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스틸 컷. 북한 전쟁고아들과 폴란드인들.
보아스필름
전쟁고아들이 입양이 아니라 해외위탁 형식으로, 그것도 북한 교사의 관리 하에 폴란드에 거주했다는 사실은 <폴란드로 간 아이들>의 스토리 전개방식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영화에서는 탈북 청소년들의 심경을 통해 전쟁고아들의 심경을 유추했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탈북 청소년들은 북한과의 공식적 연계가 끊어진 데 반해, 전쟁고아들은 여전히 그 연계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에 언급된 것처럼 아이들 상당수가 북한으로 돌아가기 싫어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북한 정부의 관리를 받았으므로 이들의 고통을 탈북 청소년들의 고통과 등치시키는 것은 최상의 접근법이 아닐 수 있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모국 정부의 관리를 받는 가운데 북한 전쟁고아들이 겪었을 독특한 시련이 관객들에게 설명됐어야 한다. 탈북 청소년들도 고통을 많이 겪었지만, 이 청소년들도 이해할 수 없는 전쟁고아들만의 독특한 아픔이 있기 마련이다. 이 점이 영화에서 나타나지 않은 게 아쉽다.
북한 정부는 고아들을 맡긴 지 7년 뒤인 1958년부터 고아들을 국내로 불러들였다. 이듬해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을 귀국시켰다. 북한이 이들을 불러들인 이유를,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북한 내부의 노동력 수요와 연결 지었다. 천리마운동에 참여시킬 인력을 확보하고자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체가 아닌 일부만 설명하는 해답이다.
뜻깊은 조명, 그럼에도 아쉬운 지점들
1958년이면 북한에서 전쟁복구가 어느 정도 이뤄진 뒤였다. 그래서 북한이 고아들을 귀국시킬 만한 여건이 조성돼 있었다. 이에 더해 공산권의 분열도 작용했다. 1956년 폴란드 및 헝가리에서 소련군 철수를 요구하는 폭동이 발생한 것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시기에는 동유럽 정치상황이 전반적으로 어수선했다. 거기다가 북한과 중국·소련의 관계도 예전처럼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쟁고아들을 더 이상 중국·소련 및 동유럽에 맡겨두기 힘들었다.
그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돼서 전쟁고아들의 귀국으로 연결된 것이다. 박종철·정은이의 논문 '한국전쟁 이후 북한 재건을 위한 동유럽 사회주의국가의 원조에 대한 검토'에서 보다 상세한 상황을 접할 수 있다.
"이 시기 동유럽의 북한 유학생과 전쟁고아들이 동시에 귀국하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1956년 2월 소련공산당 제20차 당대회 이후, 사회주의 각국의 권력투쟁과 관련이 있다. 북한의 8월 종파사건(정권전복 음모에 맞선 숙청작업)과 헝가리·폴란드 사태 시기에, 개인 숭배에 대한 비판 및 레닌주의적 민주원칙이 주창되면서 북한은 체제 단속을 위하여 유학생과 고아의 동시 귀국을 추진하였다. 둘째, 8월 종파사건으로 북중·북소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김일성은 중국인민지원군의 철수를 요구하였고, 1958년 철군이 완료되었다."
- 2014년에 <중동유럽한국학회지>에 실린 논문
북한과 공산권의 연계가 약해지고 동유럽이 정치적으로 혼란했기 때문에 더 이상 전쟁고아들을 맡겨두기 힘들어서 1958년부터 전쟁고아들을 귀국시켰던 것이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 강조한 것처럼 노동력 확보를 위한 측면도 없지 않겠지만, 이것은 부차적인 측면이었다.
동유럽에서 7, 8년 정도 생활하다가 북으로 귀화한 아이들 중에는 그 7, 8년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들이 적지 않다. 폴란드로 간 전쟁고아들 중에서 한의표는 폴란드 대사가 됐고 한경식은 인민군 대좌를 거쳐 폴란드대사관 무관이 됐다. 박동호는 외교관이 됐고, 조성무는 조선·폴란드 친선협회 의장을 거쳐 폴란드어 교수가 됐다.
북으로 돌아간 아이들이 다들 그랬던 것은 아니다. 폴란드에 보낸 편지에서 그 7, 8년의 그리움을 토로하는 아이들도 있고, 폴란드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덜 얽매인 상태에서 자신을 안아준 폴란드인들의 품이 북한에 가서도 잊히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스틸 컷. 북한 고아들을 태우고 폴란드를 떠나는 비행기. 보아스필름
전쟁이 발발하면 누구나 다 고통을 겪지만, 전쟁고아들의 고통은 일반인들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그런 고아들에 대해 남북이 각각 별개의 접근법을 취했고, 이로 인해 남북의 전쟁고아들은 각기 다른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그럴지라도 전쟁고아로서 겪는 시련은 동일하겠지만, 모국과의 연결고리라는 측면에서 남북 고아들은 서로 다른 조건에 처했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낯선 북한 전쟁고아 문제와 그들의 독특한 경험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영화라는 점에서 뜻 깊은 의의를 갖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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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