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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증감법(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의 진술이나 감정에 대해 위증을 한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왜 저들은 법 앞에서 거짓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미꾸라지처럼 피해갔을까?
'기억이 없다'는 식의 모르쇠 전략, 애초에 상황을 애매하게 증언하거나, 무능함을 자인하는 진술 방식은 그 자체로 그들의 '위증죄'를 어렵게 한다고 법 관련 전문가들은 안타까워한다.
거기에 국회 청문회의 한시적 특위라는 한계가 발목을 잡는다. 한시적 기구로서의 청문회는 시간이 지나버리면 고발 주체가 될 수 없다. 결국 미국이나 영국보다도 높은 형량을 내세운 국회 청문회 위증죄임에도 현실은 '엄포'만 논 것이 되어 버린다. 출석에서부터, 선서, 증명할 수 있는 죄명, 그리고 시한까지, 국회 청문회를 통한 위증죄의 처벌은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다.
우리가 용서한 거짓말 그런데 우리 국민에게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지난 70년 정치사는 곧 국민을 대표하는 리더들의 '거짓의 역사'였다. '한강 다리를 끊지 않았다, 북진을 하고 있다'던 이승만 대통령은 피난민을 눈앞에 두고 다리를 끊어버리고 자기 혼자 살겠다고 내빼버렸다. 그리곤 자신의 거짓을 덮기 위해, 다리가 끊어져 도망치지 못한 피난민들을 '부역자'로 '빨갱이'로 몰아 처단했다. 박정희의 거짓말은 그의 정권 연장의 슬로건이 되었다. 민정 이양을 하겠다, 총선을 하겠다, 더는 집권을 하지 않겠다, 다시는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겠다 등등 총탄에 목숨을 잃을 때까지 그는 거짓말을 되풀이 했다. 광주학살의 주모자로 대통령이 된 전두환이나 노태우라고 다를까. 그런데 왜 우리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관대한 것일까?
전여옥은 그 '용서'의 관습을 우리의 고속성장에서 찾는다. 과정과 수단이 잘못됐어도 목표를 달성하면 용서가 되었던 고속성장의 시대, 정치인들의 거짓말쯤이야 눈 질끈 감고 용서해 주었던 국민들의 전반적 정서.
물론 인간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인간 개인으론 하루에 10번, 많게는 200회까지 거짓말을 한다. 이렇게 보면 거짓말은 '인간의 속성'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다큐는 주장한다. 인간의 거짓말과 정치인의 거짓말은 다르다고.
정치인의 거짓말은 다르다미국의 경우, 클린턴 전 대통령이 탄핵을 받은 이유는 그의 성 스캔들이 아니었다. 국회에서 위증을 한, 그 거짓말이 그를 대통령직의 위기로 몰았다. 미국은 국회, 즉 국민 앞에서의 거짓말을 국가 전복, 반란에 준한 죄로 여긴다. 반면 일반인들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관용적이다. 부패 범죄, 직권 남용과 관련한 거짓말에 대해서는 관용 대신 기소로 다스린다. '살림의 여왕'이라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마사 스튜어트의 사례에서 보이듯 조사 과정에서 정의 실현을 방해하면 기존 형량에 4년을 더하는 등 단호한 처벌이 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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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경우는 오히려 반대다. 모르쇠로 일관했던 이영선 비서관에 대해 1심에서 위증을 인정했던 법원은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의 거짓말을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충성심'으로, 즉 '상사의 지시에 의한 불가피한 이유'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다. '법조인 생활을 오래했기'에, '국가 성장에 이바지했기에'라는 식으로 그들의 거짓말에 면죄부를 준다. 노회찬 의원은 반발한다. '오랫동안 노동을 해왔기에 법적으로 처벌을 완화해 준 적이 있냐?'고
다큐는 우리 현대사 비극의 시작을 '그들의 거짓말'로 부터라고 본다. 부정부패가 반복된 역사, 그 베이스가 되는 건 바로 권력자의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권력의 거짓말'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곧, 지금까지 이 나라에서 그러해 왔던 시스템과 문화에 대한 질문이 된다. 과연 우리는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사회와 격리시켰던 적이 있는가? 심지어 유죄를 받아도 정치적 탄압이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주장하는 사회. 거짓말과 한 배를 탄 권력, 처벌받지 않는 권력. 우리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면, 거짓말을 밥 먹듯 해도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관행을 중단하고 징죄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쩌면 당연한, 하지만 누구나 그러려니 했던 그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 다큐가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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