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약속>감동의 박수 물결 삼성 직원의 백혈병 문제 다른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된 6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 CGV에서 영화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삼성반도체 피해자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와 노회찬 정의당 전 의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영화를 관람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로 일하다가 부당함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종범 씨의 부인 이미희 씨와,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 등 삼성 관련 피해자 가족과 삼성 반도체 재해 문제를 고발해 왔던 이종란 노무사도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 <또 하나의 약속>감동의 박수 물결 삼성 직원의 백혈병 문제 다른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된 2014년 2월 6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 CGV에서 영화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삼성반도체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와 노회찬 정의당 전 의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영화를 관람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로 일하다가 부당함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종범 씨의 부인 이미희 씨와,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 등 삼성 관련 피해자 가족과 삼성 반도체 재해 문제를 고발해 왔던 이종란 노무사도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 유성호


"누가 봐도 산재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안을 10여 년이나 끌게 만들고, 상시적으로 필요한 안전업무를 외주화하겠다는 공기업의 태도가 12년 동안이나 용인된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당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전하려던 메시지 중 일부다. 그는 마지막까지 조정합의가 이뤄진 "삼성전자 등 반도체사업장에서 백혈병 및 각종 질환에 걸린 노동자들"과 "10여년의 복직투쟁을 마감하고 180여명이 코레일 사원으로 입사"하게 된 KTX승무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려고 했었다.

노회찬 원내대표의 사망 직후 그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공식석상에서 전하려던 메시지가 오랫동안 대기업과 공기업과 투쟁을 이어왔던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를 위한 것이었음은 '정치인 노회찬'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과거 공개된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사진 속에는 지난 24일 열린 '삼성전자-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중재 합의서명식'에서 기어이 눈물을 흘리던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와 고 노회찬 원내대표가 앉아 있다. 그것은 지난 2014년 2월 <또 하나의 약속> 시사회 장에서 나란히 앉아 감동어린 얼굴로 박수를 치던 두 사람이 포착된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지난 25일 노회찬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기도 했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첼로를 켜는 정치인'으로 유명하기도 한 노회찬 원내대표는 사실 고등학교 시절 개봉 영화를 모두 섭렵했다던 '영화광'으로도 친숙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여야 정치인들이 함께 한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모임' 소속 영화인이기도 했고, 개봉 영화 '관객과의 대화'에 나설 만큼 영화에 대한 조예가 깊었다. 더군다나 그가 언급하고 시사회에 참석했던 영화들의 면면은 인간으로서, 정치인으로서 그의 관심사가 어디로 뻗어있었는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영화광, 영화의 친구, 노회찬

"영국 시장으로 켄 리빙스턴이라는 사람이 있다. 부자들이 벌벌 떨었다. 그래서, 대처 수상이 런던광역시를 없애 버렸을 정도다. 켄 리빙스턴은 런던 교통문제, 일자리 문제, 부당해고 문제 등 많은 문제를 해결했다.

이명박 정권 극복을 2012년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제 출마의 주요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저의 강점을 굳이 얘기하려면, 저는 서울시민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후보보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관심과 열정이 많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2009년 11월 한 토론회에서 당시 진보신당 대표였던 노회찬 대표는 영국의 예를 들며 서울시장 선거 출마의 이유를 위와 같이 밝혔다. 그 대처 수상의 민영화 정책에 극렬히 반대했던 영화감독이 바로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이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2016년 12월 그 켄 로치 감독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자신만의 영화 이야기를 들려줬다. 특히나 노동운동가로 활동을 시작, 노동자와 약자를 위해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온 노 의원은 민영화와 허점 많은 복지 정책에 시름하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연대에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지 않았나 싶다.

마찬가지로 고 황상기씨의 실화를 그린 <또 하나의 약속> 시사회에서도 노 의원은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영화의 제작과정부터 지켜봤다고 밝히기도 한 노 원내대표는 역시나 삼성 반도체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의 '관객과의 대화'에 게스트로 참석해, 삼성 반도체 문제와 반올림의 투쟁에 응원을 보낸 바 있다.

노회찬 원내대표의 관심은 국내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같은 해 재일 조선인 고등학교인 오사카조선고급학교(오사카조고) 럭비부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60만 번의 트라이> 시사회에는 유시민 작가와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노 원내대표와 유 작가는 당시 일본 조선학교 고교무상화와 재일 조선인 문제 등 폭넓은 이슈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당시는 두 사람이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함께 출연한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시작하기 전이었다. 이 작은 인연에서도 고인이 된 노회찬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은 유시민 작가의 오열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영화의 친구'가 관심을 응원했던 영화들

이 뿐만이 아니었다. 노회찬 원내대표가 응원했던 영화들의 면면은 그의 폭넓은 관심사는 물론 그가 한국사회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또 어떤 철학을 지녔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외화부터 독립영화, 상업영화를 가리지 않은 노회찬 원내대표의 영화사랑은 그를 '영화의 친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가 시사회에 참석하고 또 응원했던 것으로 알려진 영화들의 면면만 봐도 그러하다.

황우석 사태와 < PD수첩 > 제작진의 실화를 극화한 임순례 감독의 <제보자>나 미 정보기관의 기밀을 전 세계에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실화를 영화화한 <스노든>은 삼성X파일 사건으로 오래도록 고초를 겪은 그였다면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영화였으리라.

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87년 민주화 항쟁의 소용돌이를 극화한 <1987>이나 노동계 선배이자 민주화 운동을 함께한 고 김근태 전 의원의 실화를 영화화한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 80년 5월을 소재로 한 강풀의 원작 만화를 영화로 옮긴 <26년>은 한국 진보의 역사와 함께했던 진보정치인 노회찬의 관심사를 엿보게 한다.

이렇게 '영화의 친구'였던 노회찬 원내대표. 그의 황망하고 안타까운 죽음에 수많은 영화인들이 슬픔과 애도를 보내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리라. 한국영화계는 그렇게 앞선 '영화광 정치인'을, '영화의 친구'를 잃었다. 더없이 진지했고, 한없이 유쾌했으며, 사춘기 시절부터 영화를 아끼고 사랑했다던 노회찬을.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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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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