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많은 소녀경민 엄마를 맡은 서영화 배우가 가진 특유의 말투는 역할의 에너지를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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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의 죽음을 끝까지 응시하는 것은 영희와 엄마다. 그들 역시 이기적이기에, 스스로를 위해 서로를 경민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상대를 끝간데 없는 낭떠러지로 몰아붙인다. 그러나 그들의 발버둥이 자못 안쓰러운 것은 설사 그 것이 자신을 위한 것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가 죽음의 무게를 짊어지려는 최소한의 책임감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영희는 목소리를 잃은 것으로, 또 경민처럼 죽겠다는 위악적 다짐으로 죽음에 대한 무게를 짊어진다. 엄마는 아무도 반기지 않는 학부모 모임에 '(자살한) 경민의 엄마'로 참석하고, '(자살한) 경민의 장학금'을 학교에 기부하겠다는 모두가 뜨악해하는 제안을 한다.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경민이 죽은 원인을 되묻고, 끊임없이 괴로워한다.
<죄 많은 소녀>는 '상실'에 대한 각자의 태도를 깊이 성찰하고 묻는다. "물건이든 존재든 어떤 '상실'은 크고 작은 파장을 불러오기 마련이고 그것의 묵직하고도 깊은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한다"는 전여빈 배우의 말처럼 경민의 상실은 각자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영화는 상실을 겪어내는 각자의 이기심과 죄책감을 저 깊은 곳까지 성찰하게 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으로 이 영화를 찍은 김의성 감독은 '필사적으로 자신과 가장 먼 답을 도출해내려는 가냘픈 인간성을 탐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배우와 감독의 말은 이 무시무시한 영화를 해석하는데 중요한 지침이 된다. 영화는 어떠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도 담고있진 않지만, '상실'을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 304명이 죽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도 한다. 힘 있는 스토리 라인과 에너지 넘치는 연출은 물론 선우정아의 사운드트랙도 인상적이다. 감독과 배우 모두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영화다.
▲죄 많은 소녀<죄 많은 소녀>는 시체스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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