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주말의 명화' 편의 한 장면.
MBC
멤버들의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방송에서 잔뼈가 굵은 몇몇은 이미 애니메이션 성우로 능력을 발휘한 바 있다. 오히려 이 '주말의 명화'가 가리키는 현실은 다른 곳에 있다. 전문 성우들이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그 자리를 내줘야 하는 냉혹한 상업적 논리 말이다.
방송 말미, 유재석의 입을 통해 <무한도전>은 <비긴 어게인>과 같은 외화 더빙 작업은 평소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연 하하와 유재석이 투입돼 걸린 시간은 10시간이 넘었다. 어쩔 수 없는 주객전도의 녹음 현장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 외화 더빙이야말로 몰입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외적 요인, 예컨대 스타나 배우가 쉽사리 뛰어들지 않은 이유(개런티는 차치하더라도) 중 하나가 바로 그 몰입이다. 디즈니나 픽사 등 메이저 영화사들의 애니메이션들이 여전히 더빙 판에 전문 성우 연기자들을 기용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이 룰을 깬 것이 바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수입 애니메이션들이다. 비용 대비 높은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는 배우, 예능인, 아이돌 가수 등을 기용하는 애니메이션은 군소 수입사의 작품인 경우가 대다수다. 반짝 홍보로 방학 시즌 어린이와 티켓을 사는 부모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그러니까 올 추석 특선영화로 <비긴 어게인> 단 한편을 편성한 MBC는 <무한도전> 멤버들을 기용해 바로 이 비용 대비 홍보 효과를 염두에 둔 전략을 활용한 것이다.
'주말의 명화'의 편집이 유달리 건조하고 담담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안 그래도 2년 마다 진행하는 가요제 특집으로 가요계로부터 '음원 깡패'라는 지탄을 받는 <무한도전> 아닌가.
적어도 음원을 포함한 그 수입은 불우이웃돕기와 같은 의미 있는 곳에 쓰이기라도 한다. 하지만, 버젓이 주연급 성우가 존재하는 <비긴 어게인>의 이번 더빙은 결국 MBC의 시청률만을 위한 것이다. <비긴 어게인> 한 편으로 지상파 내에 더빙 외화 편성이 늘어날리 만무하다. 성우라는 직업을 탐구한 것도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하하와 유재석의 더빙이 극의 몰입도를 깰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MBC 예능국이나 편성국과 김태호 PD 이하 <무한도전> 제작진의 의도가 같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주말의 명화' 편 방영과 이후 이어지는 관심만 놓고 본다면, 시청률을 향한 MBC의 노림수는 꽤나 유효했다.
29일 방영되는 영화 <비긴 어게인>의 결과를 두고 봐야겠지만, 여전히 씁쓸한 것이 사실이다. 호평을 받은 '배달의 무도' 편 직후라 더욱 그러하다. 앞으로 MBC가 '시청률'과 '광고' 효자인 이 대표 프로그램을 또 얼마나 휘두르려 할까. 김태호 PD와 제작진들은 과연 이 <비긴 어게인>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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