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전보다는 '대관식'의 성격이 더 강했다. UFC 역사상 최초로 러시아 출신 챔피언에 등극한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얘기다.

UFC 라이트급 랭킹 2위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는 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 바클레이센터에서 열린 UFC 223 메인이벤트에서 라이트급 11위 알 아이아퀸타를 만장일치 판정으로 꺾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빕이 챔피언에 오르면서 2016년11월 에디 알바레스를 꺾고 챔피언에 오른 후 500일 넘게 방어전을 치르지 않은 코너 맥그리거는 자동으로 타이틀이 박탈됐다.

사실 아이아퀸타는 당초 UFC 223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하빕을 분석하고 전략을 짤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잠정 챔피언 토니 퍼거슨을 대비해 강훈련을 소화한 하빕과는 애초에 상대가 될 리 없었다. 따라서 코메인이벤트로 열린 여성 스트로급 타이틀전이 실질적인 메인이벤트의 성격이 강했다. 그리고 스트로급 3대 챔피언 로즈 나마유나스는 2대 챔피언 요안나 예드제칙을 판정으로 꺾고 자신의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무적의 챔피언 예드제칙 꺾고 대이변의 주인공이 된 나마유나스

 UFC입성 당시 나마유나스는 프로 전적 3전에 불과한 신예였다.
UFC입성 당시 나마유나스는 프로 전적 3전에 불과한 신예였다.UFC.com 화면캡처

지난 2012년 UFC에 여성 디비전이 신설됐을 때 체급은 오로지 밴텀급(-61.2kg) 밖에 없었다. 이 로 인해 다른 체급에서 활동하던 선수들은 인빅타FC 같은 여성 전문 단체에서 활동하거나 억지로 밴텀급으로 체급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2014년 UFC가 선수 육성 프로그램 TUF 시즌20을 통해 스트로급(-52.2kg) 챔피언을 가린다고 했을 때 스트로급의 좋은 선수들이 대거 몰린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인빅타FC에서 2승 1패의 성적을 올리고 있던 나마유나스도 이 경쟁에 뛰어 들었다. 프로 경력 3전, 프로 데뷔 1년에 불과했던 나마유나스는 16강부터 3연속 서브미션 승리를 거두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스트로급 초대 챔피언 벨트를 걸고 벌인 칼라 에스파라자와의 결승전에서 경험부족을 드러내며 3라운드 서브미션으로 패하고 말았다.

2015년 10월 안젤라 힐을 서브미션으로 제압한 나마유나스는 두 달 후 UFC에서 전략적으로 키우던 파이터 페이지 반젠트를 상대로 생애 첫 메인이벤트 경기를 가졌다. 귀여운 외모와 화려한 경기스타일로 스트로급의 스타로 떠오르던 반젠트는 나마유나스를 제물로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마유나스는 한 수 위의 기량으로 반젠트를 압도하며 승리를 거뒀다(반젠트는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6년7월 카롤리나 코왈키비츠를 상대로 접전 끝에 1-2로 판정패한 나마유나스는 2017년4월 미셸 워터슨을 서브미션으로 꺾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 사이 에스파르자를 꺾고 스트로급 2대 챔피언에 오른 예드제칙은 챔피언 등극 후 5차 방어전까지 성공시키며 스트로급을 평정하고 있었다. 예드제칙의 6차 방어전 상대가 랭킹 3위였던 나마유나스로 결정됐을 때 예드제칙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마유나스는 TUF 20 피날레에서 에스파라자에게 참패한 적이 있지만 예드제칙은 그런 에스파라자를 완벽하게 꺾은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결과는 사람들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나마유나스는 경기 초반부터 뛰어난 거리 조절과 정확한 카운트 펀치로 예드제칙을 압도했고 경기 시작 3분 만에 KO로 승리하며 스트로급 3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더 노련해진 나마유나스, 5라운드 경기도 문제 없었다

 나마유나스(왼쪽)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예드제칙의 타격을 무력화시키며 1차 방어에 성공했다.
나마유나스(왼쪽)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예드제칙의 타격을 무력화시키며 1차 방어에 성공했다.UFC.com 화면 캡처

UFC에서 곧바로 타이틀전 리턴매치가 열리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두 선수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접전을 벌였을 경우. 웰터급의 타이론 우들리와 스티븐 톰슨이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무적의 챔피언이 뜻밖의 패배를 당했을 경우 전 챔피언에게 곧바로 설욕의 기회를 준다. 미들급의 앤더슨 실바와 크리스 와이드먼이 그런 경우였다. 나마유나스에게 패하기 전까지 5차 방어에 성공했던 예드제칙은 후자에 해당했다.

제시카 안데라데, 클라우디아 가델라처럼 타이틀전 기회가 오길 기다리는 스트로급 상위 랭커들에겐 안 된 이야기지만 예드제칙은 설욕전을 가질 자격이 있었다. 결국 두 선수는 UFC 223에서 재대결이 성사됐다. 예드제칙은 UFC 217에서의 패배는 감량에서의 고전에 따른 컨디션 조절 실패였다고 주장하며 재대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UFC 223에서 예드제칙이 원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나마유나스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경기 초반 빠른 스텝과 거리싸움을 이용한 카운트 펀치로 예드제칙을 괴롭혔다. 예드제칙 역시 무에타이 챔피언 출신으로 화끈한 타격을 자랑하는 선수지만 1차전에서 나마유나스의 타격에 무너졌던 예드제칙은 적극적인 공격을 하지 못했다. 3,4라운드에서 체력이 떨어진 듯 움직임이 다소 느려지며 고전했던 나마유나스는 5라운드에서 다시 날렵한 움직임을 되찾으며 경기를 주도했다.

예드제칙으로서도 대단히 선전한 경기였지만 심판들은 경기 초반부터 흐름을 주도했던 나마유나스의 손을 들어 줬다. 3-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 나마유나스는 설욕에 성공하며 벨트를 되찾겠다던 예드제칙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며 1차 방어에 성공했다. UFC 입성 후 6승 2패를 기록 중인 나마유나스는 최근 3연승의 기세를 이어가게 됐다.

한편 메인카드 두 번째 경기로 열렸던 페더급 매치에서는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가 카일 보치니악을 판정으로 꺾고 종합격투기 11연승, UFC 3연승 행진을 달렸다. 페더급 파이터로는 매우 큰 신장(185cm)을 자랑하는 지밧은 경기가 끝난 후 페더급 랭킹 10위 야이르 로드리게스를 도발하기도 했다. 자빗이 이 경기 이후 페더급 공식 랭킹에 포함된다면 상승세가 한풀 꺾인 로드리게스와의 경기가 추진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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