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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편 '가을 단기 방학'은 엄마 없는 열한 살 소녀 연주(최수인 분)의 이야기다. 이혼한 부모 탓에 할머니와 사는 연주는 가을 방학을 맞아 부모님과 여행 사진을 찍어오라는 숙제를 받는다. 재혼한 엄마를 찾아 홀로 머나먼 울산을 찾은 연주는 좀처럼 엄마와 만나지 못하고, 놀이공원을 비롯해 도시 곳곳을 거닐며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한창 엄마의 빈자리가 클 나이인 연주의 심리를 세심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린 연출이 인상적이다. 이미 다른 가족이 되어버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연주의 홀로서기와 맞물리는 지점은 아릿하다. 관람차를 배경으로 홀로 찍힌 연주의 사진은 특히 여운이 길다.
두 번째 이야기 '로라'는 엄마이자 아내인 40대 여성 로라(김영서 분)의 특별한 하루를 다룬다. 젊은 시절 발레리나의 꿈을 접고 도심 외곽에서 남편과 펜션을 운영하는 로라는 한 뮤지컬팀을 투숙객으로 들이며 알 수 없는 설렘을 느낀다. 공연 초대까지 받은 그는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떠나 뮤지컬을 관람하고, 이를 통해 잊었던 꿈과 마주한다. 영화는 다 자란 딸을 떠나보내고 팍팍한 현실에 파묻힌 중년 여성의 내면을 깊숙하고도 폭넓게 비춘다. 청춘 시절에 대한 향수와 무대를 향한 동경이 혼재된 로라의 심리, 그리고 이를 대하는 남편의 태도는 중년의 삶에 대한 잔잔한 위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