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소속 근로감독관들이 tvN<화유기> 세트장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28일,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소속 근로감독관들이 tvN<화유기> 세트장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 MBC아트


28일 <화유기> 세트장에서 발생한 스태프 발목 부상 사고와 관련, CJ E&M과 제작사 JS픽쳐스는 "스태프의 실수로 일어난 단순 사고"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해당 사고가 약 한 시간 전 고용노동부 현장 실사 조사에서 '사고 우려'를 지적받았던 부분임이 확인됐다.

28일 오후 2시경 고용노동부와 언론노조는 스태프 추락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안성 <화유기> 세트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현장을 방문한 언론노조 관계자들은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소속 근로감독관들에게 1) 추락사고로 무너져 내린 세트장 천장을 보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천장을 지탱하는 목재와 합판 사이가 벌어져 있었다는 점 2) 세트장 내부 이동 통로가 매우 어둡고 비좁은 데다 케이블과 목재 및 페인트 등 인화 물질이 어지럽게 놓여있어 낙상 사고나 화재로부터 취약한 구조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추락 사고 현장에서 또 스태프 발목 골절, '예고된 사고'였다

 <화유기> 촬영 현장에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다. 스태프 추락 사고로 근로 감독을 마친 직후였다.

<화유기> 촬영 현장에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다. 스태프 추락 사고로 근로 감독을 마친 직후였다. ⓒ 오마이스타


두 번째 발목 골절 사고는 근로감독관과 언론노조 관계자들이 세트장을 떠난 직후인 약 오후 5시께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매우 어둡고 비좁은 계단'이었고, 해당 스태프는 '어지러이 널려있던 케이블'에 발이 걸려 중심을 잃고 계단을 헛디뎠다. 현장 조사를 실시한 언론노조와 근로감독관들이 우려를 표명한 그대로다.

현장 조사에 참석한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화유기 세트장에서) 두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면서, "나도 30년 넘게 방송일을 해온 사람이지만 그렇게 위험 요소가 많은 세트장은 처음 봤다. 최악이다"라고 말했다. 촬영이 시작되면 카메라가 찍는 부분을 제외하고 모든 조명을 소등한다. 때문에 이동 통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바닥에 케이블과 페인트, 목재 등이 어지러이 널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넘어지고 다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드라마 세트장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도 이어졌다.

28일 근로감독관들의 현장 조사는 23일 발생한 추락사고에 대한 집중 조사였던 터라, 언론노조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 즉각적인 시정 명령이 내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만한 위험요소들이었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현장"이라고 지적하며 "우리가 떠난 직후 2차 사고가 발생했다는 기사를 보고 '예견된 사고가 났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아직 4회 촬영도 끝나지 않았다... 추가 결방 불가피 

한편 <오마이뉴스>가 2차 사고 소식을 전한 뒤, 제작사 측은 CJ E&M 홍보팀을 통해 '발목이 삐끗한 수준의 경미한 부상이었다'는 요지의 공식 입장을 내놨다. 또, "촬영 재개를 준비하다 난 사고가 아니라 스태프들이 휴식을 취하던 중 발생한 일이며, 28일 저녁 촬영 취소는 스태프 부상과 관계 없이 제작사와 현장 제작진의 협의 하에 취소된 것"이라고 전했다. 또 "29일 촬영 취소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면서, "방송사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인력 보강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구가의 서>를 연출한 김정현 감독이 새로 투입됐고, 스케줄 조정이 필요해 촬영을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정황은 조금 다르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현장 조사와 면담이 끝나고 근로감독관 등이 세트장을 떠난 시간은 약 오후 4시 30분이다. 이후 곧바로 녹화가 시작됐고, 다음 촬영 준비를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던 오디오 스태프가 케이블에 발이 걸리면서 넘어진다. 이후 다친 스태프는 제작사 관계자와 함께 병원으로 이동했고, 고용노동부 현장 조사와 스태프 부상으로 현장이 어수선해지자 제작진은 촬영을 잠시 멈추고 저녁 식사 시간을 갖는다.

오후 6시 30분쯤 해당 스태프는 반깁스를 한 상태로 현장에 복귀했고, 녹화가 재개된다. 하지만 깁스한 상태로 일하고 있는 스태프의 모습을 본 차승원은 감독에게 조심스레 촬영 중단을 제안했고, 감독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28일 촬영이 중단됐다고 한다(관련 기사 : <화유기> 현장서 또 사고... 차승원 요구로 촬영 중단). 스태프들에게 '촬영 중단'이 공지된 시간은 오후 8시 30분 즈음이다. 

또, 방송 초반 1회 결방 결정을 내릴 만큼 촬영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새 감독이 투입됐다고 예정된 녹화를 이틀이나 취소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해명이다. <화유기>는 현재 6회를 촬영 중이라고 알려졌으나, 여러 회차를 섞어 찍고 있어 아직 4회 촬영도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8일에는 3회 분량 촬영도 있었다. 스케줄 조정을 이유로 이미 예정된 촬영을 취소할 만큼의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29일 촬영 일정은 김정현 감독 투입 이후 공지됐다. '새 감독 투입으로 인한 스케줄 조정'이라는 설명이 힘을 잃는 이유다.

언론노조 "고용노동부에 고발 예정, 관계부처에서 대책 마련 나서야"

이번 <화유기> 사태의 책임은 어느 한 사람, 혹은 어느 한 업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배우와 스태프를 '생방 촬영'과 '밤샘 촬영'으로 내모는 한국 드라마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 비현실적인 제작비를 책정하고 촉박한 편성을 밀어붙인 방송사, 제작 단가를 낮춰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전문 업체에 세트 제작을 맡기고 안전 점검 책임을 소홀히 한 제작사, 제작 단가를 맞추기 위해 부실 목재를 사용해 세트를 시공한 인테리어 업체 등 한국 드라마 제작 현장의 여러 적폐가 뒤엉켜 한 40대 가장의 하반신 마비라는 비극을 초래했다.

이 끔찍한 비극을 겪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그 비극으로 인한 근로 감독을 마친 직후 다시 안전 사고가 발생했다. 촬영 책임자들의 안전불감증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스태프가 큰 부상을 당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제작사의 책임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28일 현장 조사를 마친 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근로감독관은 제작사 측에 1) 세트장 천장 작업 중지 2) 목재 사다리 사용 금지 3) 작업장 안전 확보를 위한 개선 노력 4) 용역계약서상 업무의 범위와 책임, 이행 주체를 명확히 할 것 등을 주문하며 현장 안전 확보를 촉구했다.

 JS픽쳐스 로고

JS픽쳐스 로고 ⓒ JS픽쳐스


조사를 마친 뒤 서호원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장은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과 만나 관내에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본부와 협조해 일죽 세트장 외에 파주에 위치한 JS픽쳐스가 제작하는 다른 드라마 세트장에 대해서도 일제 점검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다음 주 중 JS픽쳐스와 세트 제작 업체인 라온을 산업안전보건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해 책임자 엄벌과 원인 규명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또, <화유기> 방송사인 CJ E&M 측에도 <화유기> 제작 중지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논의를 위한 면담을 공식 요청한 상황이다. 이번 사고에 관해 언론노조는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고용노동부, 공정위 등 관계 부처들과의 긴급 연석회의도 제안해 정부 차원에서 정확한 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서달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현재(29일 오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은 <화유기> 세트장을 재방문해 전반적인 세트장 안전과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 등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유기 스태프 부상 JS픽쳐스 근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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