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쏘다달에 돌을 던지던 윤동주는, 최후의 순간 달을 향해 화살을 쏜다. 죽음을 마주하기 직전, 그의 눈에 비친 건 그의 갈대 화살에 맞아 부서지던 달빛이었을까. 근대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의 조명은 대체로 아쉽지만, 극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예술단
"날 바라보는 저 달이 미워져 내 부끄러움을 비추는 달이 미워. 저 달을 원망하며 돌을 찾아 저 달을 향해 던진다. 던져도 던져도 죽어라 던져도 내 머리 위에서 빈정댈 달이지만, 뜨는 해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오. 동무여 우리에게 내일은 없으니." - 근대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2막 No.21 '달을 쏘다' 중에서아무리 발버둥치며 돌을 던져도 돌이 달에 닿을리 없다. 달은 여전히 저 위에서 나를 바라보며 비웃고 있는 것 같다. 윤동주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윤동주는 죽는 순간 동무들의 '내일은 없다'는 노래에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달을 향해 던지던 돌을 내려놓고, 시위에 화살을 건다.
"좀 더 탄탄한 갈대로 화살을 삼아서, 무사의 마음으로 달을 쏜다. 통쾌하다, 부서지는 저 달빛이. 우습구나, 쪼개지는 저 그림자. 오늘도 내일도 나는 무사의 마음으로 너를 쏜다. 시를 쓴다. 삶이 쓰다. 달을 쏘다." - 근대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2막 No.21 '달을 쏘다' 중에서돌을 던지는 건 그저 자신의 부끄러움을 비추는 달이 싫어 몸부림치는 것이었을테다. 하지만 화살을 쏘는 건 다르다.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해 이를 부정하려는 발버둥이 아니라, 그 부끄러움을 똑바로 마주하고 맞서는 행위다.
그의 화살에 달이 산산조각 부서진다. 달빛이 온 무대를 휩쓸고 비산된다. 스물아홉의 윤동주는 그렇게 부끄러움을 쏜 뒤 달빛 아래에서 옥사했다. 그 죽음 앞에, 그는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극복했다.
스스로 물었던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져본다. 스물아홉의 나는 무엇을 쓸 것인가. 삶은 쓰고, 봄은 희미하고, 내일은 올지 안 올지 불확실하다. 나 역시 달을 향해 돌만 던지며 투정을 부렸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연필을 놓을 수는 없다. 윤동주는 문예지를 만들어 사람의 마음을 모으려 했다. 다른 사람과 고민을 나누어 먹으며, 상처를 어루만지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려 했다. 몽규나 처중과는 다른, 동주만의 싸움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공감들이 모였을 때, 세계는 조금 바뀔 것이다. 그의 시가 남아 노래가 되어 극장을 채우듯이.
그러니 나도 돌 대신, 펜촉을 화살 삼으려 한다. 비록 서툴고 어설픈 사상일지라도, 어쭙잖지만 무사의 마음을 가져 본다. 나를 부끄럽게 하는 저 달을 겨눠본다.
달을 쏜다, 나도. 동주처럼.
▲<윤동주, 달을 쏘다>의 포스터서울예술단의 근대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가 지난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그 막을 올렸다. 지난 2012년 초연 이후 세 번째 관객맞이에 나서는 <윤동주, 달을 쏘다>는 시인 윤동주의 삶을 절절하게 각색하는 데 성공했다. 서예단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는 수작이다. 27일에 폐막할 예정,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별 헤는 밤'을 목놓아 읊던 윤동주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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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