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빛의 일기> 공식 포스터.

<사임당-빛의 일기> 공식 포스터. ⓒ SBS


정말 오래 걸렸다. 이영애가 캐스팅되며 화제작으로 떠오른 게 2015년 3월, 촬영이 종료된 건 2016년 5월. 그리고 드디어 2017년 1월 17일, 서울 목동 SBS에서 <사임당-빛의 일기>의 윤상호 PD와 박은령 작가와 기자들과 함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드디어 공개되는 <사임당-빛의 일기>

캐스팅 당시 '이영애의 11년 만의 복귀작'으로 떠들썩했던 <사임당>은, 2년여의 제작 기간을 거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이영애의 13년 만의 복귀작이 됐다. 2년여의 준비 기간은 <사임당>을 더 촘촘하고 완성도 있게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2년 전에 쓰이고, 1년 전에 촬영이 종료된 이 드라마가, 시시각각 변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최근 2년간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여러 격변이 있었다.

"최근 30부까지 편집된 드라마를 몰아서 봤어요. 큰 작품은 끝내고 나면 되도록 빨리 털어내는 편이라, 많이 잊어버린 상황에서 드라마를 보게 됐죠. 많이 잊어버린 상황에서 보다 보니 깜짝깜짝 놀랐어요. 대사나 내용을 보시다 보면 굉장히 리버럴(진보적인)한 드라마라는 걸 아실 거예요. 감독님께 '우리 이거 미리 나갔으면 블랙리스트 1번 갔을 거다'라고도 했어요." (박은령 작가)

박은령 작가는 "18세기 풍양조씨 여인이 쓴 <자기록>과,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모티브를 얻어 <사임당>을 썼다"고 말했다. 절절하고 안타까운 <자기록>을 읽으며 든 '이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사임당>을 쓰게 됐고, 그즈음 본 <인터스텔라>를 보며 과거의 사임당과 현재의 서지윤을 평행이 아닌, 뫼비우스의 띠처럼 엇갈려 배치했다고.

왜 사임당일까?

 2017년 1월 17일 SBS <사임당-빛의 일기> 박은령 작가, 윤상호 PD

박은령 작가가 주목한 사임당은 '율곡의 어머니', '현모양처' 등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당대의 예술가이자, 조선시대를 살았던 워킹맘. 박 작가가 그려낼 사임당은 어떤 모습일까? ⓒ SBS



손을 잡아주고 싶은 과거의 인물이 꼭 사임당은 아니었을 텐데, 왜 박 작가는 수많은 역사적 인물 중 '사임당'을 택했을까? 그는 "사임당이 가장 사극으로 만들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기사가 있더라. 그 기사가 나를 자극했다. 나는 분명 뭔가 있을 것 같은데.... 도전의식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임당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사료를 뒤지다 보니, '율곡의 어머니', '현모양처', '규방의 얌전한 여인' 등 알려진 이미지와 역사 속 사임당은 많이 달랐다고.

"사임당은 당대에 '율곡 엄마'로 불리지 않았어요. 화가 신씨로 불렸죠. '초충도'가 가장 잘 알려졌지만, 사실 산수화로 일가를 이룬 분이에요. 조강지처니, 요조숙녀니, 하는 이미지는 일제 강점기 이후, 18세기 송시열 이후 성리학 담론들이 견고하게 고착되면서 생긴 이미지죠. 사임당이 살던 조선 초기는 우리가 알던 조선의 모습도 아니었고요.

사임당은 요즘 말로 워킹맘이자 예술가였어요. 오늘의 워킹맘도 쉽지 않지만, 조선 시대에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 마음은 사임당 본인만 아는 거죠. 율곡이 울고 있는 어머니에 대해 쓰면서 강릉에 계신 친정어머니가 그리워서 울었다고 적었지만, 그건 아들의 시각이죠. 진짜 사임당이 왜 울었는지는 본인만 아는 거 아니겠어요? 알려지지 않은 사임당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박은령 작가)

사전제작의 강점, 최대한 살렸다

 2017년 1월 17일 SBS <사임당-빛의 일기> 박은령 작가, 윤상호 PD

윤상호 PD는 “많은 분이 사전제작이 마치 중국 시장 때문에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사전 제작의 본래 취지는 그게 아니"라면서 "사전제작의 좋은 취지가 있는 만큼, 사전제작 드라마는 계속 제작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 SBS



<사임당> 제작 당시에는 사전제작이 보편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태양의 후예>의 성공 이후, <함부로 애틋하게>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안투라지> <화랑> 등 톱스타와 대대적인 물량이 투입된 사전제작드라마가 잇따라 제작 방영됐다. 결과는 <태양의 후예>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쉬운 성적이었다.

지난 1년, 여러 사전제작 드라마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사임당> 제작진의 마음도 초조했을 터. <비천무> <탐나는 도다> 등, 사전 제작 경험이 있는 윤상호 PD는 "사전제작은 작가도, 배우도, 연출인 제게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작업"이라고 털어놨다. 보통의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16부작인데 반해, 사임당은 무려 30부작. 시청자들의 반응도 모른 채 30회나 되는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하는 건 힘든 작업일 수밖에 없었다.

"많은 분이 사전제작이 마치 중국 시장 때문에 생겼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전 제작의 본래 취지는 그게 아니에요. 사전제작은 중국 시장 진출 이전에도 있었어요. 사전제작의 장점은 면밀한 계획을 세워서 작가와 감독이 계획안 이야기를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죠. 미리 청사진을 세우고 완성도 있게 제작할 수 있는 것. 그게 사전제작의 의미고 취지죠. 저희는 비록 고통스러웠지만, 좋은 결실을 이뤘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태양의 후예>도 공개되기 전에는 별별 이야기가 다 있었어요. 워낙 소리소문없이 제작되다 보니 재미가 없다더라, 문제가 있다더라... 하지만 공개된 후, 어마어마한 작품이 됐죠. 개인적으로는 사전 제작의 좋은 선례를 만들어 준 작품이라 부럽고, 박수치는 작품이에요. (최근 성과가 없다 해도) 우리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사전제작이라는 방식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윤상호 PD)

<사임당>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

 2017년 1월 17일 SBS <사임당-빛의 일기> 박은령 작가, 윤상호 PD

SBS <사임당-빛의 일기> 윤상호 PD와 박은령 작가. ⓒ SBS



당대 유명 화가였던 사임당의 일대기를 다룬 만큼, 드라마를 통해 사임당의 여러 훌륭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박 작가는 "대장금을 통해 해외 시청자들이 우리의 색과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듯, <사임당>을 통해 한국의 미, 한국 예술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 PD는 사임당의 그림과 붓글씨뿐 아니라, "그림을 중심으로 한 풍경들도 어마어마할 것"이라면서 <사임당>의 볼거리를 예고했다. 작가와 감독이 특별히 고증에 신경을 썼다는, 드라마 속 한복의 아름다움도 기대요소다.

"만들어놓고 잠도 잘 안 왔어요. 저나 작가님은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좋은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판단은 결국 시청자분들이 해주실 테죠. 재밌게 잘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임당>은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들처럼 통통 튀고 발랄하고 섹시한 드라마는 아니에요. 하지만 감히, 사임당이 가진 깊이와, 사임당을 통해 뽑아낼 수 있는, 이 시대에 느껴야 할 감동이 포진돼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윤상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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