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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30년 된 나무와, 100년 된 나무 사이에 층층이 건들건들 매달린 나무집, 4년 동안 지은 이 나무집이 그가 보낸 '철부지 세월'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단지 이 나무집만일까? 다큐는 직장인 미즈노가 철부지 50살 소년이 된 그 과정을 설명하는 대신, 그와 그의 자녀들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다큐가 시작하자마자 미즈노의 상징으로 등장했던 '오늘 탄생한 검은 병아리 한 마리'는 BJ가 꿈인 막내딸의 첫 방송 초대 손님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야무지게 무엇이든지 뚝딱 만들어 제치는 아빠의 손을 빌려 집까지 만들어 줬는데, '러브 하우스' 하모니가 끝나기도 전에, 막내딸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어미 고양이가 단박에 낚아채 버렸다. 허겁지겁 고양이의 입을 벌려 구출 작전을 시도해 보지만 오늘 태어난 생명에게 새끼를 난 어미 고양이의 허기진 입은 가혹했다.
죽은 병아리를 손 위에 놓고 망연자실해 하는 아홉 살 난 딸에게 아빠 미즈노는 담담하게 말한다. 새끼를 네 마리나 낳은 어미 고양이는 배가 고팠을 것이라고. 우리가 방심했다고. 하지만 네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너의 몫이라고. 흔히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이 하는 귀여운 병아리를 죽인 고양이가 나쁘다든가 하는 선입견에서 아빠 미즈노는 한발 물러선다.
미즈노네 집은 매사가 이런 식이다. 학생들이 있는 미즈노네 아침, 하지만 아무도 학교 가라, 아침 먹으라고 독촉하는 사람이 없다. 아이들은 저마다 알아서 때가 되면 일어나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다 학교로 간다. 엄마 역시 자신의 출근 준비에 바쁘다. 사진과에 다니다 잠시 휴학을 하고 자신의 길을 모색하는 딸에게도 마찬가지다. 미즈노는 말한다. 부모로서 그 짐을 조금 덜어주곤 싶지만, 그러나 딸의 인생은 딸의 것, 그런 아빠, 엄마가 지킨 경계선에서 미즈노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길을 물어 스스로 답을 얻는다.
아홉 살 난 딸은 병아리의 죽음은 슬프지만, 그렇다고 고양이를 미워하지 않는다. 이미 아홉 살이지만 병아리의 죽음을 통해 인생의 한 단면을 이해한다. 스무 살이 넘은 딸은 스스로 새로운 자신을 향한 길을 찾아 아버지의 도움 없이 라오스로 떠났다. 마흔 살 창밖의 민들레를 보고 전북 김제로 향하기까지 2년 아마도 미즈노도 그랬으리라는 것을 그와 딸들의 관계를 통해 짚어보게 된다. 풍족한 삶 대신, 때로는 득도한 스님처럼, 때로는 소년처럼 꿈꾸는 것을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찾아서 즐기는 그의 삶은 마치 잠시 도원에 든 나무꾼의 일장춘몽과도 같다.
하지만 미즈노는 말한다. '마흔까지 가족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이라 여기며 일벌레로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 날 보니, 가족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선후를 바꿨다. 그러고 나니 나도 행복하고, 가족도 또한 행복해졌다' 이건 미즈노가 도달한 결론이고, 다큐멘터리는 보는 우리에게 던진 질문이다. 병아리가 깨고 나온 알껍데기를 들고, 미즈노는 말한다. 알은 병아리를 보호해주지만, 그러나 병아리가 되기 위해서 알은 장애라고. 그렇게 어렵사리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는 하지만 태어난 첫날 고양이에게 물려 죽었다. 다큐는 그럴듯한 미즈노의 트리집과 그 자녀들의 이상적인 관계를 보여주지만, 그 안에 각자의 삶을 버거워하며 이겨내는 알을 깨는 과정은 복선처럼 깔려있다. 병아리의 죽음이 아홉 살 소녀에게 화두가 되듯, 저마다 삶의 화두를 붙잡고 가야 한다는 것을 철부지 50세 소년은 초연하게 웃으며 받아들인다.
한 번뿐인 삶을 사는, 또다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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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인이다>의 < SBS 스페셜 > 버전 같았던 '알을 깨다'는 하지만, 가족, 사회와 괴리된 채 자연을 벗 삼던 자연인들과 다르다. 50살 철부지라며 스스로 하염없이 선한 웃음을 날리는 아버지에게, 스무 살이 넘는 딸은 영원토록 철들지 않기를 소원한다. 아홉 살 딸에게는 가장 충실한 조력자이자, 경계를 넘지 않는 든든한 멘토이다. 이제 남편 대신 돈을 벌러 가는 아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삶의 행보에 신중한 남편이 믿음직스럽다. 나무 위에 지은 꿈의 공장 같은 트리 하우스는 그저 미즈노의 자기만족을 넘어, 새로운 일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퇴사하겠습니다> <성신제의 달콤한 인생> <회사를 바꾼 괴짜 사장>에 이은 <알을 깨다>는 욜로 라이프(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주제로 꿰어질 수 있다. 이제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사회, 인간성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경쟁 사회에서, 이 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창되고 있는 욜로 라이프, 그 범주 안에서 다큐멘터리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알을 깨고 나온 미즈노의 즐거운 인생 역시 이 시대의 또 한 편의 새로운 선택지로 제시된다. 정답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죽은 병아리를 들고 황망해 하는 딸에게 네가 고민하고 선택한다고 말하듯, < SBS 스페셜 > 역시 마찬가지다. 이 시대, 당신이 살아갈 한 번뿐인 삶을 누리는 이런 방식도 있다고,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지는 당신의 선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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