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경찰' 김주환 감독 영화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 그는 국내 3대 영화투자배급사 중 하나인 쇼박스 출신 영화인이다. ⓒ 이정민


겉만 보면 다소 모자라 보이는 두 예비 경찰의 유쾌한 활극 같지만 이 영화 어딘지 모르게 짠하다. 오는 9일 개봉을 앞두고 열린 언론 시사회 자리에서 "예상 외로 재밌고 웃기다"는 평을 받으며 올 여름 대작 영화들을 긴장시키는 다크호스로 거듭난 영화 <청년경찰>.

배우 박서준과 강하늘이 주연으로 나선 가운데 이 영화에 담긴 몇 가지 상징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2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주환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언론시사 때 너무 떨려서 들어갈 수 없었다"는 고백부터 했다. 이제 막 상업영화로 데뷔한 신인감독다운 모습이었다. 독립영화 <코알라>(2013) 직후 이번 작품을 준비한 그는 약 5년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관객 앞에 서게 됐다.

한국형 버디물의 부활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 영화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년경찰>은 <투캅스>와 <살인의 추억>을 잇는 버디물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갈등을 정리하는 대신, 얼마나 친한지부터 먼저 보여줬다. ⓒ 이정민


우선 두 남성이 주인공이고 강력 범죄를 해결해 간다는 점에선 <투캅스> 등의 1990년대 유행했던 버디물의 계보를 잇는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언론 시사회 이후 이와 같은 반응이 나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관록의 성인이 아닌 미완의 대학생이 주인공이라는 점, 이들을 방해하는 존재가 범인이 아닌 오히려 이들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라는 점 등이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왜 희열(강하늘)과 기준(박서준)의 갈등관계가 없냐와 같은 얘길 들었다. <투캅스> <살인의 추억>도 그렇고 주인공들 간 갈등이 있잖나. 우린 두 인물이 얼마나 친한지 부터 보여주고 시작한다. 15분 만에 우정을 정리하고 시작했다. 싸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거다. (청소년을 납치해 벌이는) 무서운 범죄랑 싸워야 하는데, 영화적 설정을 위해 주인공들 갈등까지 넣으면 관객 입장에서 공감하기 어려울 거 같았다."

경찰이 되고 싶어 경찰대에 입학한 동기들과 달리 희열과 기준은 뚜렷한 목표가 없다. 가난한 환경인 기준은 학비가 공짜라, 전교 1등 희열은 다른 친구들과 똑같은 대학가는 게 싫어서 경찰대에 들어갔다. 그런 두 사람이 우연히 한 여고생이 납치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뒤 각성해 간다는 게 <청년경찰>의 골격이다. 어리바리하지만 불의에 눈감지 않는 지극히 상식적인 청년의 눈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셈.

사실 여기엔 수 년 간 영화사 홍보맨으로 일하며 감독의 꿈을 키웠던 그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매일 원치 않는 술을 마시다가도 내 꿈을 위해 하루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했는지를 체크하곤 했다"며 "그런 열정을 투영시키기 좋은 게 바로 젊은 청년들이었다"고 운을 뗐다.

 영화 <청년경찰> 관련 사진.

영화 <청년경찰> 속 두 쳥년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명콤비로 서서히 거듭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직장 생활 할 때 매일매일 나 자신에 대한 테스트였다.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는데 젊은 층에 그렇게 꽂히더라. <코알라> 때도 두 백수가 주인공이었고, <청년경찰>은 보다 젊어진 청년이다. 거의 초고 이후 스무 번 이상 고쳐 쓴 거 같은데 좀 더 무서운 스릴러 버전도 있었고, 범죄 유형이 바뀌기도 했다. 좀 더 코미디가 강조된 버전도 있었고. 

다만 범죄 자체는 좀 세야했다. 순진한 애송이 같았던 주인공들이 각성해야 하고,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야 했다. 가출 청소년들이 이렇게 방치된 이유가 뭐지? 어떤 어른들도 나서지 않으려 하니 우리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어야 했다. 이 영화가 밝다고 하시는데 쉽게 보려다 훅을 맞으실 수도 있다(웃음). 영화적 소재로 쓰인 범죄도 엄청 공들여 준비한 설정이다. 산부인과에 가서 자문을 구했는데 엄청 큰 규모의 병원일수록 부채가 많더라. 그만큼 고가의 장비를 들여놓으니 말이다. 그래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엄청난 거지. 자본주의의 거대 산물 안에 이런 범죄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폐부를 유쾌하게 꼬집다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 영화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 영화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무거운 설정임에도 밝고 가벼운 톤으로 색칠했다. 김주환 감독은 이 사회의 폐부를 '유쾌하게' 꼬집고자 했다. ⓒ 이정민


정리하면 <청년경찰>이 그린 범죄는 '레드마켓', 즉 장기밀매의 한 유형 중 하나다. 의술 속에 가려진 탐욕 때문에 힘없고 의지할 곳 없는 가출청소년들이 희생되며, 이들을 납치하기 위해 또 다른 가출청소년과 조선족이 동원된다. 김주환 감독은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가 연합한 범죄"라며 "이 영화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내가 형사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진짜 영화 속 악인은 따로 있다. 가출 청소년과 대림동 조선족 꼭대기에 있는 존재지. 이 체계를 만들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부조리의 순간을 때려잡는 영화는 그간 많지 않았나. 외화 중엔 <테이큰> 시리즈, 한국엔 <아저씨>나 <괴물> 등이 있지. 여성 성매매가 그간 이런 영화의 주 소재였는데 그걸 반복할 순 없었다. 

그러다 레드마켓을 알게 됐고, 그걸 공부하다 보니 정말 다양한 범죄들이 있더라. 개발도상국의 시체를 발굴해 미국 대학교 뼈 모형으로 제공하거나 기증된 척 하면서 불투명하게 거래되는 장기들이 많았다. 레드 마켓 특징은 수요자와 공급자 소통이 차단돼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도 공여자와 수여자가 전혀 서로를 모른다." 

영화 속 설정 얘기만 들으면 엄청 무거운 스릴러 같다. 다시 말하지만 <청년경찰> 꾸준히 밝고 유쾌한 톤이다. 김주환 감독은 "이런 설정으로 영화가 공포처럼 느껴질 순간도 있는데 그것 때문에라도 더 관객을 보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의 분위기가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엔 우리 사회 속 폐부를 유쾌하게 꼬집고 싶은 그의 생각도 담겨 있었다.

"가출한 아이들이 나쁘게 비춰지곤 하잖나. 이유 없이 집을 나오는 청소년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들 동기가 있을 거다. 영화 속에서 납치당한 윤정(이호정)도 사연이 있다. 집에서 또 사회적으로 내몰려 음지에서 일하잖나. 어른들이 뭘 했냐고 반문하는 내용이 있다. 사실 나쁜 어른을 난 싫어한다. 내가 영화 한다고 했을 때도 대부분 무시하거나 기를 죽이려 드는 어른들이 많았다. 물론 개인적으로 밥이라도 사먹으라며 도와주신 분도 계시다. 영화 엔딩 크래딧에 그 분 이름을 넣었다(웃음).

세상이 참 재밌다. (이 영화로) 어른들도 좀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청년경찰>에 나오는 양 교수(성동일)나 메두사 선배(박하선)는 참 좋은 어른이다. 자신의 자리를 책임감 있게 지키며 음으로 양으로 미성숙한 주인공을 돕는다. 영화엔 짧게 나오는데도 성동일 선배와 하선씨가 캐릭터를 잘 살려주었다."

7시간의 비밀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 영화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크리티컬 아워' 7시간이라는 설정, 2014년 4월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 이정민


그리고 남은 이야기가 있다. 납치 수사 해결 과정을 가르치는 양 교수가 강조하는 '크리티컬 아워' 7시간에 대한 사연이다. 의학용어로 골든타임에 해당하는 이 개념은 영화에서 실종자가 살해되기까지 최소한 마지노선이 7시간이라고 설명된다. 감금당한 여고생 그리고 7시간이라는 설정으로 언론 시사 당시 감독에게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설정 아닌지"라고 직접 물었었다. 이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크리티컬 아워는 내가 아는 한 전문용어다. 자료 조사하면서 본 논문에 있었다. 납치범은 사회적 약자에 기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성인여성이나 아이다. 유아 납치는 세 시간 내에 살해가 발생하기 쉽고, 여성은 6, 7시간 내에 발생한다고 하더라. 솔직히 지난 4년 간 영화를 준비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긴 했다. 나 역시 영향을 받잖나. 그 사건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뉴스를 보면서 누가 좀 구했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다. 물론 여러 의인들이 그 현장에 뛰어갔지.

영화에 그걸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싶진 않았다. 그건 아닌 거 같았다. 여전히 상처 입은 분들도 계시잖나. 조용히 담자 그런 마음이었는데 언론 시사회에서 기자님이 질문해주셨다. 어떤 블로거는 이 영화랑 그 참사를 완벽하게 비교해놓으셨더라. 근데 전 청소년을 구하려고 애쓰는 주인공들과 그 7시간이라는 마지노선만 설정해놓으면 나중에라도 평론가 분들이 찾아낼 거라 생각하고 넣은 거다.

처음 얘기하는 건데 사실 성동일 선배께 말씀드렸다. 조용히 그 참사의 상징을 담고 싶다고. 선배가 강의하면서 칠판에 7시간을 적는 장면이 있잖나. 보신 분들은 알 수도 있는데 성동일 선배가 시종일관 밝게 가시다가 그때 싹 톤을 바꾸신다."

마냥 <청년경찰>이 웃기고 발랄한 코미디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현실과 사회를 바라보는 창작자라는 관점에서 김주환 감독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것.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 됐지만 흥행하면 2편, 3편도 꾸준히 나올 수 있다. "큰 그림이 있다"며 그가 이후 생각해 놓은 줄거리를 살짝 귀띔했다. 여러 모로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 영화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년경찰>의 속편이 나올 수 있을까? 김주환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 이정민



청년경찰 김주환 강하늘 박서준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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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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