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ITA!'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테림이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다.
NAYEON KIM
-필름으로 했다는 것도 실험적인 것 같아요."외국에서는 필름작업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필름만이 줄 수 있는 느낌이 분명 있고, 그게 노래랑 잘 맞아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뮤직비디오 감독님은 어떤 분인가요?"김나연이라는 분이에요. 애쉬뮤트라는 밴드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죠. 예전에 우연히 포트폴리오 사이트에서 보게 봤는데, 포트폴리오의 영상이나 그림을 보고 너무 제가 원했던 느낌이었던 거죠. 그래서 그때 그 사이트를 즐겨찾기를 해놨어요. '나중에 앨범을 만들면 이 분한테 아트웍이나 뮤직비디오를 부탁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저장을 해놓고 한참 뒤에 앨범 윤곽이 어느정도 나왔을 때 연락을 했어요. 작업을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그분도 저처럼 본격적으로 필드에서 활동하는 친구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랑 잘 맞고 잘해서 꼭 같이 하고 싶었죠."
김나연 감독 인스타그램
instagram.com/nayeonkxx / 포트폴리오
nayeon-kim.com-그럼 타이틀곡 말고 다른 곡에 대한 소개도 부탁해요."1 2 3 4번 트랙은 파리랑 바르셀로나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던 곡들이고, 5번 트랙은 'Portuga!'라는 곡이고 클로이 초라는 미국 시카고에 있는 뮤지션이 피쳐링을 해줬어요. 6번은 타이틀곡 'EVITA!'. 5번과 6번은 둘 다 어떻게 보면 인생에 대한 얘기인데, 5번은 성장기의 꼬마에 대한 내용이라면 에비타는 그 꼬마가 커서 성인이 됐을 때 하는 얘기라서 순서를 그렇게 배치했어요. 에비타 다음에는 마지막 트랙 'The Desert Island Hotel'이라는 곡이에요. 니체의 '낙타-사자-어린 아이'에 대한 비유를 음악으로 청각화했어요."
-낙타 사자 어린아이는 어떤 의미인가요?"니체가 낙타, 사자, 어린아이에 빗댄 인간의 정신의 3단계 비유가 흥미로워서, 항상 언제나 마음에 담고 생각해요. 사회의 질서, 규칙, 법칙 등에 얽매여있고 순종하는 단계의 낙타에서 사막을 거쳐 사자가 되어요. 보통 사람들이 스스로를 가장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라고 느끼는 단계가 사자인데 사실은 그게 가장 높은 단계가 아니라는 거예요. 결국 니체가 말하는 인간 정신의 가장 높은 단계는 망각하고, 유희하는 어린 아이가 다시 되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그 철학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런 비유를 통해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게 재밌고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곡 자체는 바다에서 사막을 지나가는 인간을 떠올리며 음악으로 만들었어요. 가사가 있는데, 그거를 제가 독백으로 읊어서 가청 범위에서 절대 들리지 않게 음악 속에 숨겨놓았어요. 그래서 가사를 보면 텍스트가 있지만, 음악에선 들을 수 없어요. 그냥 재밌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해봤어요."
-앨범 제목은요?"<오드 투 테(ODE TO TE)>라고 지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에비타'라고 하려고 했는데, 근데 곡 하나의 제목을 전체를 대변하는 제목으로 하기보다는 책 제목처럼 하나의 말을 정하고 싶었어요. 애들이 저를 테(TE)라고 부르니까 '나 자신에게 바치는 시'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지었어요. 쓰기에도, 발음하기에도 예뻐서요. 저는 아무리 뜻이 좋아도 미학적으로 보기 안 좋거나 발음하기 안 좋으면 안 하거든요. 근데 오드 투 테는 괜찮은 것 같아요. '오드 투'가 00에게 바치는 송시 그런 뜻도 있고, 옛날에 크렌베리스(아일랜드의 얼터너티브 록밴드-기자 주) 노래 중에 '오드 투 마이 패밀리'라고 있었고, '오드 투 유스'라고 하면 청춘예찬 같은 느낌이더라구요."
▲“작업이 안 될 때 뭐해요?” “제가 재미없는 사람이라 동네 산책하거나 영화 보거나 축구 보거나 그래요. 그리고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작업을 해야 작업이 되거든요.(웃음)”
김석준
Outro. TE RIM-최근 몇 개월 중에 있었던 일 중에 기억나는 한 가지 장면이 있나요?"이건 엄청 최근인데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저를 도와주는 여러 친구들이 있었어요. 뮤직비디오 감독이랑 저랑 친구인 사람들이 다들 와서 도와주는데, 촬영 현장에 있다가 그 친구들을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이 모든 일을 벌렸단 말이야? 나 혼자 한다고 했지만 이 모든 건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 이 자리에 이 순간에 나를 위해서 도와주러 와있구나.' 유니언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해 질 쯤이었는데 혼자서 멀리서 그 사람들 보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면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기다리는 장면이 있다면요? "이건 음악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한 건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야외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하는 거예요. 옆에는 바다가 있고 해 질 녘이고. 망상일 수도 있는데(웃음) 이런 이미지를 생각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냥 보기에 마음이 좋고 생각하기에 재밌어요. 주인공이 제가 아니더라도 어떤 밴드가 그런 무대를 한다고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고 설레잖아요. 그런 상상을 음악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을 했어요. 아직은 멀었죠. 아직은 멀었는데 언젠가 길게 보고 음악을 하다 보면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서 바다 옆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외국일 수도 있고, 제가 외국 음악을 항상 들어서 그런지 외국의 풍경을 상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에 도시 이름을 쓰는 방식이 많이 보여요. 예를 들면, 필터 중에도 아날로그 제주, 아날로그 도쿄 그런 게 있잖아요. 앨범도 도시 이름으로만 구성된 앨범을 만들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막 들었어요.
"제가 그거 비슷하게는 했어요. 시크하게 '파리', '바르셀로나' 이런 건 아닌데, 파리에서의 좋았던 느낌을 표현한 건 'Paris Paradis'라는 게 있고, 또 다른 파리에 관한 곡은 'Sliding Doors'라고 파리의 메트로에서 느꼈던 분위기를 가지고 와서 상상해서 쓴 스토리에요. 그리고 1번 트랙에 Bunker라는 곡이 있는데, 바르셀로나에 분케르 언덕이라는 곡이 있는데 거기 올라가면 바르셀로나 전체 시내 야경을 볼 수 있어요. 진짜 너무 좋아서 같이 올라간 사람들이랑 두 시간 동안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서 야경을 봤거든요. 너무 좋아서 그때 기억을 쓴 곡이 그 곡이에요. 밤 열 시쯤부터 새벽까지 봤는데, 불빛이 바닷가까지 보이고 그 근처의 불빛들이 같이 출렁이는데 신기하고 그런 기억이 나요."
-진부하지만 중요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해 볼게요. 테림에게 음악이 무엇일까요.(웃음)"음악은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지만 음악이 아니면 난 죽을 거야 이런 건 아니에요. 음악 없이는 살 수 없는 삶은 아니에요. 행복하게 사는 게 우선이죠. 자우림의 김윤아님이 하셨던 말인 것 같은데 제가 진심으로 행복한 상태라면 음악을 안 해도 행복할 수 있고, 음악을 하고 싶을 때만 하는 삶. 사실 그게 제일 좋은 거잖아요. 음악은 지금 제가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 거지만 거기에 흡수되어버리긴 싫은 그냥 그런 평생 같이 가야 하는 그런 것 같아요."
덧, 테림의 SNS를 통해 그의 음악적 행보를 지켜보자.
http://www.instagram.com/terimlxxhttp://www.soundcloud.com/terimlxxhttp://twitter.com/terimlxxhttp://www.facebook.com/teriml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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