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사이클링을 기록한 경남고 3학년 김현민(18)은 이미 지난해부터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다. 작년 대통령배에서 타격상을 받은 이후의 김현민

올해 첫 사이클링을 기록한 경남고 3학년 김현민(18)은 이미 지난해부터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다. 작년 대통령배에서 타격상을 받은 이후의 김현민 ⓒ 김현희


한 경기에서 4안타를 기록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를 넘어 한 경기에서 홈런과 3루타, 2루타, 안타를 동시에 기록하는 것은 단순히 타자의 컨디션이 좋기만 한다고 해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 날 경기의 상황 그리고 상대 수비 위치 등을 모두 감안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진기록이다. 이를 흔히 국내에서는 '사이클링 히트'로 표현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야구를 즐기는 이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으나, 적어도 미국에서는 '사이클링 히트'라는 말이 없다. 정확한 표현은 '히트 포 더 사이클(Hit for the cycle)'로, 이를 국내와 일본에서 변형된 형태로 쓴 것이 사이클링 히트다. 이에 대해 허구연 MBC SPORTS+ 해설위원은 본인의 저서(허구연과 함께 프로야구 10배로 즐기기)에서 '사이클을 기록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표한 바 있다. 재미있는 것은 축구에서만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해트 트릭(Hat Trick)'이 사실은 야구의 사이클링도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축구에서 한 선수가 세 골 이상 넣기 어려운 것처럼, 야구에서도 한 선수가 자신의 힘으로 1, 2, 3루, 홈 플레이트를 모두 밟는 것이 어려움을 공통적으로 표현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희귀한 사이클링... 고교야구서 벌써 올해 두 번이나

그렇기 때문에, 프로야구에서 사이클링 기록을 볼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에는 서건창(넥센), 정진호(두산), 버나디나(KIA)가 대기록의 주인공으로 기록된 바 있고, 올해에는 지난 5월 29일 대구 삼성전에서 외국인 타자 로하스(KT)가 사이클링을 기록했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 이후에는 단 25번밖에 나오지 않았고, 강한 타자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기록이 사이클링이다.

그런데, 이 보기 힘들다는 사이클링이 올해 국내 고교야구에서는 두 번이나 나왔다. 이미 후반기 주말리그 시작과 함께 경남고 유격수 김현민(18)이 기록했고, 6월 4주 일요일 경기에서는 순천효천고 외야수 김민수(18)가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프로가 아닌 고교레벨에서 대기록을 작성한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느냐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프로 스카우트 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사이클링의 경우, 방망이 실력이 어떻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준 만큼 기본이 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이클링을 기록한 부천고의 윤정빈(19)도 부진한 팀 성적에도 불구하고 삼성 지명을 받았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사이클링을 기록한 경남고 유격수 김현민은 이미 지난해부터 방망이 실력을 검증 받은 유망주였다. 특히, 2학년의 몸으로 참가한 대통령배 대회에서 불방망이 실력을 자랑, 타격상을 받기도 했다. 유격수와 2루수 수비가 모두 가능하지만, 지난해에는 석정우(연세대)와 같은 빼어난 3학년들이 많아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명타자나 1루수로만 출장했다. 김창평(광주일고), 박민석(장충고), 이현(북일고), 양우현(충암고) 등과 함께 올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격수 재원으로 손꼽힌다.

 올해 두 번째로 사이클링을 기록한 순천효천고 외야수 김민수

올해 두 번째로 사이클링을 기록한 순천효천고 외야수 김민수 ⓒ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순천효천고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김민수는 올해 본인의 상황이 지난해 사이클링을 기록한 윤정빈과 비슷했다. 그동안 순천효천고가 전국무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쳐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유승철(KIA)-박성한(SK) 이후 지난 한 해 동안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 준 유망주가 없었음을 감안해 보았을 때 김민수의 등장은 서창기 감독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고교 생활 내내 홈런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첫 타석부터 홈런을 기록했다는 점에 꽤 주목할 만하다. 팔목 힘이 좋아 언제든지 장타도 노려볼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둘은 2019 신인 우선지명 발표일에 앞서 대기록을 세웠다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이들의 등장이 2차 신인지명 회의에서 어떠한 지각 변동을 일으킬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사이클링이나 노히트노런과 같은 대기록을 세운 선수들은 일단 지켜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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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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