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한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연극배우 고 김운하씨
극단 신세계 페이스북
내가 진 빚은 마땅히 내가 갚아야 한다. 그게 옳다. 이 낯부끄러운 경험을 올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받아야할 돈 받고, 줘야할 돈 주는 과정이지만 덜 가진 인간에 대한 배려가 있을 순 없는 것일까? 자본에는 인간에 대한 온기가 스며들 수 없는 것일까? 이런 것은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연극 딴따라의 셈법일까?
이 생각까지 이르자 문득 '나 스스로는 덜 가지고 약한 사람의 비명에 귀 기울였는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 억울하게 수장(水葬)당한 생명들을 위한 투쟁, 성소수자들, 이주노동자들, 탈북자들...아니, 더 가까이 있는 내 이웃의 소리 없는 절규를 모르는 척 하고 살지 않았던가? 나도 살기 바쁘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하지 않았던가?
나의 고통은 배려 받길 원하면서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하다면 그건 양심의 피가 식었다는 증거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다면 그만큼 남을 먼저 대접해야 한다. 그게 인간됨의 원칙이다. 그렇다. 인간은 그냥 살아가는 인간(Mensch-sein)이 아니라 인간이 되어가는 것(Mensch-werden)이다.
6월 19일 오전 연극배우 김운하(본명 김창규, 40)씨가 성북구의 한 고시원에서 외로운 최후를 맞이했다. 연기밖에 모르던 그의 한 평 반 좁은 방에는 소주병 몇 병이 있었단다. 나 역시 고시원 생활 경험자다. 그 좁고 답답한 고시원의 불면을 잠 재워줄 그 초록색 병의 물약(?)을 잘 알고 있다.
그의 얼굴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대학로 어느 막걸리집 구석에서 앉아있던 그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을 것이다. 난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그 죽음의 공범이고 방조자다. 그의 죽음은 먹먹해짐을 넘어 통증으로 다가왔다.
"왜 힘든 연극 계속 하느냐고 묻지 않았으면"
▲배우 김경익이 연출한 연극 <바보 햄릿>
진일보
왜 그렇게 힘든 연극을 계속 하느냐고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극은 삼성도, 현대도, 애플도 만들지 못하는 재미와 감동이란 세계를 만드는 작업이다. 잘 사는 방법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그것이 이번 생의 소명(召命)임을 믿기 때문에 힘들어도 버티며 꿈꾸는 것이다. 먼저 간 후배에게 이제 편안히 쉬시라고 바보 광대의 유언 대사 하나 올리고 싶다.
명이 다하든 우연히 죽든지, 내가 죽을 때,내 주머니에서 돈 같은 것이 발견되거든,그 돈으로 배우들은 내 영혼을 위해 술을 마실지어다.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내게는 이 죄 많은 몸뚱이 하나뿐이나,그것도 내 것이 아니었으니,이제 어머니의 땅으로 돌아가리라.한줌의 재나 먼지로!단 하나 소원이 있다면나의 해골은 어느 극단의 소품으로 쓰여지기를햄릿이 해골을 들고"이 해골도 언젠간 혀를 가지고 있었고 한때는 노래를 불렀겠지"말할 때마다,나는 너희 가슴속에 부활할 것이다.다행히 지인의 도움으로 7월 초에는 그 영화사에 잔금을 모두 갚을 것이다. 속칭 영화산업의 중심에 진입했다는 그들에게 나즈막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신의 통장에는 아직 12만원이 남아 있습니다!'* 배우 김경익의 '무대에서 저공비행' 5편으로 이어집니다.'오마이스타'들이 직접 쓰는 나의 이야기 - 오마이스토리[김경익 '무대에서 저공비행' 3편] 박지성의 '발 연기', 나의 교만이 떠올랐다[김경익 '무대에서 저공비행' 2편] 연기를 하고 싶어? 단 하나...곱게 미쳐라![김경익 '무대에서 저공비행' 1편] 맥주잔이 소주잔 부러워하면 '골로' 간다, 하지만![이정수 '소프라이즈' 2편] 내 아이 이름짓기, 호랑이 엄마에게 양보받기 '작전'[이정수 '소프라이즈' 1편] 만삭의 아내, 그 배에 보드마카로 이렇게 썼다[최윤영 '나의 꿈 나의 의리' 2편] 일산에서 '한미모'했던 나, 무서운 선배 만나 '엉엉'[최윤영 '나의 꿈 나의 의리' 1편] 초등학교 동창, 김준수와 은혁 사진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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