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디'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인디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그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환기하여 인디·언더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연재 시리즈입니다. '인사이드인디'를 통해 많은 아티스트의 좋은 음악을 독자분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가 인디·언더 문화가 활성화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기자말

래퍼 아펠리아 래퍼 아펠리아가 무대위에서 라이브를 선보이고 있다.

▲ 래퍼 아펠리아 래퍼 아펠리아가 무대위에서 라이브를 선보이고 있다. ⓒ 황채원


최근 싱글 < John Park >을 발매한 래퍼 아펠리아를 만나보았다. 과거 대전지역 중심으로 결성된 힙합 크루 '크리틱맙'의 수장이었으며, 최근에도 왕성하게 앨범과 믹스테이프를 고루 발매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9시, 유선 통화를 통해 아펠리아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아래 본문은 아펠리와의 일문일답을 간추린 내용이다.

- '인사이드인디' 구독자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래퍼 아펠리아입니다! 이 코너를 보는 분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많이 읽으실 거라고 믿어요!"

- 최근 싱글앨범 < John Park >으로 컴백했습니다. 어떤 의미를 담은 곡인가요?
"싱글 <다투지 말자>를 발매한 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사는 게 'X나 빡세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후에 'X나 빡쎄'를 후렴구로 둔 훅을 생각해 냈죠. 그걸 줄인 후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지금의 'John Park'이 되었습니다. 가수 존 박과는 아무 관련이 없어요!"

- 싱글 이외에도 2015년 믹스테이프 발매를 했는데 믹스테이프에 대한 소개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A-LAB >이라는 믹스테이프를 지난 8월에 발매했어요. 실험적인 걸 해보자는 의미에서 연구실이라고 지었지만, 결국은 저의 기존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지 못해 벌써 묻히고 말았습니다."

- 래퍼 아펠리아가 곡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요즘은 가사에 진심을 담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또 지루하지 않은 곡을 만드는 부분에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2015년 올 한해 발매된 다른 싱글 '다투지 말자'도 어떤 곡인지 독자들께 소개해주세요.
"'다투지 말자'라는 곡은 정말…. 음…. 판타지 소설? 오랜 기간 연애를 한 커플이 많이 다투게 되고, 그 다툼이 얼마나 부질없는가에 대한 곡인데요. 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오랜 기간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으니, 공상과학소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간 싱글로 보여드리던 센 스타일의 래핑이 아니라, 멜로디컬한 래핑을 위주로 만든 곡이고요. 음, 그렇습니다.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퉈도 되니깐요. (웃음)"

순탄하지도 험난하지도 않는 아펠리아의 삶



- 아펠리아하면 블락비 '지코' 이야기를 안 하고 갈 수가 없는데요. 디스곡으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죠? 어떤 이유에서 디스를 하시게 됐나요?
"벌써 2년도 더 지난 얘기네요. 그 당시 컨트롤 대란이 크게 일어났었고, 뭔가 이제 막 힙합을 하게 된 입장에서 굉장히 재미있고 피가 끓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 이거 멋있는 것 같아, 나도 여기 껴 보고 싶다'라고 말이죠. 그런 와중에 지코를 대상으로 가사를 쓰게 됐는데, 당시의 저는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힙부심(힙합+자부심)'이라는 게 좀 강했던 것 같아요.

아이돌 래퍼인 지코가 블락비 활동을 하지 않는 기간에 힙합 공연 라인업에 포함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또 실제로 지코가 나온 공연에 가 봤을 때 팬들의 태도를 부정적으로 본 것도 있고요. 하지만 이제 다 지난 얘기입니다. 지코 굉장히 좋아합니다! '말해 Yes or No' 가사도 다 외울 만큼 듣고 다녀요!"

- 래퍼 지코에게 대답을 받으셨나요?
"그때 대답을 받았더라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일이 더욱 커졌을 거로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안 그래서 다행이라고 봅니다."

- 이후에 <쇼 미 더 머니4> 예선장에서 심사위원 대 참가자로 다시 만났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분이 어땠나요?
"물론 지코에 대한 열등감이나 억하심정 같은 건 모두 사라졌지만, 막상 눈앞에서 랩을 하고 탈락을 하니 기분이 이상했어요. 허탈하고…. 주변에서 가끔씩 장난삼아 '지코가 알아보고 탈락시킨 것 아니냐'라는 말을 들을 때 마다 약간 경기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어…."

지금의 아펠리아를 만들어준 크리틱맙

힙합크루 <크리틱맙> 크리틱맙은 2013년 대전 래퍼 중심으로 결성되었으나 현재는 헤체 되었다.

▲ 힙합크루 <크리틱맙> 크리틱맙은 2013년 대전 래퍼 중심으로 결성되었으나 현재는 헤체 되었다. ⓒ 아펠리아


- 힙합 크루 '크리틱맙'은 어떻게 모이게 됐나요?
"2013년에 공연하러 다니기 시작했을 때, 저는 공익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본가인 대전에 있었고, 덕분에 대전에서 힙합 하는 친구들을 꽤 많이 알게 됐어요. 그 친구 중 상당수가 2014년도에 서울에 올라갈 계획을 하고 있었기에, 대전에서 올라와서 힙합 하는 친구들의 집단 같은 걸 만들고자 모였던 게 크리틱맙이었어요."

- 당시 멤버들이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지금도 다 연락을 하고 지내나요?
"그렇습니다! 연락이 뜸한 친구들도 있지만, 다들 간간이 안부 묻고 지내고 있어요."

- '크리틱맙'의 가장 큰 해체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을 하시나요?
"서로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너무 달랐던 게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견해의 차이가 생기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모두가 점점 한계를 느끼게 되어 결국 해체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당시에 불화로 인해서 해체되었다는 추측이 많았는데, 사실과 무관한가요?
"전혀요! 해체하는 날 모든 멤버가 마지막으로 모이는 자리를 가졌는데요. 늦게 온 막내들이 '형 저희 오늘 진짜 해체해요? 근데 분위기는 왜 이제 막 시작하는 크루 같지?'라고 의심할 정도로 유쾌한 분위기에서 크루의 장례식을 치렀어요."

- 멤버 중 지금도 가장 가깝게 교류하는 멤버는 누구이며, 이유는 무엇인가요?
"음. 그 친구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OVAN인 것 같아요. 음악적인 교류라기보다는, 홍대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게 되는 친구입니다. 또 OVAN 집이랑 제 작업실도 같은 동네라고 얘기는 들었는데 거기서 본 적은 없네요. 그 외 멤버들과도 기회 닿을 때 연락 주고받고 만나서 얘기하고 합니다."

- 아펠리아라는 이름은 어떤 뜻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사실 별 뜻이 없어요. 그냥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Afelia'라는 단어를 봤는데, 어감이 좋아서 f만 ph로 바꿔 지금의 아펠리아가 되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무슨 성운의 종류라던데 성운이 뭐 하는 물체인지도 모릅니다!"

- 이름을 영어로 기재할 때 'Aphelia'가 아닌 'ApheLiA'로 기재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
"뭔가 더 각져 보이고 간지가 나잖아요? 공식적으로 저렇게 표기되기를 원하지만 뭐 대소문자 정도야…. 그냥 표기하시는 분 편한 대로 하게 두는 편입니다."

- 래퍼 아펠리아가 힙합 신에 임하는 각오와 태도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예전에는 막 '멋있어 보여야지'. '랩 완전히 잘해야지' 이런 욕심이 있었는데, 요즘은 누구랑 큰 트러블 없이 제가 생각하는 바가 듣는 이들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힙합이 자유로운 문화라고 하지만, 그 안의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걸 솔직히 말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우선 오는 31일 날 밤에 새 믹스테이프 < 24.9 >가 나와요! 한 달 동안 집중해서 작업한 곡들을 묶어서 냅니다. 10월의 아펠리아보다 훨씬 더 솔직해진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공연 일정이 뚝 끊기게 되었는데 공연 많이 불러 주세요! 차비 정도만 챙겨 주시면 목이 박살 날 만큼 열심히 공연할 수 있습니다!"

래퍼 아펠리아는 성숙한 생각을 하는 래퍼였다. 문화를 보는 눈도 넓고 트러블을 싫어하는 평화주의자였다. 아펠리아의 믹스테이프 < A-LAB > 이후에 새롭게 발매되는 < 24.9 >에 대해서 독자들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성숙한 힙합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줄 것 같아 많은 기대가 된다.

아펠리아 APHELIA 임선균 다투지말자 JOHN PARK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