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 이즈 본>의 한 장면. 잭슨(브래들리 쿠퍼)는 이미 정상급 스타가 된 앨리(레이디 가가)에게 자신이 오랜만에 만든 노래를 들려준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사실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적에 본 <스타 탄생>은 76년작이든 54년작이든 썩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의 운명이 딱히 와닿지 않았죠. 안타깝긴 해도 쇼 비즈니스라는 것이 다 그런 것이고, 게다가 모든 건 남자가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스타 이즈 본>을 봤을 때는 좀 달랐습니다. 주인공 잭슨의 선택이 사랑하는 이를 위한, 자기보다 나중에 기회를 얻게 된 이를 위한 보편적인 희생이라는 점을 좀 더 명확하게 깨닫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잭슨의 마지막 행동을 이해할 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잭슨은 타고난 재능은 넘치지만 불우한 성장 환경과 공허감을 스스로 이겨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사랑하는 앨리를 위해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은 짐이 되지 않는 것뿐이었죠. 아버지뻘 나이의 친형 바비가 잭슨을 위해 자신의 많은 것을 희생했듯이, 잭슨도 그럴 차례가 된 것입니다. 그의 선택은 <타이타닉>에서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로즈(케이트 윈슬렛)를 살리기 위해 했던 마지막 결단과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스타는 어느 날 갑자기 홀연히 나타나지 않습니다. 숱한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라는 산고를 겪은 끝에 탄생하죠.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역사는 새 세대가 이전 세대의 자리를 채우면서 이뤄졌습니다. 자식이 부모의 자리를 잇고, 제자가 스승의 자리를 채우고, 뒷세대가 앞 세대의 자리를 차지하면서요. 이것이 바로 <스타 이즈 본>이 조명한 삶의 진실입니다.
그러니 이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려면 밀려나는 쪽이 좌절감과 상실감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위치에 집착하거나, 상대에 대한 그릇된 아집을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럴 때 새 세대의 발전은 정체되고 갈등이 점점 커질 테니까요.
우리나라 청년 세대의 불만이 이만큼 높아진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는 높은 등록금과 학자금 대출, 낮은 임금 등으로 그들을 착취하고, 스펙 쌓기 경쟁에나 내몰았을 뿐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기성세대가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희생하고 미래 세대와 나눠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입니다.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려고 기를 쓰고, 집값 같은 건 떨어지면 안 되고, 자기가 믿는 신념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른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젊은이는 거의 없을 테니까요.
▲영화 <스타 이즈 본>의 포스터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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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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