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 확정된 사우디... 허무하게 끝나버린 '도전'

[러시아 월드컵] A조 2차전, 우루과이 사우디에 1대0 승리... 16강 진출 확정

무리한 아집의 결과물은 참혹했다. 지난 1차전과 동일한 전술과 전략을 들고 나온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는 비효율적인 축구만을 고집하며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21일 0시(한국 시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A조 2차전 우루과이과 사우디의 맞대결에서는 전반 23분 수아레스의 결승골에 힘입은 우루과이가 1대0 승리를 거두며 러시아와 함께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수아레스는 A매치 100번째 경기인 센추리클럽 가입을 자축하는 득점포로 그 의미를 더했다. 반면 사우디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득점에 성공하지 못한 채 이집트와 함께 조별 예선 조기 탈락의 수모를 맛봤다.

급한 쪽은 사우디였다. 사우디는 지난 1차전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굴욕적인 0대5 대패를 당했다. 당시 전반 12분 만에 가진스키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불안한 출발을 알린 사우디는 전반 막판과 후반 막바지 수비가 크게 무너지며 4골을 추가 실점했다. 심지어 패배 이후 사우디 축구 협회가 러시아전에 나선 선수들을 징계할 수도 있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로 현재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이른 시점에 빠른 득점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했다.

사우디는 강한 모험수를 들고 나왔다. 우선 선발 멤버의 변동이 컸다. 선발 출전 선수 중, 지난 러시아전과 비교해 무려 4명의 선수의 얼굴이 바뀌었다. 자칫 잘못하다 조별 예선 조기 탈락이라는 비참한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고도 선택한 어쩔 수 없는 변화였다.

사우디는 경기 초반 공격적으로 나섰다. 라인을 올리면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공격에 많은 힘을 실었다. 공격수들이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며 우루과이 수비수들을 좌·우로 크게 흔드는 등 균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양측 윙백인 알 샤흐라니와 알 부라이크가 높은 위치까지 올라오면서 윙어의 역할을 수행했고, 좌·우 윙어로 출전한 알 다루시리와 바흐비로는 오히려 가운데로 접고 들어오면서 측면과 중원, 모두에서 숫자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갔다.

하지만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에는 지난 1차전과 변동이 없었다. 그렇기에 결과도 패배로 똑같이 수렴하고 말았다. 사우디는 러시아전에서 부정확한 패스와 크로스를 남발했다. 이는 그들의 무리한 플레이의 결과였다. 물론 러시아의 개성 넘치고 조직력 넘치는 경기 운영이 인상적이기도 했으나, 사우디가 자멸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효율적인 축구를 구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즉, 경기를 이기기보다는 순간순간의 상황에서의 승리를 거두는 데 치중했다.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지나치게 잦은 패스로 선수들의 침투 타이밍을 뺏었고, 무리한 드리블 또한 그들에게 독이었다. 90분 내내 그들의 공격 속도보다 우루과이의 수비 전환 속도가 빨랐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슈팅을 아끼는 모습도 종종 노출했다. 결국 우루과이 선수들이 수비 블록을 형성한 이후 무리한 슈팅만을 양산해내는데 그쳤다.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사우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빠른 득점을 통해 리드를 잡아가는 것이 중요했지만, 그들은 자충수를 두며 변수를 만들지 못했다.

물론 우루과이 선수들이 사우디가 이러한 플레이를 하게끔 제한한 점도 눈여겨볼 장면이었다. 우루과이는 이번 경기에서 무리한 공격을 자행하지 않았다. 이미 지난 이집트전에서 1대0 승리로 1승을 거둔 우루과이 입장에서는 급할 것이 없었다. 따라서 사우디보다 수비에 집중하며 한 방을 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부동의 센터백 고딘과, 지난 1차전 결승골의 주인공이었던 히메네스가 최후방 라인을 구축하며 단단한 방패를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4-4-2 포메이션에서 전 미드필더가 수비에 집중하면서 수비 시 수비 숫자를 8명까지 늘렸다.

우루과이의 전략은 말 그대로 지키는 것이었다. 팀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상대에게 변수를 만들어내는 것을 최소화했다. 전반 23분 코너킥 상황에서 골키퍼가 확실히 처리하지 못한 공을 수아레스가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우루과이는 1대0 리드를 잡아갔다. 그리고 선제골을 터뜨린 이후부터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경기가 흘러갔다. 사우디가 공격을 위해 전진하면 라인을 내려 공격을 끊어내고 수아레스와 카바니, 투톱을 이용한 역습을 종종 펼치며 사우디의 거침없는 전진을 제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에게 기회는 있었다. 우루과이도 1차전과 똑같이 중원에서의 둔탁함을 노출했기 때문에 그 점을 파고든다면 상대의 단단한 수비벽의 균열을 만들어내는데 한층 수월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사우디의 목적성 없는, 조잡한 공격만이 지속됐다.

후반 집중력 저하도 데자뷔였다. 공격이 원체 풀리지 않자 라인 간의 간격이 점차 벌어졌고, 선수들은 시간이 촉박해지자 의욕마저 상실해갔다. 수비수들의 패스와 클리어링 정확도도 떨어졌다. 후반 40분 수비가 5명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카바니에게 돌파를 허용하는 모습은 이번 대회에서 사우디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알 오와이스의 골키퍼의 선방이 없었더라면 0대1, 그 이상의 점수 차도 나올 수 있는 경기력이었다.

이번 우루과이전은 이번 대회에서의 사우디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두루뭉술한 전술에 더해 경기 중 유연하지 못한 변화가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해볼 만하다는 A조에서 16강 진출의 원대한 포부를 밝힌 사우디의 도전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사우디 축구 협회가 12년 만의 본선행을 이끈 판 마바이크 감독과 재계약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여 사령탑을 교체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 사우디의 내홍은 대회가 끝나고도 깊어질 전망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러시아월드컵 A조 우루과이 사우디아라비아 경기리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