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6월 개최되는 주요 영화제 포스터 ⓒ 환경/디아스포라/여성/무주산골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가 마무리되고 프랑스 칸국제영화제도 끝나가는 시점에서 배턴을 이어받은 국내영화제들이 관객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5월과 6월은 국내에서 영화제들이 가장 많이 열리는 시기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상당수의 영화제들이 이어진다.
기존에 열리던 영화제에 새로운 영화제도 가세하면서 영화제 계절이 더욱 풍성해지는 모습이다. 이처럼 영화제들이 몰리면서 개막일과 폐막일 또는 영화제 기간이 겹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개최 지역이나 주제도 매우 다양하다. 환경, 이주민, 여성 등 특정한 주제로 열리기도 하고 역사, 독립영화도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15회 서울환경영화제] 쓰레기 대란, 미세먼지, 플라스틱 초점
▲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 '창세기 2.0'의 한 장면. ⓒ 서울환경영화제
먼저 17일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서울극장에서 개막한다. 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제답게 올해의 슬로건 'Eco Now'다. 축제로서의 영화제뿐만 아니라 '환경의 개념을 확장하는 영화제', '미래를 준비하는 영화제' 등의 개념을 담았다.
올해 개막작은 스위스 크리스티안 프라이, 막심 아르부가에브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창세기 2.0>이다. 북극해 연안에 있는 뉴 시베리안 제도에서 멸종한 매머드의 상아를 찾아 다니며 돈을 버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로, 현시대의 가장 중요한 논쟁이기도 한 생명의 윤리와 과학의 미래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최근 한국 사회를 강타한 이슈인 '쓰레기 대란', '미세먼지', '해양 미세 플라스틱'는 환경영화제의 주요 키워드다. 2017년 서울환경영화제 대상 수상작 <플라스틱 차이나>를 특별 앙코르 상영하고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의 참여로 화제를 모은 <비포 더 플러드>도 상영된다. 특히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에서 선보인 단편영화 중 8편을 선정해 상영하는 것도 흥미를 끄는 요소다.
'한국경쟁'은 늘 관심이 쏠리는 부문이다. 올해는 부산영화제 수상작인 박배일 감독의 <소성리>와 역시 부산영화제 경쟁에 올랐던 남승석 감독의 <하동채복: 두 사람의 노래>, 이원우 감독의 <옵티그래프>, 정재은 감독의 <아파트 생태계>, 이마리오 감독의 <더 블랙>, 이일하 감독의 카운터스 등 6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경쟁한다. 환경영화제가 어떤 영화를 선택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인도 중국 태국 아시아 대중영화 상영
▲ 인천 아트플랫폼에 만들어지고 있는 디아스포라영화제 상영관 '천막극장' ⓒ 디아스포라영화제
18일 저녁 인천에서 개막하는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점진적인 성장이 눈에 띄는 영화제다. 이주민을 주제로 한 영화제라는 것이 특징이다. 개최장소인 인천 아트플랫폼 일대는 근대 통상의 중심지로 중국과 일본인들이 거주하던 곳이다. 차이나타운의 엣 정취가 있는 곳에 올해는 특별하게 천막극장을 만들어 영화제의 상징성을 높였다.
단편영화들이 많지만, 대중적인 영화들의 상영도 적지 않다. 최근 흥행작인 <리틀 포레스트>나 주목받은 독립영화인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 김보람 감독의 <개의 역사> 등이 상영된다. 다큐멘터리 <앨리스 죽이기>도 주목받는 영화인데,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떠도는 재외동포들을 그렸다. 재미교포 신은미씨가 방북 경험을 토크 콘서트를 통해 나누다가 수구냉전세력에 의해 국내에서 쫓겨나는 과정은 최근 남북관계가 해빙되는 시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한국에 체류 중인 아시아 이주민들과 한국 관객들의 거리를 좁힐 수 있도록 아시아 대중영화도 여러 편 선정했다. 2017년 인도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꼽히며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받았던 <바라나시>, 태국의 대학 입시 부정 사건을 바탕으로 한 학원 스릴러 <배드 지니어스>, 중국의 거장 펑 샤오강 감독과 중국 최고의 배우 판빙빙이 만난 블랙 코미디 <나는 반금련이 아니다> 등은 디아스포라영화제의 특별한 선택이다.
[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쟁점들' 섹션 키워드는 미투 낙태 등등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쟁점들' 섹션에 상영되는 영화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의 한 장면. ⓒ 여성영화제
31일에는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개막한다. 미투 운동으로 대표되는 여성인권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태에서 20주년의 의미가 더해지며 무게감이 커졌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는 미투 운동과 함께 대기업 갑질문화가 만연한 현실에서 여성영화제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20주년을 기념할 개막작으로는 칸영화제 명예 황금사자상 수상에 빛나는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선정했다. 다큐멘터리 로드무비다. 올해는 디지털 성폭력, 미투, 낙태 등이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주요 이슈였음을 고려해 '쟁점들' 섹션 상영작 9편은 키워드를 다양하게 정했다. 여성의 출산 문제를 다룬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와 <말하기 어려운 것들>, 법조인으로서 상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역사적 인물을 다룬 <아니타 힐> 등이 주목되는 작품이다. 성평등 영화산업을 위한 선순환 구조도 올해 여성영화제가 주안점을 두는 부분 중 하나다.
지난 4월 별세한 고 최은희 배우 특별전도 준비했다. '최은희 추모전: 카메라를 든 최은희'는 삶 속에서 영화보다 더욱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시대인 배우 최은희를 조명한다. 여성감독으로서 제작한 작품인 <공주님의 짝사랑>과 <민며느리>가 특별 상영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개막식은 31일 저녁 문화비축기지 문화마당에서 열린다.
[6회 무주산골영화제] 영화도 보고 여행도 하고
▲ 15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무주산골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조지훈 프로그래머가 상영작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무주산골영화제
15일 오전 서울 아트나인에서는 무주산골영화제 기자회견이 열렸다. 무주산골영화제는 '영화소풍'이라는 방향성으로 성공한 영화제다. 편하게 영화도 보고 수려한 풍경도 즐겨보라는 의미로 시작됐다. 극장도 없던 곳에 영화제가 시작하면서 작은 영화관이 개관했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으로 해마다 인기를 끌고 있다. 덕유산과 대규모 휴양시설을 끼고 있는 무주군 일원에서 열리는 데 올해로 6회를 맞는다.
6월 초에 열리던 행사가 올해는 지방선거 일정을 피해 6월 21일~25일로 옮겼다. 개막작으로는 신상옥 감독의 1972년 작 '효녀 심청'에 일렉트로 펑크밴드 '앗싸'(AASSA)의 공연을 결합한 퓨전 음악극 'AASSA, 필름 심청'이 선정됐다. 고전영화를 복원하거나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들을 개막작으로 올리는 게 무주영화제의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다.
올해는 전주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장우진 감독의 <겨울밤에>와 지난해 부산영화제 수상작인 김의석 감독의 <죄많은 소녀>, 정가영 감독의 <밤치기> 등 국내 작품과 <플로리다 프로젝트>, <패터슨> 인기를 끌었던 해외작품들이 상영된다. 대중적인 영화들이 많고 무료상영으로 관객들이 몰리면서 영화제의 인기가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인디포럼에 금강역사영화제도 첫발
오는 6월 7일 개막하는 인디포럼은 독립영화 감독들과 평론가들이 중심돼 만드는 대표적 독립영화제다. 블랙리스트 여파로 탄압이 심했지만 어려움이 많은 가운데서도 굽힘없이 영화제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6월 7일 개막해 14일까지 8일간 종로 인디스페이스와 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된다.
개막작은 최원준 감독의 <나는 평양에서 온 모니카입니다>가 선정됐다. 어린 시절 평양으로 보내진 기니인 '모니카' 의 규정할 수 없는 정체성과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내용으로, 극과 다큐멘터리 요소가 혼합된 장르의 실험적인 작품이다.
로운 영화제도 생겨났다.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에서 금강역사영화제는 6월 15일 첫발을 내디딘다. 지난 2년간 준비기간을 거쳤고, 지난해 8월 서울에서 프레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다. 올해 주목되는 영화제 중 하나인데, 5월말 기자회견을 통해 상영작 등 세부사항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