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의 고양이 밥과 제임스 역을 맡은 루크 트레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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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공연의 성공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후 그는 밥 덕분에 옆집에 사는 베티(루타 게드민타스)와 썸을 타며 꽤나 깊은 정신적 교류를 나누고, 공연이 금지되어 잡지 판매원을 할 때도 다른 직원이 질투할 정도로 좋은 실적을 거둔다. 나중에는 유명인사가 되어 출판까지 하게 된다. 베티, 마약중독 치료센터 직원인 벨(조앤 프로겟)도 그를 돕는다. 같이 마약하던 친구인 바즈(대런 에반스)의 죽음도 그가 마약을 끊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밥이라는 정신적 버팀목이 없었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됐으리라 싶다. 그가 극한의 금단증상을 견딜 용기를 준 것도, 그로인해 괴로워할 적에 지켜봐준 이도 밥이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밥은 그에게 도움이 되는 구체적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도움이 됐다. 존재 자체가 커다란 힘이 됐다는 말이다. 우리는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으면 친구 등에게 털어놓는다. 왜 그럴까. 그들의 말은 대부분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거나(대략적으로라도) 속 시원하게 고민이 해결되는 정답은 아닌 경우가 많다. 우리는 누군가가 내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있어주는 것 자체로도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게 된다. 밥도 비슷하다. 비록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동물이지만, 항상 그의 옆에 있어줌으로써 그가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만들었다.
사실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식상한 구조를 띤다. 밑바닥에서 고생하던 한 인물이 역경을 극복하며 나름의 성공을 맞본다는 스토리는 많이 보지 않았나. 하지만 밥이 영화의 단점마저 상쇄시켰다. 동물에게 하기에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말이지만, 밥의 호연이 돋보인다. 적재적소에 알맞은 행동과 표정연기를 선보임은 물론,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다. 대부분 장면을 본묘가 직접 소화한 밥은 영화의 주인공 제임스와 실제 주인공인 제임스 뿐 아니라 영화마저 살려낸 것이다.
우리 인생에도 기회가 찾아올까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의 고양이 밥.(주)누리픽쳐스
하지만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의 연출도 눈여겨 볼 만하다. 그는 여타 감독들의 작품들처럼 다소 과한 갈등을 통해 단순한 흥미를 추구하지 않는다. 보는 이가 위압감을 크게 느끼지 않을 정도로만 갈등 상황을 그린다. 그로 인해 긴장하거나 안타까워 하며 피로감을 느끼는 일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힐링 영화라는 말에 정확히 어울리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임스 역을 맡은 루크 트레더웨이의 연기도 좋았다. 피폐한 삶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진 캐릭터와 알맞은 이미지를 가졌고, 그 외에 여러 상황에 있어 감정연기도 훌륭했다. 개인적인 단상이지만, 그가 금단증상으로 괴로워하는 장면에서 헤로인 남용과 정신적 문제로 안타깝게 자살하고만 너바나의 보컬, 커트 코베인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감정이입이 보다 쉬우리라 싶다.
그렇다면 이제 생각해볼 점은 과연 우리의 인생에도 기회가 찾아오느냐다. 3번이 아니라 1번이라도 오기나 하는지 궁금하다. 여기서 기회란 보통 커다란 부, 명예 등을 일컫는다. 하지만 만약 그 기준을 제임스에게 찾아온 밥처럼 옆을 지켜주는 존재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덕에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탱할 힘을 얻는다면? 어쩌면 우리가 다른 곳을 보고 있었을뿐 기회는 이미 곁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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