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중화권 최대의 드라마 페스티벌인 상하이 TV 페스티벌(Shanghai TV Festival, 아래 STVF)이 상하이 동방예술센터에서 4일 간의 화려함을 뒤로하며 폐막식이 열렸다.

이날 폐막식에서는 상하이 TV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측이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백옥란상'의 시상식이 있었다. 이 상은 매년 심사위원과 학계, 중국 현지 시청자 대표들이 무기명으로 투표하며, 그해 중국 혹은 세계의 TV 프로그램이 경쟁하는 부분이다. 공정성과 다양성을 인정 받으며 중국의 방송인들에게는 '꿈의 상'이라고 불리고 있다.

<드라마 스페셜-비밀>로 백옥란 상 후보 올라

 서은아는 중국에 불어닥친 한류열풍을 보면서 중국 방송에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서은아는 중국에 불어닥친 한류열풍을 보면서 중국 방송에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 권소성


올해도 상하이 TV 페스티벌에서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늘 아쉬웠던 것은, 한국 프로그램에 대한 큰 관심에 비해 수상하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한국의 대형 드라마만 수상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올해, 이러한 아쉬움이 다소 해소됐다. KBS 2TV <드라마 스페셜-비밀>(아래 <비밀>)이 백옥란상 해외 드라마 부문의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최종 수상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지만, 한국 드라마와 배우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이다.

<비밀>은 공사 현장에서 50대 남성이 시신으로 발견되자, 그의 어린 베트남 부인인 띠엔(서은아 분)이 용의자로 지목되는 내용을 담았다. 띠엔이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서은아는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다.

이날 시상식이 모두 끝나고, 기자는 시상식장인 상하이 동방예술센터 앞에서 그를 만나 간단한 인터뷰를 나눴다.

수상 실패의 아쉬움보다, 참여한 기쁨 커

 배우 서은아는 중국 방송인들에게 '꿈의 상'이라고 불리는 백옥란 상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배우 서은아는 중국 방송인들에게 '꿈의 상'이라고 불리는 백옥란 상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 서은아 인스타그램


기자가 먼저 한국어로 인사를 걸자 놀라며 공손하게 인사하는 것만 본다면, 여느 신인 여배우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기자는 그의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되었다.

먼저 소감에 대해 물었다. 수상에 실패해 아쉬울 수도 있었지만, 그는 아쉬움보다는 행복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물론 수상하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출연한 저의 작품이 처음으로 해외, 그것도 중국 최고의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너무 영광스럽습니다. 특히, 평소에 이름만 들었고 뵙고 싶던 중국의 배우들과 한 자리에서 페스티벌을 즐긴다는 자체가 꿈처럼 행복했어요."

예전에 가족들과 상하이에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다는 서은아는,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같은 곳을 두 번째 방문하여 예전 여행 때처럼 멋진 추억을 많이 남기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어 "앞으로도 상하이는 저에게 좋은 추억으로만 가득한 도시로 남을 것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중국 팬들과 즐거운 소통

 서은아는 아쉽게도 최종 수상은 못했지만, 한국 드라마와 배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서은아는 아쉽게도 최종 수상은 못했지만, 한국 드라마와 배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 서은아 인스타그램


배우 서은아는 <시그널> <비밀>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를 보였다. 두 드라마가 한국과 중국, 양국에서 높은 인기롤 얻어 그 역시 중국에서의 인지도를 다져갈 수 있었다.

기자가 서은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여러 현지 팬들이 "쉬언야"(서은아의 중국식 발음)를 연호하며 몰려와 사진을 같이 찍자고 요청했다. 레드카펫-시상식-폐막식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에 힘들 법도 했지만, 그는 그러한 기색 하나 없이 최고의 팬서비스를 보여줬다. 

"이번에 상하이를 방문하면서 중국어에 대한 매력을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중국에 불어닥친 한류열풍을 보면서 언제든 중국에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특히 마음이 잘 통하는 분들과 함께 중국에서 즐겁게 작업을 하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나가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이번에는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 <비밀>에 대해 질문했다. 서은아에게 자기가 맡았던 베트남 부인 띠엔은 어떤 캐릭터였을까?

"극중 띠엔은 진실하고 헌신적인 여성상입니다. 띠엔은 타지로 시집와서 여러모로 외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지만 씩씩하게 고난을 이겨내는 인물이고요. 이런 모습이 저의 성격, 제 생각 그리고 현실 상황과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며 감정이입이 잘 되었습니다. 진실한 마음을 담아내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좋은 반응을 얻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어 서은아는 <비밀>의 촬영 과정을 회상하면서 "하나하나 생생히 기억나고, 많이 배웠갔던 순간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을 꼽는다면 단연 베트남 현지 촬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2박3일의 빡빡한 일정으로 최소 인원만 갔던 촬영이었는데, 일손이 부족했고 시간마저 여유롭지 못해 똘똘 뭉쳐서 촬영했어요. 어떻게 보면 '고행'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시간이었지만 저에게는 매우 행복했던 날들이었습니다.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감독님께서 저의 소품을 들어주시고, 저도 상대배우의 의상을 체크해주면서 발빠르게 열심히 찍었어요. 그때 인연으로 관계가 돈독해지고 베트남의 맛있는 음식까지 더해져 지금까지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스폰지처럼 색깔 지키면서도 많은 것 흡수하고 싶어

 배우 서은아는 중국 최고의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배우 서은아는 중국 최고의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 권소성


"향후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대뜸 "스펀지 같은 상태로 계속 남고 싶다"고 답해 기자를 당황시켰다. 스펀지의 의미를 묻자 서은아는 자신만의 연기 철학과 연기자로서의 소망을 설명해주었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면서도 자신만의 색을 유지하듯, 많은 것을 배우면서도 주어진 것을 서은아만의 매력 혹은 서은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로 풀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이 목표이자 연기에 대한 신념이라고 소신껏 답했다.

모든 대화가 끝난 후 서은아는 "예전에 가족들이랑 상하이에 올 때, 와이탄에서 야경을 볼 때 정말 멋있어서 황푸 강 위를 다니는 유람선을 타보고 싶었다"며 "당시엔 길을 잘 몰라 유람선을 타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빡빡한 스케줄로 타지 못하고 돌아갈 것 같다는 그는, 언젠가는 다시 상하이에 와서 편안하게 즐기다 가고 싶다고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서은아 STVF 중국 상하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