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그런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주로 우리는 간접적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그들을 만납니다. 그러기에 오해도 많고 가끔은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임을 잊기 쉽습니다. 동시대 예인들이 직접 쓰는 자신의 이야기, '오마이 스토리'를 선보입니다. [편집자말] |
나도 박지성을 너무 좋아한다. 그는 한국인의 희망이고 꿈이고 자랑이고 가슴 뛰게 하는 연인이다.
나는 생각했다. 박지성은 잔디 위의 플레이어고 나는 무대 위의 플레이어다. 그런데 무엇이 저 여드름투성이 무명 청년을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 맨유의 '보이지 않는 영웅(Our unsung-hero)'으로 만들었을까?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자기의 역할을 수행했을까? 박지성이 상처투성이 발로 가르쳐주는 '발 연기'의 핵심을 만나보자. 축구를 연기로, 축구선수를 배우로 바꿔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행복, 스스로 선택한 고통의 다른 이름
▲지식채널e '박지성 편'
EBS
첫째, 그는 스스로 고통을 견뎌냈다. 행복은 고통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다. 고통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행복과 불행을 가른다.
수원공고 졸업 당시 박지성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였고 명문대에 진학도 못했다. 체격이 왜소한 데다 축구선수로선 치명적 약점, 평발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수원공고 이학종 감독의 간곡한 추천으로 명지대에, 그것도 축구부는 인원이 다 차서 테니스부로 입학해서 축구를 했다. 기숙사는 테니스부로, 운동은 축구장으로 가서 하는 '깍두기 선수'였다.
당시 박지성보다 축구를 잘한다고 인정받던 선수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 박지성은 분명히 그들과 다른 시간을 보냈기에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스무 살의 피 끓는 청춘이 왜 술 한 잔 하고 싶지 않고, 왜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았겠는가? (조금 마시고 잠깐 사귀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자신의 조건과 환경을 견뎌냈다. 조건과 상황은 조급히 이길 수 없다. 견디며 피땀으로 녹여내는 것이다. 이 힘은 스스로 꿈을 향해 자신을 헌신할 때 가능한 것이다.
박지성의 발 사진을 기억하는가? 눈은 별을 향하고 손발은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는 삶의 전사가 선택한 고통이리라. 그는 스타를 꿈꾸지 않고 자신의 최고 재능인 노력을 무기로 잡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참으며 스스로 별이 됐다. 속칭 '대박을 꿈꾸는' 배우는 그의 상처투성이 발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의리는 기본, 감동을 만들자!
▲배우 김경익은 영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영식 역을 맡았었다
CJ엔터테인먼트
둘째, 박지성은 의리, 그 이상의 감동을 주변에 선사했다.
국내 프로 리그에서 콜을 못 받은 그는 일본 교토 퍼플로 간다. 입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은 2부 리그로 강등하지만 교토를 떠나지 않고 1년 만에 1부 리그로 승격하는 데 일조하며 '교토의 별'로 불린다. 교토와의 계약이 끝났음에도 계약해지 다음 날 자진해서 일왕배 결승전을 뛰었고 교토 퍼플상가에 역사상 처음으로 컵 우승을 안겼다. 교토 퍼플상가 구단주는 박지성과 헤어질 때 이런 말을 한다.
"마지막 축구 인생은 교토 퍼플상가에서 끝을 내라. 네가 절름발이가 돼서 돌아와도 우리 팀은 받아주겠다!." 가슴이 찡~ 했다. 얼마나 사랑 받았으면, 얼마나 열심히 뛰었으면 이런 말을 들을까? 내가 일하는 일터에서 누구에게 이런 제안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까짓 대충대충 하루를 보내서는 결코 생길 수 없는 일이다.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 당시 박지성 모습
Skysports
이 대목에서 지난 시절 나의 교만이 떠올랐다. 앞서 출연료보다 턱없이 적은 출연료 때문에, 저번에 출연한 영화 속 역할 비중 때문에, 현장에서 나를 소홀히 대하다는 착각 때문에, 이젠 좀 현장을 안다는 태만 등등 수많은 핑계를 대며 땀과 혼을 온전히 쏟아 붓지 않았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나'를 소중하다고 생각해 일어난 마음이지만, 그런 생각이야말로 정말 진부한 헤아림이었다. 프로 배우가 연기를 잘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일을 하면서 자신을 비범한 재능의 인간으로 착각하며 살았다. 나를 찾아준 사람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비범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이제 좀 알 만하고 해볼 만하다는 오만이 내 발목을 스스로 붙잡은 것이다. 세상에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배우라며 으스댔지만 정작 내 주변의 동료에게도 깊은 감동을 주지 못한 것이다.
누가 오른뺨을 치면 왼뺨을 내주고, 5리를 같이 가자면 10리를 같이 가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결국 비범한 성공을 만드는 핵심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난 누가 뺨을 치면 바로 멋진 복수를 꿈꿨고, 5리를 함께 가자면 요새 누가 그렇게 사냐고 비웃었다. 그게 나와 그의 다른 점이다. 그의 자서전 제목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 - 도전한다는 것,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것." * 배우 김경익의 '무대에서 저공비행' 4편으로 이어집니다.무대작업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천형(天刑)입니다. 현실 너머를 엿본 자는 현실에 발붙일 수도,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영원히 저공비행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에 날개가 녹을 것이고, 발을 땅에 대는 순간 유랑은 끝이 납니다.28살에 회사를 때려치우고 우연히 시작한 연극은 2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하며 제 삶의 필연이 되었습니다. 길거리 포스터 부착부터 연기, 연출, 극작까지 다양한 작업 속에서 연극의 눈으로 세상을 새롭게 읽게 되었습니다. 객석에서 무대를 보지 않고,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는 저공비행의 풍경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배우 김경익 드림>'오마이스타'들이 직접 쓰는 나의 이야기 - 오마이스토리[김경익 '무대에서 저공비행' 2편] 연기를 하고 싶어? 단 하나...곱게 미쳐라![이정수 '소프라이즈' 2편] 내 아이 이름짓기, 호랑이 엄마에게 양보받기 '작전'[최윤영 '나의 꿈 나의 의리' 2편] 일산에서 '한미모'했던 나, 무서운 선배 만나 '엉엉'[김경익 '무대에서 저공비행' 1편] 맥주잔이 소주잔 부러워하면 '골로' 간다, 하지만![이정수 '소프라이즈' 1편] 만삭의 아내, 그 배에 보드마카로 이렇게 썼다[최윤영 '나의 꿈 나의 의리' 1편] 초등학교 동창, 김준수와 은혁 사진 보실래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