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눈물로 배웅하는 폴란드 교사들.
커넥트픽쳐스
전쟁의 위협 속에 살던 아이들은 폴란드 프와코비체에서 '엄마' '아빠'라고 부르던 교사들에게 폴란드어는 물론, 악기와 춤을 배웠고, 전쟁의 상처를 치유했다. 하지만 북한의 정책 변화로 인해 1959년, 일제히 북한으로 송환된 아이들. 아이들은 폴란드에 머물고 싶어 했지만, 거부할 수는 없었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이별했던 순간을, 일생 중 가장 슬펐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북한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교사들에게 꾸준히 편지를 썼다. 연필과 공책을 보내 달라는 부탁부터, 자신을 폴란드로 다시 데려가 달라는 부탁까지. 마음이 아팠지만, 누군가 이 편지를 읽으면 아이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그저 달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한동안 오가던 편지는, 약속이나 한 듯, 1961년 일제히 중단됐다. 그리고 교사들은 아이들을 속절없이 북한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던 미안함에,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그리움에,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이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북한으로 돌아간 그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났을까? 추상미 감독은 "러시아어와 폴란드어에 능통했기 때문에 대부분 북한에서 엘리트 그룹을 형성했다고 한다. 40년 뒤 폴란드 대사가 된 분도 있고, 교환 교수로 폴란드에 돌아간 분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방송사에서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TV용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로 하면서 추가 취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들린 안타까운 소식도 덧붙였다.
▲북한으로 돌아간 아이들이 폴란드 교사들에게 보내온 편지들. 교사들은 아이들의 편지를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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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와코비체에 머물렀던 북한의 전쟁고아 중에 탈북해 남한에 살고 계시던 분이 계셨대요. 안타깝게도 지난해 간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해요. 1년만 미리 알았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이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돋았던 건, 이분이 아들과 둘이 사시다가 아들 분이 먼저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전까지 폴란드 이민을 준비하고 계셨다는 거였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어린 시절 폴란드에서 사랑받았던 기억 때문이 아닐까, 남한에서의 삶도 그리 녹록지는 않았겠구나, 생각했어요.
고향이라는 게, 사랑 받았던 기억이 있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영화가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됐는데, 본인의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폴란드 전쟁고아 출신이었다는 탈북민분이 GV에 오기도 하셨고, 아버지가 폴란드 전쟁고아 출신이라는 분도 연락이 닿았어요. 아마 영화가 개봉되면 더 많은 소식이 들려올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스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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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한 폴란드 교사들과 한국 전쟁 고아들의 이야기를 취재하며, 추상미 감독 개인의 상처 역시 치유될 수 있었다. 아이에 대한 과도한 애착으로 나타난 산후우울증은 취재를 하며 세상의 다른 아이들, 고아들을 향한 시선으로 바뀌었고, 건강하게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추상미 감독은 "개인의 상처와 아픔이 세상을 향해 발휘될 때 얼마나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추 감독은 이 영화가 "상처를 새롭게 조명하는 관점으로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폴란드 교사들이 가진 상처와 아픔의 역사가 선하게 발현된 것처럼, 우리가 지닌 한국 전쟁이나 분단의 상처를 어떻게 선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단편 영화 <분장실>(2010), <영향 아래의 여자>(2012)를 연출한 배우 출신 감독 추상미의 첫 장편 영화이기도 하다. 개인의 아픔에서 출발해 닿은 1500명 한국 전쟁 고아들의 비밀 실화.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이들의 쓰던 한국말, '엄마', '아빠', '빨리', '아이고'를 기억하고 있는 교사들과, 어머니가 프와코비체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교사였던 전 폴란드 대통령이 추억하는 어린 시절 친구들의 이야기까지.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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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 (4/5)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공식 포스터. 커넥트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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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리에 폴란드로 간 북한 전쟁고아들, 몰랐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