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의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는 예전부터 워낙 한 팀의 독주가 심한 지구였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가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5년동안 무려 14번의 지구 1위(WS 우승 1회)를 기록해 왕조를 구축했고, 이후 필라델피아가 2011년까지 WS 우승 1회 포함 5년 연속 지구 1위를 기록했었다.

최근 6년간은 워싱턴 내셔널스 왕조였다. 혹독한 리빌딩을 통해 2년 연속 승률 전체 꼴찌로 드래프트 1순위를 받아 '역대급 재능'이라고 불렸던 브라이스 하퍼와 스테판 스트라스버그를 연달아 지명한 내셔널스는 하퍼의 데뷔년도인 2012년부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는 2004년,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팀명을 워싱턴 내셔널스로 바꾼 뒤 처음 출전한 가을 야구로 몬트리올부터 따지면 무려 32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다.

2013년과 2015년에 애틀란타와 뉴욕 메츠에게 지구 1위를 잠시 뺏겼으나, 이듬해 워싱턴은 95+승을 해내며 지구 선두를 탈환했었다. 또한 2017 시즌도 지구 2위 마이애미에 20경기차 앞선 97승-65패로 여유롭게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 시즌의 나머지 4팀의 성적(승률 5할을 넘은 팀이 없었다)이 참담하다 보니, 올 시즌도 NL 동부지구는 여전히 강력한 전력을 갖춘 워싱턴 내셔널스가 일단 지구 우승은 확정지을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측을 빗겨가고 현재 NL 동부지구는 승률 5할+인 팀이 벌써 4팀이나 있고, 지구 선두도 계속 바뀌는 등 볼 거리가 가장 풍성해진 지구로 탈바꿈했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올 시즌도 기대 이상으로 순항 중

시즌 초반은 미치 캘러웨이로 감독을 바꾼 뉴욕 메츠의 독주가 독보적이었다. 세인트루이스와의 개막전에서 노아 신더가드의 탈삼진쇼로 승리한 메츠는 4월 2번째 경기부터 9연승을 거두며 한때 3.5경기차 지구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해주고 있는 탑망주 아메드 로사리오와 공들인 영입생 제이 브루스 등등의 부진과 함께 5월 시작과 동시에 6연패를 당했다. 최근 연패를 탈출하고 퐁당퐁당 경기력으로 겨우 5할 승률은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 더욱 심각한 점은 부상과의 싸움이다. 타선의 핵심인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와 토드 프레지어가 10일 DL에 올랐고, ML 커리어 6년차에 가장 좋은 타격 성적을 기록 중이던 '골드글러브' 출신 중견수 후안 라가레스는 최근 경기에서 발가락 부상을 당해 불운하게도 시즌 아웃을 당했다.

또한 야심차게 영입했던 앤서니 스와잭(60일)과 한셀 로블레스(10일)도 부상자 명단에 올라 불펜진에도 구멍이 생겼고, 작년까지 포수진을 구성한 케빈 플라웨키(10일)와 트래비스 다노(60일)마저 모두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는 결국 신시내티의 데빈 메소라코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 트레이드로 신시내티로 이적한 선수는 다름아닌 '다크 나이트'의 별명을 가지고 있었던 맷 하비(0-2 7.00 in NYM)였다. 사실상 불안정한 전력에 부상 병동까지 퍼진 메츠에게 포스트시즌 진출은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리빌딩 시즌인 줄 알았던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올 시즌도 기대 이상으로 순항 중이다. 먼저 현재 지구 1위에 오르고 있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는 최근 무서운 팜 성장 속도로 리빌딩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지만, 오프시즌에 짐 존슨과 맷 켐프를 트레이드시키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타선의 중심인 프레디 프리먼을 포함해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한때 타점 1위' 프레스턴 터커, '한때 타율 1위' 라이언 플래허티가 시즌 초반 미친 활약을 펼치며 좀처럼 지지 않는 야구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계륵으로 불리며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이한 우익수 닉 마카키스가 .341 7홈런 .935OPS로 팀 내 최고 베테랑다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4월 후반부터 5월 초반까지 5연승으로 급속도로 치고 나간 애틀란타의 승리 원동력은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타선에선 오늘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낸 댄스비 스완슨이 쏠쏠한 활약을 펼쳤고, 시몬스(LAA)와 스쿱(BAL)에 이어 퀴라소 대형 내야수 계보를 이어갈 아지 알비스는 현재 44경기 13홈런 장타율 .581을 기록했다. 브라이스 하퍼(WSH)와 함께 NL 홈런 부문 공동 1위이며, 1.9fwar로 리그 전체 2루수 중 제드 라우리(OAK)에 이어 2위에 랭크됐다. 게다가 전체 1위 유망주(MLB.COM 기준)인 로날드 아쿠냐도 4월 말에 올라와 데뷔 2경기 만에 커리어 첫 홈런을 기록하는 등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선발투수로는 션 뉴컴이 5승-1패 2.39ERA로 팀 내 에이스와 같은 성적을 내고 있고, 어딘지 모르게 부족했던 마이크 폴티네비치도 3승 2.87ERA로 순항하고 있다. 또한 불펜에서 사실상 2년차 시즌을 맞이한 셰인 칼(0.69)과 다니엘 윈클러(0.93), A.J. 민터(2.50)가 21홀드를 합작해내며 작년의 불안했던 애틀란타 불펜진을 지워버렸다. 4.58에 그쳤던 불펜 ERA가 1년 새에 3.41로 확 낮아진 것이다. 또한 현재 팀 내 3~4위 유망주인 마이크 소로카와 루이즈 고하라는 마이너 리그를 차근차근 밟고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앞서 말한 7명의 투수 중 가장 늙은 선수(?)는 1990년생 다니엘 윈클러이다. 그만큼 애틀란타 투수진이 젊어졌고 풍성해졌다는 이야기다.

지구 선두 애틀란타를 바짝 쫓고 있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도 카를로스 산타나와 제이크 아리에타를 영입했지만 아직 플레이오프는 무리라고 많은 팬들이 생각했었다. 하지만 애런 놀라와 오두벨 에레라가 각성해 투타의 중심을 잡아주며 큰 침체기에 빠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투런포로 올 시즌 전경기 출루를 이어간 에레라는 타율 .353으로 NL 1위, 리그 전체로는 .368의 무키 베츠(BOS)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카를로스 산타나와 애런 알테르를 제외한 타자들이 모두 제 몫을 해주고 있고, 애런 놀라는 현재 6승-1패 1.99ERA를 기록해 리그 최정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2선발인 제이크 아리에타가 100% 자신다운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파워피쳐인 빈스 벨라스퀘즈와 닉 피베타가 7승을 합작해 아직까지는 순항하고 있다. 순위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 선발진의 활약 덕분이었는데, 4.80ERA(20위)와 8.5fwar(19위)에 그친 작년에 비해 올해는 3.41ERA(5위)와 4.9fwar(4위)로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이 외에도 20대 초중반의 젊은 불펜 투수들인 에두브레이 라모스와 빅터 아라노, 세란소니 도밍게즈가 모두 1점대와 0점대 ERA를 기록해 새로운 불펜 자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얼마나 남은 자원으로 잘 싸우느냐가 시즌의 향방 가를 것
 워싱턴 내셔널스의 투수 맥스 슈어져. 2017년 7월 11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MLB 올스타 경기 당시 모습(자료사진).

워싱턴 내셔널스의 투수 맥스 슈어져. 2017년 7월 11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MLB 올스타 경기 당시 모습(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2010년대의 NL 동부지구 지배자였던 워싱턴 내셔널스도 5월부터 다시 자신들의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다. 4월 28일까지 11승-16패로 지구 1위 뉴욕 메츠에 무려 6경기차 뒤진 지구 4위였으나, 바로 다음날부터 이어진 6연승-1패-3연승-1패-4연승-2연패의 상승곡선으로 단숨에 선두와 3경기차 지구 3위에 현재 위치하고 있다. 타선에서는 브라이스 하퍼가 최근 15경기 타율 .200로 부진하고 있고, 다른 타자들의 타격감이 전체적으로 올라와 있지는 못했지만, 10경기 7승-1패 1.78ERA 65.2이닝 104K로 그야말로 신계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한 맥스 슈어져가 있기에 현재의 워싱턴이 존재할 수 있었다.

3년 연속 사이영상을 노리는 슈어져를 필두로 한 선발진은 3승 3.43ERA의 댈러스 카이클이 4선발을 맡고 있는 AL의 휴스턴(23승 2.30ERA)에는 부족하지만 19승 2.94ERA 6.4fwar로 NL 최고의 선발진이 됐다. 스테판 스트라스버그, 지오 곤잘레스, 태너 로아크, 제레미 헬릭슨이 모두 3점대 이하의 ERA를 기록 중이고, 불펜에서도 클로저인 션 두리틀이 2.29ERA 9SV 0.66WHIP로 경기 마무리를 잘 매듭짓고 있다.

워싱턴의 기본 전력이 강력하지만, 여전히 고민되는 점이 있다면 당연히 수많은 부상자들. 상위 타순을 도맡던 아담 이튼, 다니엘 머피, 라이언 짐머맨을 포함해 쏠쏠한 자원인 하위 켄드릭, 브라이언 굿윈, 맷 그레이스, 호아퀸 베노잇이 전부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다. 특히 머피와 이튼, 베노잇은 올 시즌 첫 경기를 아직 치르지도 못했다. 결국 워싱턴은 부상 선수들이 돌아올 때까지 얼마나 남은 자원으로 잘 싸우느냐가 시즌의 향방을 가를 것이다. 워싱턴은 곧 A, A+, AA 39경기에서 14홈런 52타점 .362.,462.,757의 무시무시한 성적을 기록한 내셔널스 No.2의 19살 유망주인 후안 소토를 콜업한다고 발표했다.

시즌 개막과 함께 예기치 못한 부상 소식과 맹활약으로 하루가 다르게 치열하게 NL 동부지구는 격돌하고 있다. 아직 시즌이 100경기가 넘게 남았지만, 벌써부터 지구 1위와 와일드카드 진출자가 기대되고 있다. 이때까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NL 동부지구의 마지막 팀인 마이애미 말린스는 17승-28패 승률 .387로 지구 선두가 아닌 리그 전체 꼴찌 경쟁에 일치감치 합류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애틀란타브레이브스 필라델피아필리스 워싱턴내셔널스 뉴욕메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스포츠부 기자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