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연고지 부산의 상징과도 같은 동백 유니폼을 입은 송승준. 그는 롯데 유니폼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 중 하나다.

롯데 연고지 부산의 상징과도 같은 동백 유니폼을 입은 송승준. 그는 롯데 유니폼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 중 하나다. ⓒ 롯데 자이언츠


'불펜투수 송승준.'

지난 10여 년간 KBO리그를 지켜 봐온 팬이라면 낯선 모습 중 하나다. 2007년 해외진출선수 특별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송승준은 KBO리그에서 거둔 통산 105승 중 무려 103승을 선발승으로만 기록한 투수이기 대문이다.

특히 지난 2009시즌부터 올시즌까지 지난 10시즌 동안 총 86승을 선발승으로 신고했다, 같은 기간 KBO리그에서 뛴 우완 선발투수중 송승준보다 많은 선발승을 수확한 선수는 윤성환(105승)과 외국인 더스틴 니퍼트(97승)뿐이다. 선발투수 송승준의 존재감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지난 6월 14일 이후 송승준은 익숙했던 선발보직이 아닌 불펜투수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금요일 SK전에서는 불펜으로 등판해 구원승을 기록하며 2015시즌 이후 3년 만에 구원승을 따내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선발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송승준이 불펜으로 보직을 옮긴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상황이 얽혀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팀 선발진의 미래를 위한 송승준의 결단으로 볼 수 있다. 롯데는 얼마 전부터 박세웅이 부상에서 회복하며 선발로 복귀를 신고했다.

외국인 듀오 듀브론트-레일리, 국내 선발 중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노경은을 제외하면 박세웅, 김원중과 송승준이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자연스레 조성됐다. 하지만 만 38세 시즌을 보내는 베테랑 송승준은 후배들을 위해 통큰 양보를 택했다.

95년생인 박세웅과 93년생인 김원중, 또 현재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태지만 시즌 초반 선배들의 선발 공백을 메웠던 루키 윤성빈은 99년생이다. 이들 모두 10년 이상 선발진을 책임져야 할 롯데의 미래다. 송승준은 팀의 미래를 위한 기회 제공에 흔쾌히 동의하며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 롯데 송승준 최근 7시즌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롯데 송승준 최근 7시즌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롯데 송승준 최근 7시즌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불펜 붕괴로 경기 중반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오현택과 진명호가 마무리 손승락과 함께 좋은 모습을 보이며 이른바 'OMR 필승카드'를 보유했던 롯데지만 최근 필승조가 송두리째 흔들렸다.

마무리 손승락은 10세이브를 앞두고 연달아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2군에 다녀왔고 손승락의 빈자리로 인해 부담이 커진 진명호 역시 밸런스가 무너지며 난조를 보였고 지난 15일 이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었다. 이들에 비하면 나은 상황이지만 오현택 역시 6월 이후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펜 난조로 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송승준은 가장 부담이 큰 승리조 불펜 등판을 담담히 받아 들였다. 당초 팀과 송승준은 롱릴리프로 불펜에서 대기하며 선발진에 결원이 생기면 선발로 등판하는 부담없는 불펜 역할을 구상했다. 하지만 팀 불펜 사정이 흔들리며 익숙하지 않은 불펜이지만 승리조로 등판해 팀의 승리를 지키는 역할을 자청한 것이다.

송승준은 연투에 익숙하지 않고 등판 전 몸을 오래 푸는 스타일이다. 여러모로 따져봐도 불펜보다 선발이 적합한 보직이다. 하지만 팀을 위해 헌신을 택한 송승준은 익숙치 않은 상황에도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

이미 지난 주 14~15일 두 경기 연속 등판하며 연투를 경험했다. 또한 19일 경기에서 후배 투수 김원중이 흔들리자 곧바로 몸을 풀어 구원등판을 했다. 7회말 7-7 동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막아내며 4연승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팀에 대한 애정이 강한 것으로 잘 알려진 롯데 송승준

팀에 대한 애정이 강한 것으로 잘 알려진 롯데 송승준 ⓒ 롯데 자이언츠


많은 롯데 팬들은 '롯데 팬 아재'라는 애칭으로 송승준을 지칭한다. 그만큼 팀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선수가 송승준이기 때문이다.

송승준은 지난해까지 통산 104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올시즌 선발로 꾸준히 출장하며 10승 이상을 노린다면 윤학길 전 투수코치가 가지고 있던 롯데 팀 프랜차이즈 최다승 기록(117승)에도 도전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송승준은 기록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팀을 위해 익숙치 않은 '구원투수'로 나섰다. 불펜으로 등판해 긴 이닝도 소화하는 송승준 덕분에 하락세였던 롯데는 다시 4연승을 수확하며 7위까지 상승, 중위권 도약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2007시즌 해외파 특별지명을 앞두고 롯데는 연고지 출신의 해외파 송승준과 이승학을 두고 저울질을 했었다.

고심 끝에 롯데는 송승준을 택했고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은 적 있던 송승준은 결국 8년 만에 거인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리고 다시 11년이 지난 지금, 당시 롯데의 결정이 최고의 선택이었음을 송승준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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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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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프로야구 KBO 롯데자이언츠 송승준 100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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