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운동의 비밀 병기, 암호
KBS
독립 운동의 비밀 병기, 암호20여 곡의 작사가로 항일 음악사에 이름을 남긴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이름은 KBS 1TV에서 방영된 광복절 특집 다큐 <독립운동의 비밀 병기, 암호>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1930년대,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수감자들은 벽이나 나무 바닥을 두들겨 정보를 주고받았는데, 이것이 바로 다큐가 첫 번째로 소개한 '타벽통보법'이다. 하지만 만주와 미국 등 외국 생활을 오래 한 안창호 선생은 이 대화법을 몰랐고, 때문에 안창호 선생 방에서 신호가 끊기기 일쑤였다. 그런 안창호 선생에게 '타벽통보법'을 알려준 것은 옆방의 김정련 선생이었다. '타벽통보법'은 자음과 모음, 숫자 등을 주먹, 손가락, 손바닥을 이용하여 벽과 벽을 통해 전달하는데, '내일 오후 두시 만세 시위'라는 문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23번의 타벽이 필요하다. 일제의 감시에서 이 타벽 통보법은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실제 안창호 선생에게 타벽 통보법을 전달하려다 걸릴 뻔한 김정련 선생은 스스로 똥물을 뒤집어쓰고 미친 척하며 암호를 지켜냈지만, 독방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해야만 했다.
다큐는 독립운동의 암호 연구에는 아이러니한 면이 있다고 말한다. 성공한 작전의 암호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작전의 성공은 곧 암호의 비밀 보장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니 암호 연구는 결국 실패한 작전, 기사 등을 통해 알려진 흔적을 통해 유추해 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1930년대 호서은행 불법 금융사기 사건이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일제는 암호 문서를 단서로 이 사기 사건을 발각해 1만 7천 원을 회수했다. 호서은행은 당시 충남의 대표적인 은행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은 미곡상 최석영이 서류를 위조하여 여러 은행에서 불법으로 대출을 받은 사건이지만, 그 뒤에는 고향 예산에서 독립 운동자금을 모으려고 했던 독립운동가 신현상이 있다. 일제는 이 사건으로 중국 베이징 등지에서 신현상 외 5인을 체포했다.
▲독립 운동의 비밀 병기, 암호 KBS
중국 텐진 화평구 일본 조계지의 정실은호 일본 은행 금고가 대낮에 털린 사건에서 활약한 건 암호 '닭다리'라 칭해졌던 권총이었다. 또한 1920년대 만주 독립운동의 중심이었던 우당 이회영 선생이 고국에 보낸 서신에 등장한 '새우젓', '골뱅이젓'은 당시 독립운동 자금을 위해 접촉할 사람들의 별명이었다. 당시 친일파는 모이를 주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덤빈다 하여 꿩이라 하거나, 밀정은 여우라는 식으로 빗댄 은어를 흔히 사용했다.
이런 은어는 1921년 일제에 의해 발각된 후 보다 체계화되어갔다. 일본 외무성에 남겨진 자료 중 가장 오래된 1919년 2월 28일 자료에 따르면, 독립운동 암호는 자음과 모음을 숫자로 표시하는 식으로 변화했고 3.1만세 운동 이후 보다 고도화되어 갔다. 일본의 감시와 검거가 치열해지는 만큼 암호체계도 서신용-전보용으로 분화되고, 자릿수도 두 자리에서 세 자리로 복잡해졌다. 변화의 주기가 점점 짧아진 것도 특징이다.
실패한 작전을 통해 유추해본 비밀 병기 암호는 한 편의 첩보 영화 소개 프로그램처럼 흥미진진했다. 해방의 순간까지 끊임없이 일제에 항거했던 우리 선열들의 치열한 결과물로써 암호만큼 명확한 증거도 없을 것이라는 걸 다큐는 여실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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