 따뜻한 추억 하나를 더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god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 GREATEST > 현장을 전한다.
'길'부터 '어머님께'까지... 히트곡 대잔치
▲ 지오디 지오디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 GREATEST >를 열고 팬들을 만났다. ⓒ 싸이더스HQ
첫 번째 무대를 '길'로 시작한 god. 이들은 '보통날', '다시', '애수', '관찰', '거짓말',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미운오리새끼', '니가 있어야 할 곳', '촛불하나', '하늘색 풍선', '어머님께' 등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히트곡으로만 공연을 꽉꽉 채웠다. 그래서 더 2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라는 게 실감났다. 이날 세트리스트의 20곡 중 세 곡을 빼고 나머지 모두 1위를 했던 곡이라고 한다.
god의 상징인 하늘색 풍선은 세월을 반영해 이젠 하늘색 풍선 모양의 응원봉으로 바뀌어 있었다. 팬들은 응원봉의 반짝이는 불빛처럼 열정적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콘서트를 즐겼다. god 멤버들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며 팬들과 대화했다. 데니안은 이날의 MC를 자처했고, 박준형은 '와썹맨' 특유의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뿜었다.
god 다섯 멤버는 '거짓말'을 부를 땐 체조경기장 중앙 공중무대를 활용해 팬들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니가 있어야 할 곳' 을 부를 때는 이날 콘서트의 분위기가 가장 무르익었다. 객석의 팬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음악에 흠뻑 취해 함께 몸을 흔들었다. 폭죽이 터지고, 다들 제자리에서 점프하며 이어진 노래 '0%'까지 흥을 이어갔다.
팬들이 한 목소리로 노래를 너무 잘 따라 부르자 손호영은 "여기 올 때 노래 연습하고 오는 거예요?"라며 칭찬하는가 하면, 김태우는 "올해도 여자친구와 와이프 손에 이끌려 오신 남자 관객분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함께한 20년, god에게 최고의 순간은?
이날 공연명인 'GREATEST'는 최고의 순간을 의미한다. 정확히 데뷔 20주년이 되려면 한 달 반 정도가 남았지만, 조금 당겨서 콘서트를 연 만큼 이들은 20주년을 돌아보는 시간도 이날 가졌다. 데니안은 멤버들에게 "20년 동안 언제가 가장 그레이스트였나"고 물었고 멤버들은 다음처럼 답했다.
먼저 태우는 "<한밤의 TV연예>에서 데뷔하던 순간"을 꼽았고, 손호영은 "1998년 7월 21일, 태우가 마지막으로 팀에 와서 처음으로 다섯 명이 다 모인 날"을 꼽았다. 윤계상은 "2014년도 재결합 콘서트"라고 답했다. 박준형은 너무 가난했던 데뷔 전, 멤버들을 데리고 강남역의 대형 레코드점에 가서 3시간 내내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하던 날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끝으로 데니안은 15주년 콘서트 때 LED 판이 올라가면서 팬들을 본 순간 눈물이 펑펑났던 때를 꼽았다.
"제가 올해 마흔 하나입니다. 제가 살아온 인생의 반을 멤버들과 여러분과 함께 했습니다.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고요. 데뷔 전에 숙소 생활할 땐 20주년 공연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도 못 꿨는데 더 이상 꿈이 아니네요. 앞으로도 저희 god와 계속 이렇게 웃으면서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저 진짜 이런 말 잘 안하는데 20주년이니까 할게요. 여러분 정말 사랑합니다." (데니안)
클로징 멘트 후 '촛불하나'와 '하늘색 풍선'을 부르며 공연을 마무리한 다섯 멤버를 향해 팬들은 앙코르를 크게 외쳤다. 팬들의 연호에 곧이어 god는 하얀색 수트로 의상을 바꿔 입고 무대에 나왔다. 이들은 앙코르 곡으로 '어머님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야이야이야아/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후회하고 눈물도 흘리고/ 야이야이야아아/ 그렇게 살아가고 너무나 아프고 하지만 다시 웃고" ('어머님께' 가사 중)
사는 게 힘들고 아프지만 이 곡의 마지막 가사 "하지만 다시 웃고"란 말처럼, 지난 20년의 모든 시간을 지켜준 팬들과 함께라면 god는 앞으로도 언제나 웃을 날들을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