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득점 분포도
심재철
한국 선수들이 터뜨린 꼭 필요한 한방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우선 주요 득점 시간대를 살펴보면 당연히 전반전이 주목된다. 조별리그 세 경기 모두 전반전에 더도 덜도 말고 한방씩을 터뜨렸다. 7득점 중에서 전반전에 나온 골이 네 개(57%)였으니 꼼꼼하게 실속을 먼저 챙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대 팀 입장에서 보면 하프 타임 휘슬 소리를 듣고 걸어나가며 1-0이라는 점수판이 우습게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후반전에 뒤집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 것이다.
한국의 득점 분포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습으로 만든 섬세함이 돋보인다. 득점 없이 전반전을 끝냈을 경우 조급한 마음으로 후반전을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오만과의 첫 경기부터 그랬다.
전반전 추가 시간이 표시될 무렵 이청용의 발끝에서 시작된 역습 패스가 구자철에게 이어졌고 그는 회심의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오만 골문을 노렸다. 상대 문지기 알 합시의 빼어난 순발력을 잘 알고 있었지만 타이밍을 놓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영철의 집중력이 빛났다. 중심을 잃었지만 마지막 볼 터치를 섬세하게 할 수 있었기에 그 귀중한 결승골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맏형 차두리의 측면 드리블은 속도와 방향 선택이라는 역습의 조건을 완벽하게 입증해주었다. 마치 야구 경기에서 루와 루 사이에 갇힌 주자를 야수들이 잡아낼 때 섣부른 토스보다 한쪽으로 몰고가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차두리는 상대 수비수들이 보인 약점을 철저하게 흔들어놓은 다음 완벽한 패스로 남태희(vs 쿠웨이트, 헤더 골)와 손흥민(vs 우즈베키스탄, 왼발 골)을 더 빛낸 것이다.
역습 과정에서 이처럼 상대 수비 라인의 빈 곳을 노릴 줄 모르면 아무리 속도가 뛰어나다고 해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섬세한 판단과 동작을 실행하지 못하면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선수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A조 조별리그 호주와의 맞대결에서도 입증되었다. 왼쪽 측면부터 호주 골문 바로 앞에 이르기까지 '김진수-기성용-이근호-이정협'으로 이어진 패스의 줄기는 한방의 가치를 충분히 말해주었다.
그 과정에서 호주가 자랑하는 오른쪽 측면의 'DF 프라니치, MF 마시모 루옹고' 단짝은 축구 경기에서 가끔 볼 수 있는 '1+1=0'의 기막힌 공식을 확인시켜 주었다. 기성용이 이근호를 바라보고 찔러주는 순간에 그들 둘은 한꺼번에 바보가 된 것이었다.
예비역 이근호와 후임 현역병 이정협이 만들어낸 그 결승골 순간도 섬세함의 극치다. 패스의 방향과 속도 그리고 달려들어가는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어긋났다면 꿈도 꾸지 못할 순간이었던 것이다. 호주가 이번 대회에서 실점한 두 골이 바로 그 지점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세인즈버리, 스피라노비치 센터 백의 커버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지점이다.
이런 면에서도 한국과 호주의 결승전은 서로 잘 알고 있기에 측면의 충돌 지점에서 얼마나 섬세한 기술과 조직력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할 수 있다. 4-3-3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호주는 비슷한 형태의 FC 바르셀로나처럼 오므렸다 펼치는 공격 전개 양상을 보인다. 활짝 펼친 뒤의 그 측면 공간이 바로 취약 지역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주문하는 한국의 4-2-3-1 포메이션은 가운데 미드필더 '기성용-박주호'를 중심으로 공간 배분에 중점을 둔다. 호주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오른쪽 측면의 '프라니치-마시모 루옹고-로비 크루즈'를 상대로 한국의 '김진수-손흥민' 라인이 얼마나 날카로운 역습의 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들을 도와 침착하게 패스를 뿌려주고 있는 특급 미드필더 기성용이 건재하기에 가장 흥미로운 장면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1월의 마지막 날 밤 시드니가 뜨겁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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