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덕후라고 말하는, 한 분야에서 빠져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뽐내는 사람들을 오타쿠(オタク)라고 부릅니다. 일본에서 건너온 개념인데, 처음 들어왔을 때는 특정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에만 목 매여 살고 사회활동 등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맞추어 대중들에게 일본계 애니메이션 등 각종 관련 문화들이 많이 익숙하게 되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덕후'라는 말이 파생되면서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이전보다는 좋아진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번에는, 얼마 전 대박을 친 영화인 <너의 이름은.>의 남녀를 생각나게 만드는 남자와 여자를 만나봤습니다. 영화 속의 남녀가 서브컬쳐계(이 기사에서는 애니메이션, 만화 등의 오타쿠들의 특정 문화를 뜻합니다)의 산물이며, 몸이 뒤바뀌고 이후에 서로 만났다면, 제가 만난 이 남녀는 서브컬쳐계에 빠져 살고, 관련된 지식이 풍부하지만, 몸은 서로 바뀌지 않고 스케줄 조정에 실패한 나머지 서로를 끝까지 만나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오타쿠의 원류인 서브컬쳐 계열 오타쿠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그 두 남녀를 '착한 커피'를 판다는 별다방에서 지난 1일과 2일, 어렵게 만나봤습니다. [편집자말]
"얘가 좀 내 스타일이에요" 인터뷰에 응한 이채연양이 자신의 굿즈들을 소개하고 있다.

▲ "얘가 좀 내 스타일이에요" 인터뷰에 응한 이채연양이 자신의 굿즈들을 소개하고 있다. ⓒ 이용기


'오타쿠(オタク)'란 한 분야에 빠져 그 분야에서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뽐내는 사람을 의미한다. 일본에서 들어온 개념인데, 한국에 처음 들어올 때에는 '서브컬쳐 계열 문화에만 빠져 살고 사회생활은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요즘은 오타쿠라는 용어가 많이 친숙해진 모양이다. 각종 매체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곤 하는 말이 '덕후'이다. 전문가를 지칭하는 용어로도 가끔씩 쓰이는 이 용어는 새롭게 대중들에게 다가갔다.

이때 즈음하여 궁금해진다. 대한민국 덕후들의 원류, 서브컬처 계열의 덕후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가 말이다. 정말 서브컬쳐 분야에서 덕후가 아닌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사회 생활도 제대로 안 하고' 살고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 두 남자와 여자를 만났다. 시간은 다르지만, 같은 별다방에서 같은 커피를 마시며 서브컬처 계열 오타쿠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이채연(가명)양과 김동창(가명)군을 만났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안녕하세요, 오타쿠 입니다"

"모든 오타쿠가 히키코모리는 아닙니다" 이채연양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오타쿠와 은둔형 외톨이에 관한 오해에 대한 해명의 설명을 하고 있다.

▲ "모든 오타쿠가 히키코모리는 아닙니다" 이채연양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오타쿠와 은둔형 외톨이에 관한 오해에 대한 해명의 설명을 하고 있다. ⓒ 이용기


- 어려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고맙다.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셨으면 한다.
이채연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15살 학생이다. 스포츠 애니메이션과와 가상의 아이돌들을 육성하는 애니메이션을 '파고있는' 소녀다."

강동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17살 학생이다. 멜로와 같은 사랑의 이야기를 주로 '팠던' 애정 넘치는 남학생이다. 현재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휴덕(덕질 행위를 잠시 쉬는 것)' 중이다."

- 오타쿠라고 불리는 이 문화의 기원이 보다 자세하게 궁금하다.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
강동찬 "오타쿠란, 기본적으로 한 가지에 대해서 정말 '병적으로' 파고 들어가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예전에는 보통 서브컬처 계열, 즉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라이트 노벨 등으로 불리는 것들을 '집착에 가깝게' 좋아하던 사람들을 이른다면, 현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덕후'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는 한정된 문화권에서 쓰인 개념이 다양한 분야에까지 퍼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 본인이 '덕질 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 좀 부탁한다. 관련 굿즈(캐릭터 상품)도 가지고 오셨는데 간단한 소개도 들을 수 있을까.
이채연 "상자 안에 있는 것들은 카드텍 등이 주로 담겨 있다. 캐릭터들이 주로 그려져 있는데, 책갈피로도 유용하다. 주로 <하이큐>나 <러브 라이브!> 등의 작품들의 굿즈를 가지고 있다. 또, 옆에 있는 이 서적들은 동인지 등의 팬 북이나, 포토북이라고 해서 코스프레 모음집 등이 있다. 주로 네이버 웹툰으로 유명한 <이런 영웅은 싫어> 등의 작품들의 상품을 가지고 있다."

강동찬 "최근에 <페이트: 그랜드 오더>라는 게임을 즐겼다.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라는 액션 판타지 장르의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기반을 둔 게임이다. 굿즈는 열쇠고리 등과 같이 실용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상품들을 모으고 있다."

- 본인이 경험한 바로는, 주위 또래들 사이에서 덕질 문화가 성행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왜 그러한 문화가 성행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간략하게 듣고 싶다.
이채연 "내 주위에선 한 학년이 있으면 20명 정도는 어느 정도 서브컬처 계열에서 덕질하는 친구들이 항상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들은 덕질을 남자들이 많이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나의) 경험상으로는, 뜻밖에 여자 친구들의 덕질이 더 많은 것 같다."
김동찬 "그런 문화가 젊은 층에서 성행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서 많은 빈도로 서브컬처 계열 상품 등이 노출되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래도 SNS를 많이 사용하는 젊은 층에서는 많이 노출되다 보니,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거부감이 사라져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또, 여러 방송 등에서도 관련 문화 콘텐츠가 나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그러한 것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 본인이 덕질을 하면서 민망했거나 유쾌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듣고 싶다.
이채연 "민망하다면 민망한 거고, 유쾌하다면 유쾌하다는 에피소드는, 코스프레 할 적이 제일 기억이 난다. 네이버 웹툰인 <이런 영웅은 싫어>의 '백모래'라는 등장인물의 '성별 전환' 버전과 <하이큐>에서 각각 '츠키시마 케이'와 '스가와라 코시'라는 등장인물들에 코스프레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가장 민망했던 순간은 셀카를 잘 찍지 못해 어색하게 사진이 찍히는 내 모습이 가장 안타깝고 민망스런 순간이 아니었을까. 사실은, 이렇게 나 스스로가 자신을 내려놓고 (기자님과)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 순간이 제일 민망스럽다."

김동찬 "한번은 애니메이션을 '경건하게' 시청하던 중, 아버지에게 발각당한 적이 있는데, 그때 (본인은) 상당히 '부끄러운' 기분을 느꼈다. 마치 나의 숨겨왔던 치부를 들킨 것 같은 매우 묘한 기분이 들었다."

- 흔히 오타쿠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와 동일시 되곤 하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
이채연 "우선, (본인 주위의) 오타쿠인 친구들을 보면 어떠한 관련된 행사를 나가는 것을 굉장히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말 신난다. 그런 아이들만 봐도 오타쿠는 무조건 은둔형 외톨이라고 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오타쿠인 친구들 개중에 물론, 은둔형 외톨이 성격을 보이는 친구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덕후들이 은둔형 외톨이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사회생활도 덕질만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린, 오빠 마음 알지?"

"린은 제 사랑이죠" 김동찬군이 자신의 이른바 '최애캐'인 '토오사카 린'에 대해 설명하며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 "린은 제 사랑이죠" 김동찬군이 자신의 이른바 '최애캐'인 '토오사카 린'에 대해 설명하며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 이용기


- 끝으로, 자신의 '최고로 사랑하는 캐릭터' 이른바, 최애캐에게 이 기회에 전하고 싶은 인사말을 듣고 싶다.
이채연 "우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앞서 코스프레 한 적이 있는 <하이큐>의 '스가와라 코시' 이다."

"코시야 안녕. 작중에서 너의 팀을 잘 이끌어가는 모습과 너의 잘생긴 모습이 참 좋아. 너는 참 여러 면면에서 멋진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모니터 밖으로 나와주면 정말 좋을 것 같아."

김동찬 "먼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라는 작품에서 '토오사카 린'이라는 등장인물을 좋아한다."

"린, 언제나 널 지켜보고 있었어. 작품에서 주인공을 주도적으로 도와주며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너의 모습에 큰 매력을 느꼈어. 앞으로도 너의 그런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오빠가 응원할게!"

그들이 마지막으로 전해준 사람들에게,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결같았다. "오타쿠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오타쿠들은 생각보다 여러분과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사회생활, 학업이나 직장 생활 열심히 하고 있다"며, "부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문화의 세계화' 현상이 일어나며 더는 한 나라의 문화가 그 나라 고유의 문화가 아니라, 이웃 나라, 더 넓게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의 문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점차 흔해지고 있다. '한류'와 함께 '오타쿠'도 그런 예시 중 하나이다.

각 분야의 이른바 '덕후'라는 존재들과 대중과의 '만남의 광장' 속에서, 아직도 원류인 서브컬처 계열 덕후들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이다. 오해도 많고, 무엇보다 아직도 멸시하는 시선이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가지 알 수 있다. 더는, 서브컬처의 오타쿠가 당신의 주위에 없다는 믿음은 거짓이라는 것과 오타쿠들은 이미 사회 곳곳에 있으며 여러분과 함께, 덕질하는 만큼 치열하게, 열심히 세상도 덕질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더는 오타쿠들을 멸시하고 차별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덧붙이는 글 공모 <내 안의 덕후> 기사입니다. 어려운 인터뷰를 기꺼이 승낙해 주신 이채연양과 강동찬군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촬영 장비를 제공해주신 기자 연합 메아리에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용기 시민기자는 언제나 취재와 인터뷰 요청 등을 받고 있습니다. leebrave@outlook.kr로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오타쿠 너의 이름은 이런 영웅은 싫어 서브컬쳐 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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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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