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면서 시작된 프리미어리그 중계 덕분에 국내에는 골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늘어났다. 당시 퍼거슨 감독의 지휘 아래 맨유가 보여주던 압도적인 강팀의 아우라는 많은 축구 팬들의 머릿속에 깊이 간직돼 있다.

1990~2000년대를 호령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브랜드 가치가 여전히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차지한 레알 마드리드(2위)보다 높은 1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8억9500만 달러, 레알 마드리드: 15억7300만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강렬한 붉은색 유니폼이 축구팬들에게 주던 가슴 두근거림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기대와 설렘이 있어서 퍼거슨 감독이 은퇴를 선언한 이후에도, 많은 '빅 네임'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성에 반해서 새롭게 리빌딩하는 팀으로 이적해왔던 것이다. 또한 전 세계의 팬들이 맨유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였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애정이 있기 때문에 실망 또한 많았던 것이다.

과거 어느 스포츠 매체가 맨유를 자극적인 기사 제목의 소재로 쓰거나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다. 리버풀과 맨유, 혹은 맨유와 맨체스터 시티의 라이벌 구도로 인해 높은 조회 수와 많은 댓글 수를 겨냥한 것처럼 보였다. 한때는 이런 경향이 과도하다고 생각했다.

 우승 트로피 들고 환호하는 맨체스터시티 선수들.

우승 트로피 들고 환호하는 맨체스터시티 선수들. ⓒ EPA/연합뉴스


하지만 "돈으로 품격을 살 수 없다"고 말하던 맨체스터의 전 주인들의 말이 힘을 잃어간다는 주장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성적 등을 보자면, 맨체스터의 주인은 점점 붉은 유니폼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맨체스터 시티에게 넘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끊이지 않는 잡음

프리미어리그 2R 경기에서 맨체스터 두 팀은 각각 지난 시즌 승격팀인 허더즈필드와 브라이튼을 상대했다. 결과는 각각 맨체스터 시티의 6-1 승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3 패배였다.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상대와 펼친 경기에서 나온 결과였기에 굉장히 상징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벨기에 안더레흐트의 콘스탄트 반덴 스톡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 ⓒ EPA/ 연합뉴스


모리뉴 감독에게는 2년 차에 우승을 하고 3년 차에는 팀 내부적으로 선수단이나 경영진과 문제가 발생한다는 징크스가 있다. 모리뉴는 첼시와 레알 마드리드 시절 모두 3년을 넘기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맨유에서는 2년차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3년차의 팀 내부 문제 징크스는 현재 유효한 듯하다.

물론 마티치, 발렌시아, 에레라 등의 에이스 선수들의 부상 이탈과 월드컵으로 인해 훈련에 늦게 참여한 선수들로 인해 온전히 시즌을 준비하지 못했다. 이에 무리뉴 감독이 억울함을 토로하는 점은 이해할 만하다. 맨시티 또한 데 브라위너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지만, 이미 선수단의 두께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훨씬 탄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수 이탈은 충분히 메울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 맨유 꺾고 UEFA 슈퍼컵 2연패 (2017년 8월 9일)

레알 마드리드와 맨유 경기 장면(2017년 8월 9일) ⓒ EPA/연합뉴스


게다가 영입하고 싶은 선수가 5명(알렉스 산드로, 알더웨이럴트, 윌리안 등)이 있다고 지난 시즌부터 말했던 무리뉴 감독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 동안 단 한 명의 선수도 품에 들이지 못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이름값 하나만으로 선수들이 발 벗고 나서서 들어오던 시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제는 '영입 전문가'로 널리 소문난 AS로마의 몬치 단장을 데려오려 한다는 기사가 나오는 걸 보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우라가 어느 정도로 떨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경영진과의 불화, 주축 선수들과의 불화(포그바, 마시알), 라이벌 팀인 리버풀과 맨시티의 승승장구는 점점 무리뉴 감독의 목을 조여오고 있다. 게다가 항상 언론과의 사이가 좋지 않은 무리뉴 감독에게 이런 상황이 찾아왔을 때, 많은 언론이 무리뉴 편을 들어주기보단 더욱 강하게 비판할 뿐이다.

맨체스터를 푸른색으로 물들이는 맨시티

EPL 맨시티, 첼시에 1-0 승리 지난 3월 4일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 첼시 FC와의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르로이 사네(오른쪽)가 공을 차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의 르로이 사네(오른쪽) ⓒ 연합뉴스/EPA


스포츠팀 브랜드 가치 1위는 그냥 나오는 결과가 아니다. 역사, 전통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맨유가 계속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전통이 있기 때문에 당장 SNS 팔로워 숫자만 보더라도 맨시티는 맨유의 상대가 되질 않는다(맨유: 7345만 명, 맨시티: 3526만 명). 잘 나가던 과거부터 전 세계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마케팅해온 맨유의 결과물이다.

최근 리그 성적이 좋지만, 맨시티는 여전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리그만큼의 아우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역사를 가진 많은 맨유 팬들이 '돈'을 언급하면서 '품격'을 논할 수 있는 자신감 또한 이런 전통에서 나온다.

하지만 최근 맨유의 문제점은 붉은색 유니폼을 볼 때 느끼던 아우라와 설렘은 점점 사라지고, 답답함이 느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6골을 넣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지난 시즌 리그 최대 득점 경기는 4득점이다). 라포르테, 콤파니, 스톤스라는 막강한 센터백 3명으로 무장할 수 있는 맨시티 앞에서 린델로프와 바이라 조합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다소 초라하고 불안해 보인다.

맨시티의 시원한 하늘색 유니폼 색깔만큼이나 시원시원한 경기력은 '돈'을 논하며 맨시티를 비판하던 사람들의 마음마저 움직이고 있다. 아무리 축구가 상업적으로 점점 더 많은 연관성을 가지고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은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는 결과들이다.

맨시티에게 아직 역사와 전통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맨체스터의 아우라는 과거의 영광으로 남을 수도 있다. 맨체스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전 세계 사람들에게 빨간색이 아닌 하늘색이 떠오르는 날이 머지 않아 찾아올지도 모른다.

맨시티, EFL컵 4강 1차전서 브리스톨시티에 2-1 역전승 맨시티는 지난 1월 9일 열린 EFL컵 4강 1차전서 브리스톨시티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사진은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호셉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호셉 과르디올라.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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