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고개를 돌리라 말하는 이 다큐멘터리들

[리뷰] <다큐3일>과 이 묘사한 지금의 한국

 <SBS 스페셜> 방송의 한 장면.
방송의 한 장면.sbs

TV를 통해 트렌드를 이끄는 예능 프로와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MBC <다큐 스페셜>, <KBS 스페셜>, EBS <다큐 프라임> 등 여러 채널에서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

다양한 다큐 프로가 있지만 딱딱한 형식 때문에 마치 동네 오래된 빵가게처럼 쉬이 잊히곤 한다. 그럼에도 우직하게 이런 장르들은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자 하는 노력을 쉬지 않는다. 지난 2월 28일 방영된 <SBS 스페셜>과 KBS <다큐3일>도 마찬가지다.

단원고, 멍에가 된 그 이름

지난 방송에서 <SBS 스페셜>은 '졸업-학교를 떠날 수 없는 아이들'을 방영했다. 해가 바뀌며 졸업생이 된 단원고등학교 박준혁 군의 이야기를 다룬다. 다큐의 시작은 아이들이 없는 단원고 교실의 묘사였다. 없는 아이들의 이름을 선생님이 부르자 부모님이 대신 대답한다. 그리고 함께 흐느낀다. 세월호 참사 후 600일이 지났지만 어느새 사람들 뇌리에서 사라져가는 희생자들의 이야기가 결코 끝날 수 없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단순히 상기시키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홀로 졸업식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을 묵묵히 지켜본다. 어릴 적부터 한 동네에 살았기에 학교 친구가 곧 동네 친구였던 준혁이. 이젠 친구가 없다. 그래서 준혁이는 방과 후에 밖에 나서지 않는다. 대신 종종 교실을 찾아 친구들에게 하고픈 말을 남길 뿐이다.

어느새 준혁이가 학교를 떠날 즈음이 됐다. 단원고의 졸업식은 여느 학교의 졸업식처럼 쉽지 않다. 빈 교실을 존치하느냐 마냐의 문제를 비롯하여, 여러 갈래로 갈라진 학교와 학부모들 간의 의견,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차가운 사회의 시선 등 여러 판단이 얽혀있다. 이런 시선은 마땅히 축하 받아야 할 졸업식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로 하여금 황급히 도망치듯 학교를 나가게 만든다.

그걸 의식한듯 <SBS 스페셜>은 준혁이에게 집중했다. 준혁은 친했던 다섯 친구들과 제주에 다녀온다. 미처 마치지 못했던 수학여행이다. 물살에 휩쓸려 그만 손을 놓치고 만 아이, 목소리가 독특해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친구 등과 함께 준혁은 다섯 친구의 사진을 들고 추운 제주의 바람을 맞는다.

지켜야 할 골목길

 KBS <다큐 3일>에 묘사된 종로구 익선동 166번지의 골목.
KBS <다큐 3일>에 묘사된 종로구 익선동 166번지의 골목.kbs2

종로구 익선동 166번지 일대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들로 채워진 마을이다. 일제 강점기 도시형 한옥으로 집단적으로 조성됐다. 2004년 재개발이 무산되는 바람에 서울 내 유일한 한옥 마을로 잔존하게 되었다.

<다큐 3일>은 언제나 그렇듯 72시간 동안 이 오래된 한옥 마을을 촘촘하게 지켜본다. 그저 지켜보는 것만이 아니다. 166번지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토박이 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제  시대 요정과 요릿집 등으로 융성했던 마을의 역사와, 전사를 샅샅이 훑는다.

다큐는 더 나아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오르며 원주민이 터전에서 내몰리는 현상-편집자 주)의 우려를 담고 지켜본다. 골목의 낡은 담벼락, 낡은 가구 하나하나가 사라지면 다신 복원하기 힘든 문화임을 전문가적 소견을 얹어 명시한다. 동네 주민이 버린 낡은 자개장조차 끌어안는 젊은이들을 묘사하며 전통 유지를 강조한다. 집값이 오르면 버틸 도리가 없는 오래된 세탁소 주인의 말을 통해 이곳의 안녕을 대신 소망한다.

 <SBS 스페셜> 친구들과 함께 마무리하지 못했던 수학여행을 다시 간 박준혁 군.
친구들과 함께 마무리하지 못했던 수학여행을 다시 간 박준혁 군. sbs

<SBS 스페셜>은 단원고 아이들의 교실을 존치하자고 목소리 높이지 않는다. 그저 루시드폴의 '내 몫까지 살아내 주렴'이란 노래를 배경으로 친구들을 잊지 못한 채 힘들어 하는 청소년의 모습을 담는다. "대학 입학 대신 친구들이 살아올 수만 있다면 친구를 택하겠다"는 눈물 섞인 토로까지 말이다. 특례입학, 보상금, 그리고 교실의 유용이란 편협한 잣대 뒤에서 여전히 아이들을 잃은 상처에서 한 발도 나올 수 없는 학부모와, 사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졸업생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저 600일이란 시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노란 리본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다큐3일>도 마찬가지다. 섣불리 우려하는 대신, 익선동 166번지의 가치를 부각시킨다. 사라지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우리의 소중한 유산임을 드러낸다. 그리고 거기에 깃들여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곳을 훼손시키지 않고 지키려는 젊은이들의 통해 우리가 개발논리에 맞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상기시킨다.

그렇게 두 다큐 프로는 편견과 이기심으로 꼬인 사람들의 고개를 돌려놓으려 애쓰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SBS스페셜 다큐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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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