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림 어웨이>(Dreamaway)의 한 장면
요하나 돔케- 마루안 오마라
- 비행기 테러참사이후, 샴 엘 세이크 휴양도시는 어떻게 변해갔나.마루안 감독 : "비행기 테러 전인 2011~2013년 사이만 해도, 카이로에서 차로 7시간 거리에 있던 이 휴양지는 사업을 하기엔 나름 안전한 곳이었다. 정치적으로 불안했던 수도 카이로와 북부와는 달리, 이곳은 외진 지형이 보호막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고, 시시 대통령이 권력을 쟁취하면서 이곳도 관광객들에게 위험지역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부 관광객들은 여전히 이곳을 찾았으나 2015년 비행기 참사이후에는 완전히 발길을 끊었다. 이 테러는 현지 경제를 참혹하게 파괴했다. 주요 방문객이었던 러시아, 영국, 이탈리아의 비행편이 단절되었다. 2010년 한해 6백만 명에 이르렀던 방문자 숫자가 점점 감소하더니 최근엔 2천 명에 그쳤다.
과거에는 300여개의 호텔이 즐비했으나, 이젠 몇 달에 한 번씩 폐업을 한다. 아울러 더 이상 필요 없어진 호텔 직원들은 집으로 돌려보내지고 있다. 우리 아버지도 관광 쪽에서 근무하셨는데, 1990년대에 우리 가족은 테러리스트를 피해 전학과 이사를 반복해야 했다.
참고로 관광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주 수입원은 관광객들이 주는 팁이다. 관광객이 없어지면 수입도 없어지는 셈이다. 호텔 측에서는 기본급만 지급하는데 실수입의 10~20%에 그친다. 그러니 대부분의 서민들은 기존 수입의 10~20%에서 생계를 유지하거나, 귀향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아주 열악하고 참혹한 노동현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 영화에 출연한 호텔 직원들의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요하나 감독 : "우리는 샴 엘 세이크에 직접 가서 적당한 인물들을 물색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을 이렇게 직접 얻어냈다. 흥미로운 캐릭터를 발견하기도 했으나 영화 출연을 거절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일부를 극화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이후 참여자들이 늘어났고, 영화 출연을 편안하게 생각했다."
-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흥미로운 혼합이다. 이런 형식을 취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마루안 감독 : "많은 극영화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더 사실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한다면 우리는 반대의 경우에 해당한다. 우리는 진실과 본질에 더 가깝게 접근하기 위해, 가능하면 많은 극적인 요소와 장식을 사용하려고 했다. 우리 주인공들이 전하는 이야기의 본질은 솔직하지만, 정확히 어떤 내용이 극적인 요소인지는 출연자 보호를 위해 공개하기 어렵다.
내가 이해하는 다큐멘터리의 정의는 '감독의 관점에서 바라본 현실의 반영'이다. 우리는 샴 엘 세이크를 거짓과 위선의 도시라고 느꼈다. 사람들은 거기에 가서 연기를 한다. 매주 전혀 다른 인격과 특성을 드러낸다. 우리는 허구적 요소를 이 도시의 현실을 알기 위한 윈도우로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이런 방식의 묘사는 스토리, 도시, 캐릭터, 그들의 꿈과 노력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 출연자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은, 동성애를 비롯한 성소수자, 이성의 마사지 제공 등이 문화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아서인지.마루안 감독 : "이집트에서 남성은 여성에게 마사지를 제공할 수 없게 되어있다. 호텔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비밀스럽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가끔 마사지 이상의 서비스가 되기도 한다. 아내 이외의 여성의 몸을 만지는 것은 이슬람에서 금하는 사항(하람 Haram)이기 때문에 가족에게도 본인의 직업을 비밀로 하게 되는 것이다."
- <드림 어웨이>(Dreamaway)라는 제목이 영화에 잘 어울린다. '감독과의 대화'에서 주인공들이 꿈과 환상 사이, 림보상태에 있다고 언급했는데 그들의 꿈이 너무 비현실적이거나, 실현되기 어려워서 환상처럼 느껴진다는 의미인지.요하나 감독 : "정확한 지적이다. '드림 어웨이'는 꿈에 의해 넋을 잃게 될 수도 있고, 이 꿈이 이미 사라졌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마루안 감독 : "이 제목은 우리에게 다양한 것들을 사유하게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꿈인지, 너무 먼 꿈이어서 절대로 가능성이 없는 꿈인지, 아니면 노력이 필요한 현실적인 꿈인지, 등등. 영화 속 주인공들은 본인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모두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목표는 있으나, 이 꿈이 현실화될지 알 수가 없다. 관광객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게 언제가 될지 의문인 것이다. 그들은 내년 겨울이면 관광객들이 올 것이다든지, 아니면 다음 크리스마스께, 아마 부활절에는 올 것이다 라며, 끊임없이 희망을 불어넣는 이들의 약속을 들으며 세월을 보낸다."
- 한국에 '희망고문'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회와 정치인의 헛된 약속들로 희망을 품어보지만 결국 고문처럼 느껴진다는.
마루안 감독 : "그거 아주 좋은 표현이다. 맘에 쏙 든다."
"하루하루 먹고 살 돈이 있는지 챙기기도 정신이 없다"
▲영화 <드림 어웨이>(Dreamaway)의 한 장면
요하나 돔케- 마루안 오마라
- 이집트혁명으로 전 대통령은 권좌에서 끌어냈지만, 현재 군사독재와 심한 경제 불안정의 문제에 처해있다고 들었다. 현지인들은 이집트혁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마루안 감독 : "물론 내가 아는 지인들이 이집트 국민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현재 너무 우울한 상황이라 역사적 평가를 할 여력이 전혀 없다. 현 상태가 좋은지 나쁜지, 혹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나 평가조차도 사치스러워 보인다. 이집트파운드(EGP)의 화폐가치는 심각히 떨어져서 2년 전 1유로가 8EGP였는데 지금은 20EGP다. 2년 전 석유 1리터는 1.5 EGP였는데 지금은 5.5 EGP로 몇 배나 올랐다. 전기세도 지난 2년간 50% 이상 증가했다. 석유 값이 올라가니 운전이나 교통비도 덩달아 올라갔다. 이런 급작스런 인플레이션으로 서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하루하루, 먹고 살 돈이 있는지 챙기기에도 정신이 없다."
-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마루안 감독 : "몇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희망고문에 대해서 한 마디 한다면... 아마도, 그 원숭이는 당신의 대통령일 수도 있다. 그는 공기가 가득한 풍선일 수도 있고, 플라스틱으로 된 허구일 수도 있다. 우리가 그를 심각하게 여겨야 할까 말까. 아울러, 유럽은 천국도 아니지만, 지옥도 아니다. 또한 우리는 꿈을 꿀 수 있는 자유도 있고, 그 꿈을 실현할 능력도 있다. 현실은 충분히 가혹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고, 계속 함께 싸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요하나 감독 : "서양인의 관점으로 말하겠다. 두려움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이런 두려움은 서구사회가 가질 수 있는 일종의 사치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두려움은 큰 영향을 끼친다. 두려움은 미디어와 정치인에 의해 체계적으로 강화된다. 전 세계가 미디어와 이미지를 이용해 두려움을 조장하고 있다.
또한, 아랍인들은 어딜 가나 가해자 내지 테러리스트로 자동적으로 인식된다. 사실 그들 대다수도 테러리스트들을 무서워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그들은 편견이라는 2차 피해로 두 번 테러를 당하는 셈이다. 이 비행기 참사를 보더라도, 사실 테러공격으로 사망한 승객들 이외, 가장 큰 피해자는 현지의 아랍인들인 것이다."
이집트 영화 평단에서는 "2018년 가장 중요한 이집트 다큐멘터리 영화"라고도 호평을 받은 이 영화는 유난히 형식이 독특해 기억에 남기도 했으나, 내게 제일 흥미로웠던 점은 여러 명의 평범한 노동자들의 삶이 주요 소재이고, 그들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것이었다.
돈 벌어서 모친의 병원비로 송금하기 바쁜 디제이 타키(Taki)는 해외 취업을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음을 잘 안다. 담배를 피우며 택시기사에게 자기 신세를 한탄하는 젊은 여성 쇼사(Shosha), 파티를 좋아하는 미화원 호레야(Horreya), 전직 배우였으나 더 많은 보수를 원해 이사했던 알라(Alaa),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는 지론을 가지며, 애정문제에 관심이 많은 살아있는 동상 엔터테이너 라미(Rami), 언젠가 운명이 자신에게 미소 짓기를 바라지만 하루하루가 힘겨운 운전사 마헤(Maher). 이 모든 젊은 노동자들에게 이집트는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현실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트럭 뒤에 탄 거대한 원숭이 인형과 대화를 하며 자신의 소망을 내보인다. 이 큰 인형은 감독이 조심스레 언급한 절대권력, 즉 대통령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정치소재가 가장 예민한 검열 일순위인 나라다 보니, 감독은 아마도 이런 형식을 차용할 수밖에 없었을 듯하다.
30%에 육박하는 청년 실업률... 이것의 의미
▲영화 <드림 어웨이>(Dreamaway)의 한 장면
요하나 돔케- 마루안 오마라
몇 년 전, 민주주의에 대한 뜨거운 열망으로 시작되었던 '아랍의 봄'은 이집트에서 현재 차디찬 한파를 겪으며 반동의 시간을 겪고 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의 현직 대통령 시시 (Abdel Fattah El-Sisi)는 '절대권력'의 대가로 정치적 안정과 경제성장을 약속하며 집권했으나, 이 모든 부문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011년 이집트에서 아랍의 봄의 도화선이 되었던 대부분의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했다. 30%에 육박하는 청년 실업률은 이를 잘 말해준다.
실제로 국제노총 (ITUC- International Trade Unions Confederation)의 통계에 의하면, 이집트는 2015~2016년간 세계 최악의 노동조건을 가진 10개국 중 하나다. 중국, 콜롬비아, 과테말라, 파키스탄, 카타르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친미 성향이 강한 시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그의 지나친 인권탄압은 미국정부의 공식비난을 받기에 이른다. 최근 미 국무부의 인권보고서에 의하면, 이집트 정부는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부당한 살인과 고문을 해왔다.
국제인권감시기구인 휴먼라이츠와치는(Human Rights Watch)는 지난해 시시정권의 '반정부 집회 금지, 수감자 고문, 언론의 자유 탄압'등 전반적인 인권탄압 상황을 보고했다. 특히 "인권 활동가의 재산몰수 및 여행금지는 물론이며 자유로운 노조활동을 금지하고 파업 참가자들을 탄압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시시 대통령의 얼굴이 티셔츠나 큰 광고판에도 애용될 정도로 그를 열렬히 지지자하는 이들도 있으나, 안타깝게도 이집트는 군사 독재정권으로 회귀한 상태임이 분명하다.
한국에서 현재 이집트 난민 신청자들이 청와대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 중이라고 들었다(관련기사 :
단식농성하는 이집트 난민의 눈물..."한국정부는 법을 지키라"). 이집트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자유와 정의를 외치던 활동가들은 현재 억압, 수배, 살해당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미디어를 통해 가해자로만 인식되는 난민들. 테러리스트로 인한 극심한 고통으로 고향을 떠난 이들이 새로운 터전으로 삼으려는 곳에서 더 상처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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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휴양지 위에서 폭발한 비행기, 더 끔찍했던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