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모리야마 씨> 스틸컷
EBS 국제다큐영화제
그런 그의 삶을 단순히 그려내기만 했다면 이 다큐멘터리가 갖는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작품의 두 감독은 그런 그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자신들이 연출하는 작품 또한 그의 삶과 아주 유사하게 매치시켜 나간다. 작품 내부(대상)의 모습과 작품 외적인 모습의 일치를 통해 관객이 작품이 바라보는 대상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인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작품 자체가 낯설어 보일 수밖에 없다.
작품은 마치 조각난 천을 모아 이어 붙인 듯,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 하다가 그와 얽혀 있는 장면들을 스틸컷처럼 모아 보여주는 장면들이 몇 차례나 이어진다. 그가 책을 사랑한다는 대목에서는 집안 곳곳에 놓인 책을 보여주고, 이 작품 촬영 열흘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강아지의 이야기를 하면서는 마을 골목마다 놓인 강아지 모형을 들여다 보는 식이다. 그의 집이 전면 유리로 이루어져 있는 것마냥, 날 것 그대로의 연출도 감추지 않고 모두 드러낸다. 일본인 모리야마 씨와 이탈리아인 일라 감독이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장면들은 물론, 민들레 홀씨를 날리며 좋아하는 장면들도 말이다.
05.모리야마 씨는 촬영 막바지에 이르러 두 감독과의 헤어짐을 앞두고 일본인들만의 독특한 사유 중 하나인 '와비사비'를 알려준다. 와비사비란 성장하고 쇠퇴하는 미완의 인생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삶의 한 방식으로, 이는 관객들이 작품 속 모리야마 씨의 행동을 보며 어렴풋이 느껴왔던 어떤 분위기의 총체와도 같다.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단 한번도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힌 적이 없었으며, 촬영 당시 35도의 무더운 날씨에도 그저 묵묵히 감내해내는 모습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모리야마 씨>가 하고 싶은 말은 삶의 즉흥성에 대한 것과도 같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였을 어머니와 아끼던 반려동물을 떠나 보내야 했던 두 번의 이별은 물론, 집을 해체하며 6개의 구조물을 임대하고 만난 사람들(세입자)과의 관계, 노이즈 뮤직이라는 독특한 취향으로 시작된 이 다큐멘터리까지. 그의 삶에 찾아 온 모든 일들이 전혀 계획하지 못했던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이 모든 것들을 외부의 사건으로부터 개인이 겪는 피동적 상황, 어쩔 수 없이 '당하는 일'이라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이 모든 것들을 '즉흥성'으로 바꿔내는 힘은 역시 모리야마 씨의 삶의 태도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06.
▲다큐멘터리 <모리야마 씨> 스틸컷EBS 국제다큐영화제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 매미에 관련한 시퀀스가 인상적이다. 러닝타임 내내 주시하던 모리야마 씨와는 전혀 관계도 없는 부분인데 갑자기 등장한 이 장면. 세상 밖으로 나와서는 열흘 밖에 못 살지만 땅 속에서 3년을 견디는 매미에 대한 마을 주민의 설명은 어쩐지 모리야마 씨의 삶을 설명하는 듯 하다. 작품 속에 모두 담기지는 않았지만, 모리야마 씨가 지금의 삶을 살기까지 어쩌면 매미의 삶과 비슷한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지 않았을까 하는 듯한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은 작품에서 유일하게 모리야마 씨의 행위로부터 설명되는 것이 아닌, 두 감독에 의해 표현되는 장면이라는 점 역시.
일주일간 모리야마 씨와 함께 지내며 이 작품을 완성시킨 두 감독은 그의 삶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즉흥적으로 시작된 다큐멘터리의 시작과는 너무나도 이질적이게 들리는 한 문장이다.
"그의 집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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