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프레지던트>영화의 한 장면
인디플러그
제목에 붙은 '미스'는 박정희 세대를 다각도로 접근하는 길잡이로 작용한다. 박정희 세대에게 박정희는 하나의 신화(myth)다. 1960년대 후반에 시작한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박정희를 역사의 인물에서 신화로 바꿔 주었다. 영화는 여러 곳에 세워진 박정희의 동상과 추모행사를 보여주어 우상화와 신격화가 현재진행형임을 나타낸다.
김재환 감독은 박정희 세대가 자신을 박정희에 동일시한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박정희는 국가의 다른 이름이며 박근혜는 박정희와 같은 말이다.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근대화의 초석을 다진 '한강의 기적'을 체험했던 박정희 세대는 그 시절을 지금도 그리워한다(miss). 자신의 젊은 시절과 국가의 경제 발전을 나란히 놓는다. 박정희 또는 박근혜를 부정하는 건 내 시간을 부정당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광경을 조육형씨는 보여준다.
'미스(Miss)'는 박근혜를 의미한다. 영화 속에서 김종효씨 부부가 속한 박사모는 박근혜에게 강한 동정심을 가진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총탄에 잃은 상처 때문이다. 정치에 입문한 박근혜는 자신을 '영국과 결혼한' 엘리자베스 1세를 연상케 하는 인물로 꾸몄다. 박정희 세대는 박근혜를 결혼도 안 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인물로 받아들인다.
마지막으로 '미스'는 잘못(mis)을 뜻한다. 박정희 세대에게 향수로 남아있던 박정희 신화는 IMF 외환위기를 즈음하여 박근혜를 정치로 불러내면서 되살아났다. 부활한 신화는 박정희의 이미지를 흉내 낸 이명박과 박정희와 육영수의 유전자를 지닌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신화에서 출발한 정서와 지지는 결국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이란 결과로 돌아왔다.
▲<미스 프레지던트>영화의 한 장면인디플러그
<미스 프레지던트>엔 조육형씨가 탄핵 정국 당시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마음으로 서울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단상에서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과 태극기를 맹렬히 흔드는 주위 사람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카메라는 그 얼굴을 포착한다. <미스 프레지던트>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여기에 있다. 그들의 내면으로 들어가 보자고 손을 내민다.
김재환 감독은 "촛불 세대와 박정희 세대 사이에 장벽이 놓여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박사모 집회에서 무대에 선 사람들과 아래에 서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스 프레지던트>는 박정희 세대를 혐오의 대상으로 보질 않는다. 적대감을 느끼지 말길 원한다. 귀를 기울이자고 한다. 함께 이야기를 나눌 동반자로 감싼다.
<미스 프레지던트>는 성숙한 시각으로 대한민국의 오늘을 바라본다. 박정희 세대와 촛불 세대는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상대방을 배척하거나 모욕하는 식이 되어선 곤란하다. 앞으로의 길이 험난할지라도 같이 가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힘을 역설한 고별 연설의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6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