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펀치 허용하는 최홍만 9년 만에 국내 복귀전을 치르는 '테크노골리앗' 최홍만이 지난 2016년 9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샤오미 로드 FC 033 무제한급 경기에서 미국의 마이티 모에게 강펀치를 허용해 1라운드 KO패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 데뷔는 종합격투기로 했지만 사실 마이티 모는 입식 격투기 파이터로 더 유명하다. 미국과 일본 무대를 오가며 활동하던 마이티 모는 지난 2007년 3월 최홍만과 대결하면서 국내 격투팬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당시 최홍만은 레비 본야스키와 제롬 르 밴너 같은 일류 파이터들에게만 판정으로 패했을 정도로 국내 입식 격투기를 상징하는 대표 파이터였다(판정 논란이 있긴 했지만 당시 입식 최강으로 꼽히던 새미 슐츠에게 승리한 적도 있다).
하지만 최홍만은 2라운드 초반 마이티 모의 강력한 오른손 펀치에 생애 첫 KO패를 당했고 그 경기를 기점으로 파이터로서 빠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마이티 모는 기세를 몰아 K-1 하와이 그랑프리에서 우승했지만 슐츠, 스테판 레코, 폴 슬로윈스키 등 강자들과의 대결에서 차례로 무너지고 말았다. 실제로 마이티 모는 지나치게 한 방 펀치에만 의존하는 단순한 경기 스타일로 빠르고 테크닉이 좋은 파이터들에게는 매우 약한 면모를 보여왔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입식 무대에서 무려 10연패의 수렁에 빠진 마이티 모는 파이터로서 사실상 한계를 보였다. 그런 마이티 모에게 재기의 기회를 마련해 준 무대가 바로 로드FC였다(당시 마이티 모는 종합 격투기에서도 3연패 중이었다). 2015년 10월 로드FC 26대회에 출전한 마이티 모는 동갑내기 파이터 '부산중전차' 최무배를 37초 만에 KO로 제압하며 연패의 수렁에서 탈출했다.
같은 해 연말 로드FC 헤비급 챔피언을 가리기 위한 토너먼트에 참가한 마이티 모는 8강에서 최무배, 4강에서 명현만, 결승에서 최홍만을 각각 KO, 서브미션, KO로 꺾고 로드FC 초대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나마 입식 격투기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명현만이 3라운드까지 버텼을 뿐 최무배와 최홍만은 마이티 모의 강펀치에 1라운드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로드FC에서는 마이티 모의 1차 방어 상대로 최홍만에게 로드FC 데뷔전 KO패의 수모를 안겼던 카를로스 토요타를 내세웠다. 하지만 토요타 역시 경험과 기량 면에서 마이티 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토요타는 마이티 모의 강펀치를 의식해 백스텝을 밟다가 코너에 몰렸고 기회를 엿보던 마이티 모는 경기 시작 1분 만에 토요타의 턱에 라이트 어퍼컷을 적중시키며 가볍게 경기를 끝냈다.
마이티 모의 단순한 스타일 뚫지 못하는 한국의 얇은 헤비급 선수층헤비급 토너먼트에서 한국인 파이터 3명을 쓰러트리고 1차 방어전에서 토요타마저 가볍게 제압한 마이티 모는 지난 15일에 열린 2차 방어전에서 또 다시 한국 파이터 강동국을 상대했다. 아마추어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1년 세계대학 레슬링 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입상한 경력이 있는 강동국은 지난 2012년 종합 격투기 데뷔전에서 제프 몬슨에게 판정패를 당한 바 있다.
아무리 엘리트 레슬러 출신이지만 격투기 전적 1전 1패, 그것도 2012년을 마지막으로 4년 8개월의 공백이 있었던 강동국과 경험이 풍부한 챔피언 마이티 모의 대결은 심각한 미스매치였다. 그만큼 로드FC 내에 마이티 모에게 도전할 만한 헤비급 파이터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동국은 1라운드 내내 케이지를 돌며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다가 허브 딘 주심으로부터 두 차례나 경고를 받았고 결국 2라운드 중반 그라운드에서 파운딩 세례를 당하며 KO로 패했다.
마이티 모는 지난 2015년 10월 로드FC 진출 이후 2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6연승 행진을 달리며 '무적의 챔피언'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마이티 모에게 패배를 안기긴커녕 아직 판정까지 경기를 끌고 간 선수조차 나오지 않았다. 기세 좋게 덤벼 들다간 1라운드 초반에 무너지고 나름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가더라도 끝내 마이티 모의 압박을 견뎌내지 못한다. 해외 무대에서 한계를 드러낸 단순한 경기 스타일이 로드FC에서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18일 현재 로드FC에 소속된 헤비급 파이터는 총 20명이고 그 중에서 한국인 파이터는 7명이다. 그 중에서 이미 최무배, 명현만, 최홍만, 강동국이 마이티 모에게 패배를 당했고 김재훈은 지난 2015년 중국의 아오르꺼러에게 24초 만에 KO로 패했다. 심윤재 역시 마이티 모에게 쉽게 패한 카를로스 토요타에게 17초 만에 무너진 바 있고 김창희의 로드FC 데뷔전은 무효 경기로 끝났다. 현실적으로 현재 마이티 모에게 도전할 한국 파이터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 로드FC에는 총 7체급의 챔피언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외국인 챔피언은 헤비급의 마이티 모가 유일하다. 물론 로드FC가 세계적인 격투단체를 지향하는 만큼 외국인 챔피언이 있다는 사실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때 10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은퇴 위기에 놓였고 한국 나이로 곧 50세를 바라보는 노장 파이터가 이렇다 할 적수도 없이 '무적'으로 군림하는 것은 한국 격투계가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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