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생 노장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최무배와 마이티 모의 경기는 중년의 힘과 열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로드FC
'부산중전차' 최무배(46·최무배짐)와 '사모안 탱크' 마이티 모(46·미국), 중년의 두 거대병기가 한글날이었던 지난 9일 서울 장충체육관서 화력대결을 펼쳤다. '360게임 로드FC 026'대회서 있었던 헤비급 매치가 그 무대로 이날 팬들은 케이지를 꽉 채운 그들의 모습에 함성을 내질렀다.
모는 사모아족의 피를 타고났다. 사모아족은 둥글둥글한 몸매와 굵은 골격의 '비만형 체형'들이 많다. 그래서 신장에 비해 체중이 월등하게 높아 외모만 봤을 때는 운동을 썩 잘할 것 같지 않은 신체 조건이다. 그러나 이는 큰 오산이다. 그들의 운동 신경은 세계 각지에서 통하고 있다. 특히 맷집과 힘이 좋은 것은 물론 순발력-유연성까지 갖춰 몸싸움 비중이 큰 스포츠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국내 팬들은 K-1 시절의 모를 생생히 기억한다. 최홍만에게 첫 실신 패를 안긴 것을 비롯해 김민수, 김경석 등 국내 파이터와의 경기에서도 남다른 포스를 뽐냈었기 때문이다.
최전성기 지난 두 강자, 여전히 멋있는 이유K-1 정상급 강자였던 레이 세포, 마크 헌트와 함께 대표적 사모아 파이터였던 그는 듬직한 체구(185cm·133kg)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대포 펀치로 유명했다. 그는 오랜 경력의 베테랑 타격가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대부분이 펀치 위주인 데다 연타나 섬세한 테크닉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도 그를 상대하는 선수들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상쇄할 만큼 펀치력이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펀치력 하나만 놓고 따졌을 때는 하드펀처로 명성이 높은 헌트나 세포마저 능가한다는 평가가 많다. 일단 맞추기만 하면 가드를 한다 해도 엄청난 충격을 상대에게 안겨준다. 전성기 당시 최고의 방어를 자랑하던 레미 본야스키와 208cm의 거구 '더 자이언트' 노르키아 등 모의 펀치력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일단 맞추기만 하면 다들 견디질 못했다.
그래서 팬들은 2007년 미국에서 있었던 'K-1 다이너마이트 USA'대회에서 최무배가 모와 맞붙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최무배의 상승세라면 충분히 좋은 승부가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체육위원회는 최무배가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이유로의 출전허가를 하지 않았다.
최무배는 세계무대에 한국 종합격투기를 알린 선구자적인 인물이다. 한창 프라이드가 인기를 끌던 10여 년 전 국내 파이터 최초로 진출해 연이은 승전보를 전하며 현재의 국내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비록 나이는 30대 중반으로 많았지만, 레슬링을 바탕으로 해외 거구 파이터들과 좋은 대결을 벌였다.
최무배 하면 가장 빛나는 것은 역시 투지였다. 힘과 테크닉을 모두 갖춘 서양의 거구들을 맞아 밀리지 않았다. 소아 파렐레이(38·호주)전에서는 시종일관 얻어맞으면서도 끝까지 견디어내며 기어코 역전승을 거뒀다. 비록 녹아웃으로 무너지기는 했지만, 당시 세계 최상위급 강자 중 하나였던 '러시아군 최강병사' 세르게이 하리토노프(35·러시아)를 맞아서도 물러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며 팬들의 힘찬 박수를 받은 바 있다.
물론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는 마이티 모도 최무배도 모두 전성기가 완전히 지났다. 1970년에 태어난 동갑내기인 그들은 한국 나이로 46살이다. 그들과 비슷한 나이에 현역으로 뛰는 선수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하지만 팬들은 여전히 그들을 잊지 않고 있다. 예전만큼 강력한 포스를 보여주지는 못 한다 해도 여전히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지금도 어지간한 선수들을 상대로는 노익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최무배는 최근 헤비급 기대주 심건오(26·팀피니쉬)를 꺾은 루카스 타니(32·브라질), DEEP 전 챔피언 출신 가와구치 유스케(35·일본)를 모두 녹아웃으로 잡아냈다. 부산 중전차는 아직 녹슬지 않았다.
최무배와 모의 승부는 예상보다 싱겁게 끝났다. 모는 전성기에 비해 핸드 스피드가 떨어져 있는 상태였지만 특유의 묵직한 펀치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한 번씩 휘두를 때마다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타격대결을 할 수 없었던 최무배는 전진을 거듭하며 클린치 싸움을 노렸다. 학창시절 레슬링을 한 모는 테이크 다운 방어능력도 갖추고 있는지라 먼저 체력을 뺄 심산이었다.
모는 영리했다. 최무배가 클린치싸움을 걸 때마다 신속히 뒤로 빠졌고 중심이동도 무리해서 앞으로 가져가지 않았다. 어차피 펀치력은 강한지라 중심을 뒤로하고도 얼마든지 타격할 수 있었다. 결국, 빠르지도 테이크 다운 능력이 좋지도 않은 최무배는 어설픈 전진만 거듭하던 끝에 모의 펀치를 허용하고 KO로 무너지고 말았다. 경기 시작 37초 만의 일이었다.
모는 승부가 나기 무섭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최무배를 바라보며 격려해주었다. 팬들 역시 40대 중반의 나이에 케이지에 올라 격전을 펼친 양 선수에게 우렁찬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비록 돌고 돌아 오랜 세월 만에 승부를 펼친 것치고는 허무한 결과였으나 여전히 현역으로 뛰며 열정을 불사르는 노장들의 용기와 투혼만큼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