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 서너 개는 교행할 수 있을 만한 간격이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검사는 드라마나 영화 속 검사와 현실의 간극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디 검사 뿐일까. 판사, 변호사, 법원 검찰 공무원 등 법조계에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의 실제 모습과 생활은 '항공모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인의 인식과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다. 또 현실의 법과 드라마 속 법도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정드라마와 현실이 어떻게 다르고 어디가 비슷한지, 법을 매개로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그 첫 시도로 KBS2 수목드라마 <슈츠>와 tvN <무법변호사>를 함께 보기로 하자. - 기자 말

최근 시작한 tvN 토일드라마 <무법변호사>에서 봉상필(이준기 분)은 고향인 기성에서 사채 사무실을 접수하여, '무법 로펌'을 만든다. 변호사 혼자서 로펌이라니? 가능한 일일까.

무법 로펌에는 봉상필 말고도 하재이(서예지 분)라는 또 한 명의 변호사가 있긴 하다. 하지만 하재이는 징계처분 중이라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 결국 1인 변호사가 로펌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건 어림없다. 아무리 직원이 많더라도 변호사가 혼자라면 로펌이나 법무법인이란 말을 사용할 수 없다.

이와 달리, 드라마 KBS 수목드라마 <슈츠>는 법무법인 '강&함'의 수많은 변호사들이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리더격인 강하연(진희경 분)이 있고 최강석(장동건 분)과 채근식(최귀화 분)이 그 밑에서 대립구조를 이룬다. 그리고 고연우(박형식 분)를 비롯한 수많은 변호사들과 직원들이 법무법인을 이끌어가고 있다.

변호사 혼자서 로펌을 만들 수 없는 까닭?

 tvN 드라마 <무법변호사>의 한 장면

tvN 드라마 <무법변호사>의 한 장면 ⓒ tvN


오늘은 로펌이나 법무법인에 대해 살펴보자. 또 대표변호사, 구성원 변호사(파트너변호사), 소속 변호사(어쏘) 등의 의미도 함께 알아본다.

대한민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려면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을 하고 지방변호사회에 소속되어야 한다. 활동 방식은 법률사무소를 개설하거나 로펌에 소속되는 두 가지 형태다.   

첫째 법률사무소를 개설하는 경우다. 쉽게 말해서 단독으로 개업을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의사가 혼자서 개원하는 것과 같다. 법률사무소에는 사무장, 사무원 등 사무직원을 둘 수 있다. 이 방식은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좋다. 하지만 초기에 많은 돈이 필요하고, 인건비나 운영비도 상당하기 때문에 경력이 낮은 변호사가 택하기는 어려운 방식이다.

그래서 개인으로 활동하는 변호사 몇 명이 모여서 사무실을 함께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형태를 공동법률사무소라고 한다. 여럿이서 위험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많이 사용된다.

둘째 로펌을 만들거나 소속되는 방식이다. 로펌은 아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일반적으로 종합법률회사라고 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 즉 회사 형태로 운영되면서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하기 위해 체계를 갖춘 법률회사이다.

로펌에는 법무법인, 법무법인(유한), 법무조합 등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직형태는 법무법인이다. 세 가지를 구분하지 않는 때도 많다. 거칠게 얘기하면 일반인들은 로펌과 법무법인을 같은 의미로 이해해도 큰 지장이 없다.

법무법인은 법인등기를 해야 하는데 목적, 명칭, 대표자, 구성원 등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등기부를 확인하면 누구나 법무법인의 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법무법인은 대형화 추세이다. '어느 분야는 어느 법무법인'이라는 식으로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다.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수백 명의 변호사가 속해 있는 로펌도 적지 않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법무법인은 3명 이상의 변호사가 필요하다. 그 중 1명은 변호사, 판사, 검사 등으로 5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한다. 법무법인은 대표 변호사, 구성원 변호사, 소속 변호사로 구성된다. 법무법인은 법인 명의로 업무를 수행하되, 업무마다 담당 변호사를 지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소송을 대리한다면 명칭은 'A 법무법인 담당 변호사 B'와 같은 형식이 된다. 이제 법무법인의 내부를 더 들여다보자.

대표변호사, 구성원변호사, 소속변호사? 

 드라마 <슈츠>의 한 장면

드라마 <슈츠>의 한 장면 ⓒ KBS


법무법인에는 대표 변호사가 있다. 그는 CE0처럼 회사를 대표하고 내부 구성원들을 조율한다. <슈츠>의 대표 변호사 강하연은 채근식보다 최강석에게 애정을 보이며 더 많은 권한을 주려고 한다. 또 사고를 치는 고연우를 해고하려고 시도한다. 대표라서 가능한 일이다. 

그 다음이 구성원 변호사다. 파트너 변호사라고도 한다. 대표 변호사와 함께 로펌에 지분을 갖고 경영에 참여하는 역할을 한다. 후배들과 직원들을 지휘하고 업무를 분배하는 권한도 있다. 급여 외에 결산에 따라 별도의 배당을 받기도 한다. 그야말로 법무법인의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법무법인에는 어쏘(associate의 약자)로 불리는 소속 변호사가 있다. 대표나 구성원 변호사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다. 한마디로 월급쟁이인데 대형로펌의 경우 어쏘도 보통 직장인의 몇 배를 받는 곳도 많다. 어느 법무법인에서 경력 5년차 어쏘가 매월 1천만 원이 훨씬 넘은 급여를 받는 것을 확인한 적이 있다. 어쏘들은 능력을 인정받아 파트너 변호사가 될 날만 꿈꾸고 있다. 

법무법인 '강&함'을 기준으로 보자. 강하연은 대표 변호사이다. 최강석과 채근식은 구성원 변호사(극중에선 파트너 변호사)다. 고연우, 고연우와 모의법정에서 대결한 서변(이태선 분)은 소속 변호사(어쏘)이다. 법무법인 강&함의 법인등기부를 열람한다면 어쏘를 제외하고 강하연, 최강석, 채근식 세 사람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변호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법률사무소를 스스로 만들거나 공동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등 로펌에 소속되어야 한다. 다만, 변호사 혼자서 로펌을 만들 수는 없다. 

검사 기소한 사건 유죄가 '승소'인가?  

<슈츠> 7화와 8화에서는 검사 시절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최강석을 다시 보게 된다. 그는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는 소신에 걸맞게 주임검사 시절 147건을 기소하여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것을 현직 후배 검사가 "전부 승소했다"고 추켜세운다.

그런데 검사가 자신이 기소한 사건이 유죄가 나왔다고 해서 승소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이다.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이지만 피의자나 피고인을 위해서 활동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설사 기소했더라도 그들에게 억울한 점이 있다면 그들을대변해야 한다.

같은 사건을 두고 법원도 심급별로 유무죄가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검찰의 기소가 항상 유죄가 나와야 한다는 전제는 지나친 자신감이다. 검찰과 법원의 판단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사가 자신이 맡은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 실적에 금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검찰을 견제해야 할 법원은 무죄 판결을 할 때도 있어야 한다. 전부 유죄라면 재판 절차는 필요가 없다. 최강석은 극중에서 "정의없는 칼은 폭력일 뿐"이라고 강변했다. 최강석 검사의 칼이 항상 정의로웠다는 생각, 오만일 수도 있다.

무죄를 불명예로 여기고 검찰이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해서는 아닐까. 다행히 최근 검찰 내부에서 이런 경향이 변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8화에서 "정의란 각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돌려주는 것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때로는 죄없는 사람들이 처벌을 받지 않는 것, 무죄가 정의일 수도 있다.

9화에는 '전부 승소'를 자랑하던 최강석의 검사시절 과오가 나왔고 12년전 여대생 피살사건으로 징역 15년형을 받은 남자의 사연이 등장했다. 최강석이 10회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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