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시바티에서의 마지막 나날들> 스틸컷다큐멘터리 <시바티에서의 마지막 나날들> 스틸컷
EBS 국제다큐영화제
03.촬영 기간 내내 함께한 어린 소년 조우 홍 역시 자신이 태어나 자라난 마을을 사랑하고 있다. 수박 과일 장사를 하는 어머니를 도와 가판대를 설치하는 소년에게 시바티는 초라한 동네가 아니라 따뜻함과 정서적 안정을 주는 곳이다. 가지 말라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일월광 광장으로 향하던 날, 그는 자신과 달리 전자 오락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좋은 옷과 좋은 가방을 가진 또래 아이들을 만난다.
역시나 그들은 소년과 함께 어울리려고 하지 않고, 바닥마저 반짝거리는 일월광 광장에서 초라함을 느낀 홍은 마을로 돌아가 줄넘기나 해야겠다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시바티를 좋아하는 마음을 내려다 볼 수는 없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지키기 위해, 미래를 잃은 채 마약을 하며 오늘을 보내는 이들을 교화하기 위해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또 한 사람. 촬영 기간 내내 감독을 '프랑스 친구'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대해줬던 리안 부인 역시 이 마을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일월광 광장의 사람들이 보면 쓰레기나 주우러 다니는 못사는 마을의 노인 정도로 여길지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의 삶과 시바티에서의 시간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녀에게 철거와 재개발이란 자신이 좋아해 모아온 수집품들을 처분해야 하고, 사랑하는 동네를 떠나야 해서 슬픔을 주는 일일 뿐이다.
이처럼 헨드릭 감독은 시바티 지역의 철거 상황이나 과정의 문제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는 직접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 함께 생활하고, 그들의 삶을 지켜보며 지나온 것들의 삭제와 새로운 것의 생성이 만들어내는 묘한 감정들을 이 다큐멘터리에 담아내고자 한다. 이 과정은 감정의 삼각주가 형성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과도 같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감정과 새로운 것에 대한 감정의 출발점은 분명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04.감독은 자신의 터전이 사라지는 일에 대해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면서도 중앙당의 결정에 순응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전에 느끼지 못한 복잡한 감정과 마주하게 되었을 것이다. 시바티의 주민들은 담담히 주택관리국으로 나가 자신이 앞으로 살게 될 아파트를 배정받는다. 동일한 상황에 대한 다른 대처를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경이롭다. 한편으로는 순박하다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순수하기도 하다. 홍의 부모가 원하는 아파트의 조건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되는 저층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집에 바라는 그들의 요구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다시 홍과 만난 감독은 그가 이사하게 될 집으로 향하는 장면을 작품 속에 담는다.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지하철을 타고, 어릴 적 우리가 기차 여행을 하듯 아버지로부터 콜라 하나를 건네 받은 홍의 표정. 새로 지어진 산업단지의 웅장함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산업화의 대표적인 대상일 것인데 홍은 자신이 살게 될 초고층 아파트에 들어서서도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일월광 광장에서 느낀 초라함을 씻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시바티를 사랑했던 것이다. 어린 그에게도 이런 감정의 대상이 되어준 시바티가 더 오래된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리가 있을까.
▲다큐멘터리 <시바티에서의 마지막 나날들> 스틸컷EBS 국제다큐영화제
05.
다큐멘터리 <시바티에서의 마지막 나날들>은 이 지역이 개발되기 전의 모습도 아니고 개발이 끝난 후의 모습도 아닌, 철거로 인해 그저 황폐해진 시바티 지역의 어중간한 시점의 모습을 비추며 끝이 난다. 감독의 그런 선택은 이 작품이 어떤 목적을 갖고 완성되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주는데, 이는 사라져 가는 시바티 지역에 대해 마지막까지 특정한 결론을 짓지 않으려는 모습과도 같다.
지금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무작정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모습에 대한 비판,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들이 곧 누군가의 자부심이자 빛이 되어가는 과정의 안타까움과도 같은 것들. 그는 그저 시바티에서의 마지막 나날들을 보여줌으로써 그 모든 혼재된 감정들을 모두 꺼내고 싶어하는 것 같다.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답을 내릴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