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노 요시유키건담 시리즈의 창시자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 비단 건담만이 아닌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항상 전쟁은 비인간성과 광기의 온상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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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은 달랐다. 작중의 전쟁에는 이유가 있었다. 강자인 지구 정부에게 탄압받다 못해 우주 식민지 정부가 들고일어난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제시된다. 지구 정부에 속한 주인공은 우연히 건담에 탑승하여, 적인 식민지 정부의 군대와 싸우게 된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적들을 죽이지만, 그로 인해 주인공은 고통받게 된다. 적과 아군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피 흘리며 죽어가는 걸 보면서, 슬픔과 분노를 느끼며 점차 성격까지 망가져 간다.
때로는 주인공의 시각이 아닌, 전지적인 시각에서 전쟁의 비극을 보여주기도 한다. 곤경에 처한 민간인을 도와준 선한 군인들이 주인공에게 죽는 장면이나, 학도병으로 끌려온 청소년이 로봇 안에서 산채로 타 죽어가는 장면들이 나온다. 거대로봇 만화와 전쟁사라는 '키치'를 찢어낼 반전주의라는 '칼'. 이 칼을 나의 손에 쥐여준 것은, <기동전사 건담>을 본 '경험'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키치를 보게 된다. 추악함을 인정하는 건 어렵다. 누구나 남에게 좋은 점만 보이려 하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길 싫어한다. 처음에는 작은 실수 하나를 숨기다가, 종국에는 큰 악행까지 묻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든 키치가 모여서, 사회 전체의 거대한 키치가 만들어진다. 이 거대한 덩어리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시멘트를 흡수하면서 한도 끝도 없이 단단해져 간다. 그 덩치에 막혀버린 사회의 진정한 모습을, 우리는 자주 못 보고 지나치게 된다.
그 결과 우리를 포함한 세상 전체가 키치가 되어버린다. 이 거대한 키치를 무너뜨리거나, 최소한 꿰뚫어 보려면 통찰력이 필요하다. 단 한 번의 경험이 그러한 통찰력을 부여해주지는 않는다. 살아가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과 그로부터 도출된 깨달음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게 통찰력이니까. 하지만 한 번의 인상적인 경험이 그 필요성을 일깨워줄 수는 있다. 나에게는 <기동전사 건담>이 그 역할을 해주었고, 그것이 내가 이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키치에 대한 저항키치로 가득한 이 세상 전체와의 싸움. <기동전사 건담>은 나에게 이 세계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정립할 수 있게 해줬다. 내가 이 만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Sun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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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