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카우트>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외견상, 그리고 주요 줄거리 상 그 어디에서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느끼기 어렵다. 최소한 직접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느낄 수 있거니와, 행간과 자간과 보이지 않는 이면이 많고 간접적이기에 생각할 여지가 많다. <아이 캔 스피크>를 여러모로 뜻깊게 봤다면, <스카우트>도 충분히 그러할 것이다.
감독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주체를 소시민으로 보았다. 실제가 그러하지만,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일부 사람들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남한 빨갱이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많은 영화들이 직접적으로 당시 실상을 우리 앞에 불러들였고 불러들이며 불러들일 것이다. 그 처참함에 눈물 흘리지 않을 사람이 없다.
반면 이 영화는 다분히 외부인의 시선이다. 5.18과 전혀 상관 없거니와, 외려 그런 행위를 반대하는 호창의 시선 말이다. 영화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5.18의 생생한 면면을 볼 수 없다. 치가 떨리게 잔인하고, 몸서리치게 안타까우며, 억울한 상황과 그 속에 사람들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는 오히려 그 어떤 영화들보다 5.18을 정확히 들여다보는 것 같다. 흔히 미시적이 아닌 거시적으로.
'99% 픽션'이라고 말하는 이 영화는 1980년 5월 18일 직전 10일간의 광주, 전남도청과 더불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광주 YMCA의 풍경을 그린다. 세영이 속한 YMCA, 그리고 호창과 세영이 헤어질 당시 있었던 일의 전모까지 이어지는 서사를 들여다보면 광주민주화항쟁 당시가 보인다.
우리는 이 영화로 5.18의 단편만 볼 수 있다. 그 이면의 수많은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하지만 영화에는 호창의 깨달음과 변화가 극적으로 담겨 있는데, 그것들이 5.18로 이어지는 동시에 그가 그토록 염원해 마지않던 선동열을 포기하는 형태로 나간다. 여타 영화였다면 충분히 로맨스가 주가 되었을 텐데, 이 영화는 거기에 역사 의식과 삶의 의식의 변화를 입혔다.
암울한 '폭력' 시대의 한 가운데
▲영화 <스카우트>의 한 장면.CJ엔터테인먼트
단편적 팩트 위에 복잡한 픽션을 얹어 완벽하게 짜인 각본을 바탕으로 <스카우트>가 말하고자 하는 건 당대의 고발이다. 세영과 호창이 헤어지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당대 즉, 1960~1980년대 한국의 폭력이었던 것이다. 정부에 의해 시작된 그 폭력은 모든 이들에게 광범위하게 퍼졌다.
호창과 세영은 그 한가운데도 아닌 외곽 어딘가에 있었지만 인생을 상당 부분 결정짓는 피해를 입었고, 이후에도 그들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시간이 흘러 그들이 다시 만난 건 역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때와 곳이었고, 또다시 또 다른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그들이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극점으로 수렴되지만, 한편 오래도록 계속됐고 앞으로도 지속될 암울한 폭력의 한 가운데라는 상징을 갖는다. 영화는 그 폭력의 한 시발점 스토리를 간략히 보여줬을 뿐이지만, 그들이 이름 없는 소시민임과 동시에 역사를 구성하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줄기라고 했을 때 굉장한 의미를 지닌다.
사실 5.18을 생생하게 체험하기 위해서는 영화 <화려한 휴가> <꽃잎> <택시운전사> <박하사탕> <26년> 등을 보아야 할 것이다. 수작도, 평작도, 망작도 있지만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줄 안다. 반면, <스카우트>는 5.18이라는 현상을 체험하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본질을 이해하기엔 제격이다.
그러하기에 5.18을 최소한으로 알고 있는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한다. 5.18을 또 다른 프레임으로 들여다보길 원하는 분들, 5.18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 당대를 구성하는 폭력의 진실이 무엇인지 개인적이고 미시적으로 알고 싶은 분들에게도 제격이다. 선동열을 스카우트한다는 줄거리와 코미디 장르라는 외견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그것들이 주는 진한 페이소스를 함께 즐긴다면 더 좋으면 좋았지 나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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