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팝 밴드 더블유앤웨일(W&Whale)에서 노래한 웨일(Whale)이 지난 3월, 첫 솔로 EP < Tremulous Star >를 발표했다. 자작곡 'Scientist(Electronic Ver.)', '어느 북극곰의 이야기(Electronic Ver.)', 'Tragedy Queen', 'Scientist(Acoustic Ver.)', '어느 북극곰의 이야기(Acoustic Ver.)'를 담았다. 더블유앤웨일 탈퇴 후, 6년 만이다.

"노래를 부르고 작사, 작곡, 편곡, 믹스까지 다 맡아서 하니까 혼자서 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가끔은 왜 내가 다 한다고 그랬을까 생각이 들지만 결국 저라는 사람은 이것을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아요. 힘들지만 마음은 편하다는 느낌, 정신적으로 만족감이 굉장히 큰 삶을 살고 있어요."

지난 4월 17일에는 라이브 공연 프로그램 <EBS스페이스 공감>을 통해 오랜만에 팬과 만났다.

"오래 기다려준 팬분들이 많이 오셨더라고요. 홍대 작은 클럽에서 들려드렸던 곡들이 이제야 공식적으로 발표가 되니까 참 대견하다는 표정을 지으시는 것 같았어요. 옛 생각도 나면서 저분들이 늘 저를 지켜봐 주고 계셨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5월 22일에는 당나귀를 상상하면 쓴 'Donkey (좋아하는 일을 해)'와 'Budding Flower (꽃봉오리)' 신곡을 발표했다. 그는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며 대중과 소통하면서 6월에 열릴 단독공연을 준비 중이다. 자신의 음악을 하기 위해 밴드를 탈퇴하고 첫발을 내디딘 웨일을 5월 1일 경복궁에서 만났다.

 가수 웨일

가수 웨일 ⓒ 김광섭


"고래를 좋아해서 웨일이에요!"

- 예명을 웨일이라고 지은 이유가 있나요?
"사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인터뷰할 때마다 한 가지만 이야기를 했어요. 오늘은 색다르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이유도 함께 말씀을 드릴게요. 첫 번째 이유는 고래를 좋아해서죠. 고래는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없는 동물이잖아요? 그래서 환상적인 이미지잖아요? 그런 이미지의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에게 정말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고요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욕심에서 고래라고 정했어요. 그런데 사실, 고래로 정한 이유는 시규어 로스의 첫 음반 두 번째 트랙 'Dögun' 때문이에요. 그 곡을 들으면 제가 상상하는 이미지가 있거든요. 어떤 꼬마 아이가 밤에 집을 나와 바닷가 절벽 위에 올라가요. 작은 라이터를 켰다가 껐다가 하면 바다에서 검은 물체가 오는 거죠. 그게 고래인 거예요. 소년이 내려가서 고래 등을 타고 바닷속을 탐험하는 거죠. 세상을 벗어나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곳을 탐험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를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가 고래라고 생각했어요."

- 더블유앤웨일이 아닌, 웨일의 이름으로 첫 EP < Tremulous Star >를 발표한 소회가 어떤가요?
"더블유앤웨일로 처음 데뷔해 7년 정도 같이 했는데, 그때에도 항상 솔로 음반을 계획하고 있었어요. 더블유앤웨일을 탈퇴하고 나와서 준비한 기간만 해도 5년 정도 되니까, 음악을 시작한 21살부터 지금까지 10년이 걸린 거죠. (웃음) 이제 음악을 처음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떨려요."

- 오래전에 만든 곡도 있나요?
"7~8년 전에 썼던 곡이 있어요. 더블유앤웨일 활동할 때, 더블유 오빠들이 곡이 좋으니까 음반에 넣자고 몇 번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저는 "아니요, 이 곡은 제 솔로 음반에 수록할 곡입니다"며 아껴놓은 곡이죠."

- 어떤 곡인가요?
"타이틀곡인 'Scientist'예요. 리더 오빠가 첫 소절을 너무 마음에 들어 했어요."

- 더블유앤웨일을 나온 이유가 있을까요?
"제 솔로 음반을 내기 위한 결정이었어요. 더블유앤웨일도 많은 사람이 인정하며 좋아해 주신 밴드였기 때문에 계속하면 제 것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위기감이 있었어요. 내 길을 가려면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더블유앤웨일 활동했던 때를 돌아보면 어때요?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하는 고난의 시기였다고 해야 할까요? 가야 하는 음악의 길에 있어 꼭 거쳐야만 하는 힘든 고난의 길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저 자신의 감정하고 매일 싸워야 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지만 이것을 거쳐야만이 제가 더 단단해져서 제 것을 할 때 더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시기를 잘 넘기기까지 되게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 어떤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요?
"20살 초반에 블루스 음악을 좋아했는데, 더블유 오빠들을 만나고 정말 생소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접하게 되었어요. 그때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싫어했어요. 무언가 와 닿지 않는 게 있었어요. 그들과 음악을 오래 하면서 일렉트로닉 음악의 매력에 빠지게 된 거예요. 지금은 더블유보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더 좋아할 정도로 음악 세계가 계속 바뀌더라고요.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이 조화를 잘 이루는 음악을 하고 싶더라고요. 이번 음반에 어쿠스틱 버전과 일렉트로닉 버전이 있잖아요? 정말 색깔이 많이 다르게 구성이 돼있는데, 저한테는 그 두 가지를 다 갖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처음에는 굉장히 어쿠스틱한 리얼 악기로 구성된 음악을 하고 싶은 열망이 컸는데 이제는 일렉트로닉 세계를 알아버려서 그 둘을 어떻게 잘 조합하면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 더블유도 3월에 새 음반 < I Am >을 발표했는데 들어봤나요?
"들어봤죠.(웃음) 그들을 보면 제가 항상 배우는 게 많아요. 유행이나 트렌드를 많이 따라가려고 하지 않고 굳건하게 자기 사운드를 지키려는 모습이 존경스러워요. 대중에게 같은 음악을 들려주려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음악을 들려주려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인기를 떠나서 자기 사운드를 고집해서 나가는 모습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짝사랑을 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솔로 EP < Tremulous Star >

솔로 EP < Tremulous Star > ⓒ 에이프로엔터테인먼트


- EP < Tremulous Star >를 듣고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요?
"제가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좋아한 것을 아니까 '너답고 잘했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안 하시더라고요." (웃음)

- '어느 북극곰의 이야기'는 어떤 곡인가요?
"우연히 동물원에 가서 우리에 갇혀 있는 북극곰을 봤는데 계속 벽만 보고 있더라고요. 뭘 보고 있나 봤더니, 벽에 북극 그림이 있는 거예요. 페인트가 낡아서 떨어져 있는데, 진짜 오랫동안 앉아서 그것만 보는 거예요. 그 모습이 저를 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이곳이 아닌데,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저곳인데... 너무 막연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낡아서 떨어진 그 그림이 갈 수 없는 곳으로 느껴지지만 이곳도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느낌이요. 북극곰과 제 모습이 너무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곰과 저를 위해 무언가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만들었어요."

- 'Scientist'는요?
"짝사랑을 하는 소녀 이야기에요. 수없이 가사와 멜로디를 바꾸며 만들게 된 곡이에요. 8년 전에는 일절 정도밖에 못 썼어요. 왜 이 곡을 완성을 못 시킬까? 생각했어요. 짝사랑 이야기인데 제가 그때까지 짝사랑을 한 기억이 없는 거예요. 최근 3년 전인가에 정말 짝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그때 5분 만에 완성할 수 있었던 곡이에요. 짝사랑이 어떤 기분인지 다 알 수 있었던 곡이지 않나 생각해요. 너무 오래 걸렸지만 마무리는 너무 빨리했죠. 이때까지 기다린 느낌이 들 정도로 의미가 깊은 곡인 것 같아요."

- 짝사랑은 이루어졌나요?
"아뇨. 짝사랑은 짝사랑으로 끝나야 하는 것 같아요. 항상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아련함이 있어요. 짝사랑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아련함이 곡과 함께 남아 있는 것 같아요."

- 'Tragedy Queen'라는 곡은요?
"말 그대로 비극의 여왕인데요. 사랑에 깊게 빠져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릴 때가 있잖아요? 너무 깊은 사랑에 빠지면 사랑인지 집착인지 모르는 단계가 오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자기 자신이 망가져 버리는 경험을 하게 되죠.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아리아드네 여신이 있어요. 책을 먼저 읽은 게 아니라 그림을 먼저 봤어요. 한 여인이 평온하게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잠이 들어 있는 그림인데 바다 멀리서 배가 떠나가고 있더라고요.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 찾아봤는데 그 여인이 첫눈에 반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자기 모든 것을 바쳤어요. 고향을 떠나 남자를 따라 그 남자의 고향으로 가는 배를 탔어요. 잠깐 쉬어가는 섬에서 같이 잠이 들었는데, 남자가 여인을 버리고 떠나버렸어요. 출세를 위해서 여인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 있었던 거예요. 평온하게 자고 있지만 남자에게 버려진 모습이 담긴 그림이죠. 사랑에 깊게 빠져 바보가 되고 모든 것을 잃은 여인의 비통한 심정을 가사로 쓴 거죠. 저의 경험도 조금 보탰고요.(웃음) 이 곡이야말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접목해보고 싶었어요. 그 여인의 비통함과 슬픔을 어쿠스틱한 악기보다는 사람이 표현해낼 수 없는 전자음으로 처절하게 표현하고 싶더라고요. 다른 곡은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 버전이 있지만 이 곡은 일렉트로닉으로만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 웨일 씨의 사랑은 현재진행형인가요?
"그러고 싶지만 아직 못 만났습니다."

- 꿈꾸는 사랑이 있나요?
"예전에는 친구, 소울 메이트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게 이상형이었는데 이제는 저의 음악을 좋아해주고 제가 음악을 계속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현실적으로 많은 압박이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필요한 사람이 쉽게 나타나지는 않잖아요? 사랑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기다리고 있는 거죠. 제 음악을 지지해줄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굉장히 솔직하지 않나요?"

대중과 거리 좁힐 곡, 6월에 발표 예정

 가수 웨일

가수 웨일 ⓒ 김광섭


- 취미는 어떤가요?
"자연을 느끼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초록색이 보이는 곳으로 항상 가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나무가 많은 곳에 가는 거죠. 여행을 간다기보다는 나무가 많은 곳을 항상 찾는 것 같아요. 동네 작은 산과 공원을 자주 가요. 풍경을 생각하는 것에 빠져 있어요. 친환경 세재를 찾는 것을 좋아해요. 환경을 지키는 운동에 관심이 많고요. 단체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찾아보고 그래요. 어떻게 하면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찾아보죠. 천연화장품을 쓰려고 하고요."

- 친환경 꿀팁이 있을까요?
"EM이요. 유익한 균인 '유익균'을 배양해서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해요. 하수구로 흘러가면 또 정화를 해줘요."

- 어떻게 배양하는 건가요?
"균을 팔아요. 쌀뜨물로 균을 배양해서 양을 불리는 거예요. 페트병에 모아놓고 빨래하거나 강아지 목욕을 시키거나 해요. 분무기로 EM을 뿌리면 공기 중 유해균도 잡아주고, 공기정화도 되고요. 식물에 뿌려주면 굉장히 잘 자라요. 얼마 전에 천연가죽으로 된 신발을 신었는데, 날이 더우니까 발에 땀이 나는 거예요. 땀과 가죽이 섞이면 세균증식이 엄청 심하거든요. 하루 신었는데 비누로 깨끗이 씻어도 발이 간지럽더라고요. EM을 뿌리면 효과가 있다 해서 뿌렸는데 하루 만에 싹 없어지더라고요." (웃음)

- 패션에도 변화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때는 굉장히 반짝반짝한 옷과 짧은 치마, 강렬한 메이크업과 짧은 헤어 스타일을 해서 강한 여성의 이미지였잖아요? 사실은 저는 되게 '소녀적'인 사람이에요. 순박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그때는 그렇게 포장이 되어 있어서 무대에 섰을 때 뮤지컬 배우처럼 연기를 하는 기분이 있었어요.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아요. 평상시에 화장품도 잘 안 바르며 잘 안 꾸미는 스타일에요. 옷도 부드럽고 편안한 옷들을 좋아해요. 그때는 타이트하고 불편한 옷들, 높은 힐을 신고 뛰어다녔어야 했어요. 굉장히 저다울 수 있는 지금 상황이 너무 좋아요. 근데 모니터를 해보니까 저다운 것을 다 보여준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더라고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사람으로서 좀 더 다듬어져야 하는, 덧붙여져야 하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이 모습이 저라고 해서 사람들이 좋아해 주기만을 바라는 것도 현명한 생각은 아니고요. 제 음악을 편안하게 보여주다 보니까 그게 오더라고요. 조금은 정비를 하고 저를 다듬어야 하구나, 요즘 그런 것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 커버곡을 들려주는 웨일의 다락방은 쉬고 있나요?
"팬분들에게 죄송한 것 중 하나가 앞으로 꾸준히 올릴 거라고 말해놓고 꾸준히 쉬고 있거든요. (웃음) 시간이 너무 없더라고요. 이제는 보여주어야 할 때인 거예요. 제 곡을 빨리 만들어서 음반을 만들고 음원으로 빨리 들려드릴 시기가 온 거더라고요. 새 싱글이 발표가 되면 다시 해볼 생각이에요."

- 1집 정규 음반은 언제 만날 수 있나요?
"우선 계획은 분기별로 음원을 내는 거예요. 제가 TV 방송프로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니 꾸준히 좋은 음악을 만드는 길로 가자고 회사와 협의를 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음원을 계속 내고 그것이 쌓여서 올해 안에 정규 음반을 내는 것이 목표이기는 해요. 늦가을이나 초겨울로 계획은 잡고 있어요."

- 6월 계획은 어때요?
"6월에도 싱글 세 곡을 낼 거예요.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면 150~200석 정도의 단독공연을 하려고 하고요. 우선은 유명한 록 페스티벌은 다 나가려고 해요. 아직 확정은 아닌데 지산이나 펜타포트에 꼭 나갈 수 있도록요."

- 시규어 로스와 한 무대요?(웃음)
"정말,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웃음)

- 인사를 전해주세요.
"대중과 가장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곡들을 6월에 발표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6월의 음원이거든요. 많이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록 페스티벌 공연에 많이 참여할 거고 단독공연도 기획하고 있으니까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6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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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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