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부산국제영화제(BIFF) 정기총회가 지난 2월 25일 오후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서병수 부산시장(왼쪽)이 이용관 BIFF집행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정민규
이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부터 4명의 대통령을 겪었지만 외압은 크게 작게 다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게 얼마나 표면화되느냐 정도의 차이였다"고 회고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본격적인 '표면화'가 됐던 건 이명박 정부부터였다. 이 전 위원장은 "MB 정권 초기에 이미 BIFF를 좌파 영화제라 낙인찍어서 다 내쫓으려는 시나리오가 치밀하게 전개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외압이 있었다는) 지난 20년과 최근 20개월을 구분 지어 설명했다. 그만큼 지난 20개월은 그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이 전 위원장은 "나는 이걸 정치적 탄압이라 생각한다"면서 "정권 차원의 일이라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서병수 시장을 향해서는 "이렇게까지 독하게, 치졸하게 개인감정까지 섞어서 탄압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억울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전임 시장들이라고 왜 외압을 받지 않았겠느냐"라면서 "하지만 전임 시장들은 본인들이 그 외압을 막아주었다"고 말했다. 인사말 40초를 넘기지 말아달라는 BIFF 집행위의 요청에 기어이 20초를 더 말해 1분을 채우고 내려와선 "내가 20초만큼 술살게"라고 말했다는 문정수 전 시장의 이야기를 하면서는 "그때는 그때대로 낭만이 있었는데"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전임 시장과 서병수 시장이 분명 달랐다고 했다. 부산시는 시장까지 나선 <다이빙벨> 상영 저지가 먹히지 않자 BIFF에 대한 대대적 감사에 나섰다. 감사원까지 나서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이 전 집행위원장을 고발하라고 요구했고, 부산시는 이를 따랐다. 검찰은 이 전 위원장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물론 부산시는 이 모든 게 <다이빙벨> 상영과는 상관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때 <다이빙벨> 안 틀었다면 이민 갔어야 했을 것"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전 집행위원장이 12일 저녁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민규
"저는 그런 걸 몇 번 겪어서 개인 신상털기를 조심해왔고, 이번에도 검찰에 가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았어요. 감사원 감사도 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몇 번 점검했다고 생각하는데 의외의 것이 크게 나오면서 (BIFF가) 도덕적 해이 집단이 됐습니다."검찰은 이 전 위원장이 사무국장과 공모해 협찬 업체와 허위 중개계약을 한 뒤 수수료 명목으로 2750만 원을 지급했다고 판단하고 이 전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은 "기소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고, 더군다나 공모를 했다는 부분은 인정할 수 없는 만큼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검찰, BIFF 전 위원장 기소... 영화계 "정치적 탄압" 반발)
마음 한편에서 그는 자신과 함께 법정에 서게 된 전·현직 BIFF 관계자들에게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 이 전 위원장은 "나만 물러나면 된다는 소리가 들려올 때 그만뒀으면 다른 사람들은 괜찮았을 거란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상황을 돌려 2014년 영화 <다이빙벨>을 틀어야 하는 그 날로 돌아간다면? 그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했다.
"<다이빙벨>을 안 틀었다면 전 이민을 갔어야 했을 겁니다. 다시 <다이빙벨>을 틀라고 하면 저는 틉니다. 그건 제가 트는 게 아니라 프로그래머가 트는 것이고, 프로그래머에게 틀지 말라고 하면 검열이 됩니다. 외부보다 심한 게 내부검열이고, 내부보다 심한 게 자기검열이거든요. 저는 이민 안 가고, 자식들이 손가락질 받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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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