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를 웃도는 신장, 가드와 같은 스피드, 엄청난 탄력, 정확한 슈팅. 국내 농구팬들이 원했던 장신 포워드의 조건이다. 아시아 내에서도 작은 신장에 속하는 한국 농구계는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장신 포워드를 간절히 원했다.

 한 때 장신 포워드로 기대를 받았던 4인방, 정훈-김동우-송영진-최진수(왼쪽부터)

한 때 장신 포워드로 기대를 받았던 4인방, 정훈-김동우-송영진-최진수(왼쪽부터) ⓒ 한국프로농구연맹


김주성과 함께 중앙대 천하를 이끌었던 송영진, '연세대의 서태웅' 김동우, '성균관대의 윤대협' 정훈, '한국 농구의 미래' 최진수(고양 오리온스)가 바로 '장신 포워드'였다. 2000년대 초반, 장신 포워드로 불리는 선수들의 등장으로 한국 농구는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프로 무대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대학 무대에서 압도적이었던 그들의 운동 능력과 경기 지배력은 외국인 선수들이 군림하고 있던 프로 무대에서 전혀 통하지 않았다. 또한 부상과 출전 시간 부족 등 많은 문제가 겹치면서 국내 장신 포워드들은 모두 '트위너'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6·2017 시즌을 앞두고 국내 농구팬들은 한 번 더 장신 포워드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연세대학교 4학년 최준용이다. 2m의 신장에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의 자질을 갖춘 그는 경복고 재학 시절부터 이종현, 천기범과 함께 한국 농구를 책임질 선수로 평가 받았다.

장신이면서도 빠른 스피드를 통해, 속공에 능한 그는 패스 능력까지 뽐내며 연령별 대표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올해 들어, 잠시 주춤했지만 가지고 있는 잠재 능력만큼은 이번 드래프트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최준용이 앞서 언급한 장신 포워드들과 무엇이 다르기에 국내 농구팬들이 이토록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로는 경이로운 신체 사이즈에 있다. 사실 최진수를 제외하면 남은 세 선수는 맨발로 잰 신장이 2m가 채 되지 못 했다. 이에 비해, 최준용은 드래프트에 앞서 실시한 신장 측정에서 정확히 200.2cm가 나왔다. 단순한 수치의 차이라고 볼 수 있지만 2m의 신장은 국내 농구계에서 압도적인 조건이다.

두 번째, 포지션의 다양성에서 큰 차이점을 두고 있다. 최준용은 성인 대표 팀에서 양동근을 보조하는 가드의 역할을 부여받았고 경복고와 연세대에서는 포워드와 센터를 오고 가는 등 1번(포인트 가드)을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뚜렷한 포지션 없이 득점에만 힘을 썼던 옛 선수들과는 달리 프로 무대에서의 다양한 역할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타성에 있다. 정훈과 김동우와 같이 잘생긴 외모를 지닌 편은 아니나 20대 초반의 대학생인 그는 흥을 아는 선수다. 단순히 노는 것에만 빠져있다는 말이 아니다. 다소 소심한 성격 탓에 감독이 원하는 모습 외에 자신을 드러낼 줄 몰랐던 옛 선수들과 달리 최준용은 거침없는 플레이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화려함과 실속을 모두 챙기는 그의 플레이는 농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아직까지 보수적인 시스템이 강한 국내 농구계에서 최준용 같은 선수가 등장함에 따라 그동안 떠나있던 농구팬들을 다시 경기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다.

 국내 농구팬들은 최준용의 화려한 플레이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농구팬들은 최준용의 화려한 플레이를 주목하고 있다. ⓒ 대학농구연맹


일각에서는 최준용에 대한 의심을 품고 있는 농구팬들이 많다. 장신 포워드의 성공 역사가 없으니 더욱 그럴 수 있다. 또한 이전의 장신 포워드라 불렸던 선수에 대한 평가와 최준용에 대한 현재의 평가가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도 실패할 위험성이 더욱 크다는 것을 내포한다.

하지만 이처럼 농구계가 한 신인에게 많은 관심을 가진 것은 김민구(전주 KCC) 이후 3년 만이다. 그만큼 농구팬들이 최준용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압도적인 신체 사이즈, 엄청난 운동 능력,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최근 신인 드래프트를 돌이켜봐도 쉽게 찾을 수 없다.

그토록 원했던 장신 포워드에 대한 갈증을 과연 최준용이 해소시켜줄 수 있을까? 2016·2017 프로 농구 개막이 3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 국내 농구팬들은 새로운 역사를 쓸 그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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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청춘스포츠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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