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프랜차이즈 업주의 갑질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법정 구속까지 가는 요즈음 그 정반대의 '사장님'들을 < SBS 스페셜 > '회사를 바꾼 괴짜 사장' 편이 다뤘다. 그 첫 번째 인물은 오늘은 북유럽으로, 어제는 중국으로 동거숙서가식(東家宿西家食)하는 여행사 사장님 신창연 대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불황의 여행 업계에서 해마다 뛰는 매출 실적을 자랑하는 회사의 사장님이었던 신창연 대표. 그는 직원들을 위한 갖가지 복지 제도를 마련했다. 2013년, 사내 80%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사장 자리를 내놓겠다는 과욕을 부렸고, 단 한 명이 부족해 사장 자리에서 '잘리는' 처지가 되었다. 처음 투표의 결과를 받아들고 잠시 '멘붕'에 빠지기도 했다는 그였지만, 곧 진정한 회사 내 민주주의를 위해 기꺼이 자리를 내놓았다. 그 이후 그의 삶은 180도 바뀌었고, 지금은 세계를 오가며 자유롭게 사는 중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사주'가 사라진 회사는 성장을 거듭했고, 그의 후임 사장 역시 지금은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영업 본부장으로 현직을 이어나가고 있다. 자리가 아닌 일로써 존재하는 '사장' 자리. '사장'이 없어도 자율적으로 자기 일을 즐기는 기업 문화를 정착하게 했다.
신창연 대표만 괴짜가 아니다. 한때 몇 개의 요식업소를 운영하던 '갑'이었던 사장님은 이제 수유동 작은 일식당의 '해피님'이 됐다. 커다란 식당 대신 사람 몇 명만 들어가도 꽉 차는 작은 식당에는, 수많은 직원 대신 이 식당이 열렸던 그 시절부터 함께 하는 직원이 있다. 화장실 청소부터 온갖 허드렛일은 '해피님'이 도맡아 하고, 식당의 대소사는 모두 직원회의를 거쳐 결정되는 이곳은 '해피님'이 원하던 진짜 일터이다. 이곳엔 아르바이트 대신 이익금을 나눠 받는 직원이 있고, 언젠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는 직원 대신, 이곳에서 뼈를 묻을 각오가 되어있는 주인들이 있다.
한술 더 떠서 일주일에 4일만 근무하는 직장도 있다. 돈을 주면 무제한으로 부려먹는 것이 관행이 된 대한민국에서 불금을 회사 대신 가정에서 맞이하는 직장, 오후 6시만 되면 뒤도 안 돌아 보고 모든 직원이 회사를 비우는 직장이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주 4일 근무한 이래 이 회사의 실적이 비약적 발전을 해냈다는 것이다. 그 결단은 사장님으로부터 시작됐다.
SBS
밤거리를 빛내는 건물의 불빛, 그 불빛을 보고 직장인들은 '상사의 눈치로 인한 불가피한 태업'이라고 자조한다. 그 시간까지 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전근대적 업무 관행으로 인해 할 일이 없어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 늦은 퇴근과 그로 인한 피로의 축적, 업무 효율의 저하를 낳는다는 것을 회사원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창의성'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화두가 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에서, 과연 우리의 전근대적 업무 관행이 우리 산업을 계속 승승장구하게 할 것인가. 다큐멘터리가 찾아간 미국 IT 업계 신생 기업의 자유로운 사내 문화는, 현 한국 사회에 제시하고 있는 바가 크다.
결국 '회사를 바꾼 괴짜 사장'이 내세운 것은 '갑'의 변화이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30년 동안 이끌었던 회사를 퇴임하는 회장님, 퇴임하는 회장님이라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율 배반으로 들리는 이 정의를 실천하는 회장님을 통해, 회사는 새로운 전통을 일궈나간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말하고자 한 것도 그것이다. 법과 제도가 있더라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유용하고자' 마음먹는다면, 인간을 돈을 주면 무제한 부리는 대상으로 간주한다면, 과로사와 과로 자살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과로사처럼 과로 자살 역시 '산재'로 인정하는 사회적 경각심도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을 하다 하다 자신이 도피할 곳은 죽음밖에 없다는 절박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과로 사회', 그 자체에 대한 법적 방지와 인식의 제고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의 하나로써 < SBS 스페셜 >의 괴짜 사장님들이 제시된 셈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