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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도구로는 늘어나는 밧줄과 다양한 표정의 가면 10여 개 그리고 행성들을 나타내는 탱탱 볼이 있다. 인물들은 개가 어느 행성으로 떠나버렸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무작정 탱탱 볼을 튀긴다. 그러면서 관객에게도 같이 튀기게끔 유도한다. 공 소리에 미칠 듯 반응하던 개는 그래도 나타나지 않는다. 어린 왕자가 장미의 시각으로 행성들을 여행하며 순수를 보였던 것처럼, 순수가 모르는 진실의 모습들에 가끔 순수는 괴로움을 당하게 된다.
극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가면'이었다. 인물들은 가면을 여러 번 바꿔 썼는데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가면의 표정처럼 행동한다. 마녀처럼, 슬픈 이처럼, 분노한 이처럼, 유쾌한 이처럼. 세 명이 10여 개의 가면을 바꿔가며 역할 놀이를 했다. 어떤 가면을 쓰느냐에 따라, 배우들의 태도와 관객들의 심상이 달라졌다. 그렇다. 개가 아닌 사람이란 가면에 따라 바뀐다. 찡그리는, 소심한, 울먹이는, 주눅 든, 어벙한 얼굴의 가면들은 개처럼 떠돌지 못하는 우리 마음을 반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인물들은 개처럼 누워 있기도 하고 엎드려 네 발로 걷기도 했다. 그러나 개가 사라진 곳을 알 수는 없었다.
연극이 끝날 때까지 개는 더 나오지 않았는데, 인물들은 개가 차고 있던 밧줄에 묶여 이리저리 뒹굴면서 그동안 개가 어떤 기분이었을까를 느낀다. 진정 개의 입장이 되어 개가 갈 법한 곳을 찾으려는 것인지. 말 그대로 그들은 '개'가 되려고 노력했다. 마지막에 그들은 어둠과 맞닥뜨린다. 그때 빛이 나온다. 빛은 그들이 걸어온 가면, 밧줄, 탱탱 볼들을 비춘다. 마치 먼 우주에서 보는 별들처럼 모든 것들이 아득해 보였다. 그들은 비로소 자유의 몸과 같았다.
공연 내내 내레이션과 국악이 나오기도 했지만, 나로서는 워낙 인물들의 몸짓과 표정이 강렬해 어떠한 해설이 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내레이터의 대사들은 분명 의미심장했다. 그대로 옮겨 적기엔 힘들지만, 여행과 순례, 만남과 떠남, 삶과 죽음 등을 다뤘던 것 같다. 내 안의 목소리와 스피커로 전달되는 내 밖의 음성이 배우들의 몸짓과 함께 만났다.
유목민의 탈주성을 가진 개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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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취지가 유쾌하게 여행을 하라는 의도는 아닌 듯했다. 개를 얼마 보진 못했지만, 왠지 연극 내내 함께 있는 듯하여 그새 정이 들어버렸다. 인간이 일상적으로 떠나는 모습과 달리 그들은 그저 신났다. 지구를 포함해 온 행성이 그들의 순례길이었다. 그들은 방문하는 곳에서도 한결같이 천진난만함을 유지했다. 마지막에 관람객들은 순례자의 나라 비자를 발급받는다. 그리고 작은 빛도 받아 함께 어둠을 밝혀보았다. 우리의 본성이 아마 개처럼 천진난만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이 끝나고 규정이 가득한 외부로 나오니 나는 다시 체면을 차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몸이 경직되어 있었다.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축 늘리고 동화 같은 세계에 있었다는 것이 너무 좋았고, 그래서 연극의 그런 아련함이 여태껏 남아 있다.
극단 인형인은 입체적인 시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창의적인 관객 참여형 연극을 시도한다고 밝혔다. '개처럼 순례하라'는 충분히 그러한 의도가 반영된 극이다. 배우들의 과장된 인사로 시작하는 극은 우리가 그만큼 오버하지 않으면 시작조차 못 하는 부류이다.
떠날 용기가 없는 사람들, 어떻게 떠나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은 개처럼 순례할 일이다. 개를 업신여기지 말자. 개야말로 유목민의 탈주성을 가진 혁명가이다.
▲가면을 쓴 사람들은 순례길을 떠나지 못하고 망설인다. 극단 인형인의 이 연극은 탈주하는 개의 유목성에 주목한다. 서울 대학로 스튜디오76에서 개막한 연극 <개처럼 순례하라>는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는 10월 29일까지.한강아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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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문화, 과학 및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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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탈주하고 싶다면 순례하라... '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